2007.10.21_황진이

2007. 10. 22. 04:06 from was ich (le)se(h)


감독 : 장윤현
출연 : 송혜교, 유지태, 류승룡, 윤여정
 

작년 연말이었나... 올 초 였나...
오랜만에 선배들과 모여 가졌던 오붓한 술자리에서...
선배오빠 Y가 의외로 당시 기준 최신의 한국 드라마를 꿰며..."물색없는 년~~"을 읖조려 우리를 놀래킨 적이 있었다...
하지원이 연기하는 황진이가 인기 최고였다는데...
드라마를 보지 않고서도 하지원의 요염한 자태가 꽤 잘 어울리겠다 했다...
화제는 계속 되어... 영화 황진이까지 이어져...
송혜교가 영화에서 황진이를 맡아서 말이 많다더라...
송혜교의 황진이 제작비와 제작기간의 제일 큰 부분이 송혜교 팔다리를 늘이는 포샵질이라더라 등등...의 가십으로 수다를 떨고
마지막에는 송혜교는 황진이로 좀 아닐것 같다는데 의견을 모으며 황진이 이야기를 접었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동명의 드라마와 영화가 소개되니
물건너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모여 앉아 이럴까 저럴까...이야기하는데...
한국에서 말이 많았던 건 당연한 일이겠다...
 
암튼 이사 끝에 일주일 강행군에 몸살 기운이 있어...
이제 2번 밖에 남지 않은 이곳에서의 아쉬운 주말을 방에서 늦잠과 함께 뒹굴거리다
문뜩 떠올라 찾아서는, 오후를 황진이와 함께 보냈다.
 
말 많았던 영화...
이제는 성숙미를 풍기는 송혜교는 예쁘지만...
못보던 사이에 많이 늘었다 싶을만큼 나름 삶의 무게에 눌린 황진이를 연기해 내지만...
아직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싶은 감이 있고...
일단은 우려했던 바와 같이 무엇보다도 황진이가 맞는 옷이 아니었다 싶다...
영화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부적절하게 중요하게 부각되어 등장했던 "놈이" 유지태는...
한때 좋아했던 이 배우...정말... 발전이 없구나... 싶어 보는 마음이 안타깝고...
나름 고심했을 것이나 초점없이 어지러이 튀는 미장센도 아쉽고, 덕분에 부분부분 촌스러운 화면이 거슬린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황진이의 기생이 되기까지의 배경을 맞출 수도...
황진이의 기생으로서 발아래 둔 세상을 비웃는 삶에 맞출 수도...
방향을 잃고 날리는 그 놈의 칼부림 때문에 그렇다고 놈이와의 멜로로 맞출 수도...없는 어수선한 이야기에 있다

그래서 보자마자 가차없이 삭제 버튼을 눌러버렸을만큼, 이 영화 지독하게 재미가 없었다...이런...
장윤현 감독의 팬은 아니지만...
접속과 같은 신선함은 다시 보기 어려운가... 많이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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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쯤인가..
마르코가 데쓰 프루프를 보고 와서는 재밌다고 야단법석을 떨며...
킬빌보다 나으니 꼬옥 극장 가서 보라고 했는데
올여름 갑자기 콘서트에 불이 붙었던 바람인지 그때는 왠일인지 썩 내키지가 않는 거다...
뒤셀도르프에 와서 씨네 21에 마음을 붙여보자 하고...들락거리기 시작하면서 이제 겨우 다시 영화기사를 읽기 시작하긴 했지만...
여전히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가 함께 새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TV라도 있었으면...TV에서 예고편이라도 보고 마음이 동했을텐데...
 
10월...
밍기적 밍기적 웹써핑을 하던 중...
로드리게즈의 플래닛 테러가 개봉한다는 걸 알게되고...
무슨 영화인가 기사를 뒤적여 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플래닛 테러 외에 데쓰 프루프와 예고편을 포함한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동시 상영 영화 제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고...
타란티노가 데쓰 프루프를 어이 만들었다는지...인터뷰도 읽고...
땅을 쳤다... 이건 극장에서 봤어야 하는 건데...
 
그 아쉬움의...반동으로 나름 빡빡했던 스케쥴 사이에 틈을 내어 플래닛 테러는 극장에서 챙겨 봤다.
B급을 표방하긴 했지만 나름 좀비영화여서인지...
개봉일 외에는 이틀에 한번씩 밤 11시 상영이 전부라...
이사 준비로 바쁜 와중에 택시비 아끼려 개봉일 저녁 8시 상영을 챙겨봤다.
 
그 왁자지껄함과 어이없음 사이에...
역시나 좀비영화라고... 중간중간 깜짝깜작 놀라고...
갑자기 왁~하고 튀어나올 그 무언가에 미리 나름 가슴 졸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결국에는 피식피식 바람 새는 웃음을 연신 뿜어가며 재밌게 봤다...
결국 북미외에는 플래닛 테러라는 독립영화로 개봉되긴 하지만...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최초 프로젝트 의도에 걸맞게...
한때 씬씨티에서 보여주었던 우아함을 한번에 집어던지고는...
황혼에서 새벽까지로 돌아가서 더 철저하게 B급을 표방하고 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부터 킬빌까지 각종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는 물론 패러디에...
바이러스...아랍지역 국제문제...이라크전...군대...
좀비 공포...고무 장갑 끼고 날으는 액션... 세미 포르노...고고걸...연애...
전기톱 살인 슬래셔...부부 사이를 둘러싼 치정과 전쟁...형제애...강아지...
신분의 비밀...위용을 자랑하는 바이크...
뚝뚝 흘러내리는 브루스 윌리스와 타란티노...
화염이 피어오르는 총구를 훅 불어재낄 줄 아는 키치하고 요염한 여주인공...
없는 거 없고 무엇하나 빠질 것 없는 이 영화에...
항상 세트는 총알이 명중하기도 전에 거센 화염을 일으키며 폭발해 오른다... :)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라는 이름이 없었더라면 완전히 무시했을 영화를
감독 이름을 메이커로 붙이며...
상품의 급을 바꾸어 즐기게 할 수 있을만큼 이 사람들 거물이 되었구나...했다...
 
어찌되었든 간에...
씬씨티도 좋았지만...황혼에서 새벽까지의 말도 안되는 소란을 더 좋아하는 나는
로드리게즈의 제대로 된 못말림이 반가울 따름이다...
 
한국 개봉에는 가짜 예고편 상영이 없다던데...
독일판에서는 가짝 예고편이 한편 있었는데...
돈을 위해 살인 청부를 시도했던 한 멕시코인이 고용인으로부터 이용당한 것을 알고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의 예고편
"Die haben falschen Mann gerührt.... 그들 사람 잘못 건드렸더랬다..."
하는 예고편을 보며 제대로 쓰러졌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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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m Tod des Architekten Robert Wischer


Robert Wischer(1930~2007)


Am 27. August 2007 ist der Berliner Architekt Robert Wischer, Gründungspartner des Büros Heinle, Wischer und Partner, im Alter von 77 Jahren gestorben. Das 
Büro hat sich maßgeblich mit Krankenhausbauten profiliert.

Robert Wischer wurde 1930 in Wilhelmshaven geboren. Es heißt, er habe ursprünglich Medizin studieren wollen, entschied sich dann jedoch für das Architektur-
studium in Stuttgart, das er 1955 mit dem Diplom abschloss. 1962 gründete er mit Erwin Heinle das Büro, das seit 1969 als Heinle, Wischer und Partner firmiert. 
Das Büro seit von Anfang an „offen“ konzipiert, weil es über seine Gründer hinaus fortbestehen sollte. Erwin Heinle ist bereits im Jahre 2002 verstorben. Heinle, 
Wischer und Partner unterhalten Büros in Stuttgart, Berlin, Köln und Dresden.

Zu den Projekten des Büros zählten das Bundesministerium für Post und Telekommunikation in Bonn, die Universität der Bundeswehr in München-Neubiberg und 
das  IBM-Verwaltungsgebäude mit Rechenzentrum in Frankfurt am Main. Insbesondere aber realisierte es Krankenhäuser und Universitätskliniken, unter anderem 
in Köln,   Ulm, Bonn, Stuttgart, Ludwigshafen, Berlin, Dresden und Brandenburg/Havel. Das Büro wirbt mit der Angabe, mittlerweile 1.294.673 Quadratmeter Bau-
grundfläche mit Bauten des Gesundheitswesens errichtet zu haben. Konzeptionell waren diese Bauten oftmals ihrer Zeit weit voraus.


Das dabei gewonnene Know-How setzte Robert Wischer in die Lehre um: Er war von 1976 bis zu seiner Emeritierung 1998 Professor für Entwerfen am 

(ursprünglich so genannten) Institut für Krankenhausbau (heute: Gesundheitsfürsorge – Public Health) der TU Berlin.


Sein zunehmendes Interesse für die Denkmalpflege führte Robert Wischer dazu, eines der beiden Berliner Landhäuser Am Rupenhorn der Brüder Luckhardt (1929) 

zu  erwerben und es von 1998 bis 2004 im Inneren denkmalgerecht in den Originalzustand zu versetzen. Das Haus, einer der besten Villenbauten der klassischen 

Moderne in Deutschland, wurde damit der Öffentlichkeit zugänglich gemacht.


Quelle : www.baunetz.de


+0.  점심시간...

한국 건축 특집이 실렸다고 특별히 신경써서 슈테판이 빌려준 잡지를 뒤적여보려다...
흑백사진 속 백발의 할아버지가 낯이 익어서 잠시 멈칫했는데...
역시 작년 여름학기 병원 세미나 때 특강을 하셨던 비셔 할아버지가 맞는데...지난 8월에 돌아가셨단다...

작년 특강 때 모습이 딱 사진 속 모습 그대로 였었는데..
그때 연세가 이미 상당하시구나 생각은 했어도 너무 정정하셨던 기억에 너무 뜻밖의 소식이었다
단 한번 고작 2시간 남짓했던 강의 만으로도...사진 속 미소 그대로였던 그분의 성품을 드러내는 그런 분이셨다...

강의 내용에 대한 기억은 이미 희미할 지라도, 그 학기 그 세미나 외부 초청 강의들 중 제일 좋았던 그날...
독일의 모든 종합병원이 다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작품 소개도 놀라왔고...
위에 번역에도 쓰여있듯이.. 그 작품 하나하나가 그 무렵에 지어졌다니 할만큼 앞서있는 것도 놀라왔지만..
강의 후 학생들과 외부 참석자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좋았고...
마지막 인사말 한 마디...'여러분 좋은 건축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 한마디에 큰 어른께서 어린 학생들을 바라보는 그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잔잔히 전해져 너무 감사했었다...

어느새 그날로부터 1년도 훌쩍 넘긴 지금도...그분의 그 마음이 담긴 웃음어린 눈빛이 기억나서...
평생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강의를 하셨을 그분 강의에 단 한 차례 참석했었던 나도..
훈훈한 가슴에...오후 잠시, 호상이었을 그분의 죽음을 애도했다.

+1.  이분이 바로 전영훈 교수님께서 베를린에서 디플롬하실 때 담당교수셨고...
이번 학기 친구가 일한 사무실의 chef 셨다. 

+2.  2009.01.13_문득 인간사에서 인연의 깊이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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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des Welt-Atems wehendem All – ertrinken, versinken – unbewusst – höchste Lust!"

"세상의 호흡에... 흔들리는 모든 것들에... 빠지고, 가라앉고, 의식을 잃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Musikalische Leitung Stefan Soltesz

Inszenierung Barrie Kosky

Bühne und Licht Klaus Grünberg

Kostüme Alfred Maverhofer

Choreinstudierung Alexander Eberle



+0.  10월 첫 주 주말...아마 뒤셀도르프에서 마지막으로 맘편히 보낸 주말이 되리라...


거의 반 이상은 알토의 건물을 처음으로 직접 한번 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Essen Aalto theater 를 저녁이 되기도 전 늦은 오후 4:30 에 찾았었다. 

5년 전 여행 중에 빈 국립극장에서 Die Meistersänger von Nürnberg 을 야간 기차 시간에 쫓겨 보다만 이후로 바그너의 작품은 처음이다. 

그때도 늦은 오후 비슷한 시간에 극장에 들어가서 2막까지 보고서는 8시쯤 아쉬움에 연신 뒤를 돌아보며 베네치아 행 기차에 올랐던 것같다. 

물론 여름에 접어 들기 시작하던 그 무렵은 해가 훨씬 더 길었지만...

 

+1.  바그너의 오페라는 정말 길다...

너무너무 기이이이일다...

너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어지간하면 여유를 좀 두고 살자고 재차 마음을 먹는데도... 

앞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다시 한번 장장 다섯 시간을 보며 살 여유가 있을까 의문이 들만큼...

벌써부터...스스로를 믿지 못할 수 밖에다...


+2.  그러나 난생 처음 본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 긴 다섯 시간을 이졸데의 노래처럼... 비극적인 이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나도 극 속에 가라 앉아 의식을 잃고 행복해했다... 


+3.  바로 전에 봤던 "예누파" 와는 비교체험 극과 극이라 할 만큼...대조적으로

최소한으로 작게 좁게 꾸며진 무대를...

항상 스케일 크고 시원시원한 걸 선호하는 나는...처음에는 못마땅해하고 불편히 느꼈었다...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배우들의 불편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같이 불편해 지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노래가 한번은 그 작은 방을 거쳐 나와야 해서 음향이 좀 떨어져서 불쾌했고...  

큰 무대를 꽉 채워서 공연을 해도 극장 여기저기 생기는 사각이 

겨우 3m x 3m 남짓한 공간으로 무대가 축소되고나니 거의 극장 안 반 이상의 좌석에 사각이 생기는 것에 짜증이 났고...

그에 더해 딱딱한 독일어 때문에 소프라노인 이졸데의 노래가 억세게 느껴진 것도 불편했고...

독일어 오페라인 덕에 은유적인 가사가 그대로 자막으로 나오는 바람에 극을 이해하는 것이... 

이탈리아어 오페라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고되었던 것도 불편함의 또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바그너의 음악을 빛나게 한 이날의 무대 디자인은 

두 주인공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심리와 극을 이보다 더 잘 전할 수 없으리라고 느낄 만큼 곡 못지않게 빛이 났다...  

앞으로까지 평생 동안 본 최고의 오페라 중, 무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감히 벌써부터 섣불리 짐작한다.


+4.  모든 못마땅함은 2막 두 연인... 사랑의 테마와 함께...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완벽한 암흑 속에서 그 작은 무대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그 작은 무대  양벽에 난 창으로 간혹 드는 빛만이 시간의 흐름을 알리고...

세상과 상관없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하는 둘의 사랑에 맞춰 같이 회전하기 시작하는 무대

다시 그 속에서 속삭이는 둘의 사랑의 멜로디는 정말 나뿐만 아니라 모든 관객의 혼을 쏘옥 빼놓았다...

2막이 끝나자마자...

2열의 오른쪽 가장 자리편에 앉아 있던 한 관객의 입에서 "brilliant!!" 하고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가쪽이긴 해도 최고 클래스 좌석에 그 가격을 지불하고 앉아서 막의 절반을 배우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소리만 듣고 앉아 있으면 불만도 생길법 한데...

내가 그 위치에 앉았더라면 막 내내 분명히 씨근덕 거리고 앉았을 게다...

이 곳에서 가끔...사람들의 그런 마음의 여유에 놀라기도 하고...그래서 반성하기도 하고...배우기도 한다.

 

+5.  3막에도 이 작은 Cabin이 계속 등장하긴 하지만...유일하게 무대 전체가 다 드러났다...

처음에 좁은 무대를 그렇게 못마땅해했던 내가...

3막 처음에는 오히려 계속 무대를 작게 보여주지 않는 것에 내심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작은 무대를 이용해 무대 통째로 두 주인공의 사랑을 그린 2막은 독보적이고 매력적이었지만 3막의 무대 디자인도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고향에서 병상에서 이졸데를 애타게 기다리는 트리스탄의 방 주위는 들판...어둠속에서 수도사의 분위기를 풍기는 양치기들이 (플라스틱) 양을 치고 있다.

기다림에 타들어가는 마음에... 트리스탄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이졸데를 기다리며 피를 토할 듯...광기에 휩싸여 노래부르는 트리스탄의 뒤로 소리없이 하마터면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양치기들은 양을 한마리씩 몰아 나가며 꺼져가는 트리스탄의 생명을 암시한다...

마침내 방밖으로 뛰쳐나와 쓰러지던 트리스탄 앞에 이졸데가 도착하고 둘은 재회하지만...

트리스탄은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뱉지 못하고... 거꾸러지고...

넋이 나간 이졸데 뒤로 조용히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트리스탄의 방이었던 무대도 퇴장하고...

그 넓고 깊은 그리고 어두운 무대에 오로지 죽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만 남아...

한줄기의 빛 아래에서 이졸데가 마지막 사랑과 죽음의 노래 "Liebestod"를 부르고 서서히 트리스탄 위로 쓰러지고 빛마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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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작은(바라건데... 정말 작은)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녀석의 뱃속에 들어있는 것을 오랜만에 헤집어 봤다...
 
*있어도 못살고 없어도 못사는...정말이지 컴퓨터는 애물단지~~~ 요!!!*
 
그 와중에 발견한 사진 한장...
작년 4월 바르셀로나...
친구가 찍은 사진 한장에 나의 뒷모습이 담겨있다...
단 한순간... 나 혼자만 정지해있는 순간... 
 
나 혼자만 정지해있는 건 아니겠지???
독일 사는 내내 아마 순간순간 떨칠 수 없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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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igent: John Fiore

Chor: Gerhard Michalski

Chor: Christoph Kurig

Inspizient: Monika Müller

Souffleuse: Elke Pop

Spielleitung: Maria Paola Viano


 

+0.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기분.

불과 이틀전 목요일에 드뷔시의 '펠리아스와 멜리쟝드'를 나름 재미있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구나... 난해하구나...또 너무 어둡구나...

역시나 대중적인 오페라가 사랑받는 데 다 이유가 있구나... 했던 이유로...

큰 기대없이 표를 샀다.

순전히 오늘 한번 보지 않으면...영영 다시 볼일이 없을 것이다라는...막연한 예감에

볼 수 있을 때 한번은 봐두는 게 남는 것이다라는... 욕심에...

늘 부지런하지 못하면서 많기만한 나의 욕심을,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는 것에까지도 일단은 앞세워버리고 마는 나의 욕심을, 

그래서 너무나도 자주 결국 나를 짖누르기만 하는 그 욕심을... 비우지 못해

나는 안타까움에 두손 주먹 꼭 쥐고는 잡히지 않는 그것을 향해 어떻게든 아둥바둥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게으름이 욕심을 이겼고... 그 수고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1.  휴식없이 2시간 진행할 수 있을만큼 콤팩트하게 짜여진, 지루할 틈 없이 전개가 빠른 극도 좋았고...

초반의 인물들의 작은 갈등부터 클라이막스까지 일단 오페라로서 극이 너무 탄탄했다... 

거의 여성극이다 싶을 정도로...그 시대 그곳의 여성입장으로 섬세히 그려진 탁월한 심리묘사도 좋았고...

배우들의 대화들이 대부분 아리아를 연상시킬만큼...어렵지 않은 멜로디도 좋았고...

극 중간에 두번 등장했던 보헤미안 민요를 연상시키는 합창도 좋았지만...

극 전체 곡의 거의 80퍼센트를 노래했을 예누파와 코스텔니카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극이 콤팩트 한 건 좋았지만...

사실 1시간 반 정도가 지나면 으레히 있는 휴식시간이 없으니... 후반부에는 관객 입장인 나도 살짝 피로를 느꼈는데...

오히려 거의 2시간 내내 예누파로 노래했으니 그 피로가 오죽할까 싶을 그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정말 마지막까지 흔들림없이...

나를 비롯 관객들을 무대 중앙으로 힘있게 빨아들였다... 

공연 스케쥴을 알아보느라 들어갔던 라인 오페라 홈페이지에서

공연 사진속 주인공들을 보고 실망해서...

역시나 오페라는 몰입이 안된다더라면서 보기를 망설이기도 했었는데...

(전에 DVD로 "아이다"를 보면서...같이 보던 그녀와... 극속 청초한, 실제 아주아주 풍만한 아이다에...

"이거는 아이다~~" 를 연발하기도 했었기에... :-)

그런데... 지금 다시 저 사진을 봐도 신기할 따름인 것이...

저 아줌마가 공연 두시간 내내는 그렇게 어여쁜 예누파로 보이더란 거다...

 

+2.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씨즌 마지막 공연날... 오늘 원래 보려던 투란도트가 매진인 바람에...꿩대신 닭으로 봤던 오페라...

혹시 누군가가 볼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보라고 추천하는 오페라가 되었다...

투란도트의 매진에도 너무 감사하고...

 

+3.  내게 그렇게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이 거의 반만 찼을 정도로...독일에서도 인기있는 오페라는 아니라... 

이렇게 괜찮은 오페라가 어떻게 그렇게 알려지지 않을 수가 있나 싶어 집에 와서 찾아보니...

야나첵의 세번째 오페라 <예누파>는 그의 모든 오페라 가운데 가장 널리 공연될 뿐만 아니라 야나첵의 대표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꼽는 작품이란다.


<예누파>는 그가 좋아했던 베리즈모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영향을 받아 

당대에 유행했던 사실주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가 스스로 대본을 쓰고, 

1908년 초연을 한 이후에도 큰 애착을 가지고 수 없이 많이 개작을 거듭했다고 하는데, 

(오페라가 고향인 모라비아에서의 호평에 비해 프라하에서는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한데에 기인하지 않았나 한다.) 

그래서 지금 현존하는 전곡 음반들도 여러가지이나 대표적으로는 두 가지 버전을 친단다.

 

+4.  작곡가의 고향이 모라비아란다...

`농담`  루드빅의 고향...

지명만으로도 향수를 느끼게 하는 그곳 ...

내 고향도 아니면서 :) 



+5.  간결하게 꾸며진 무대 구성도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극 초반에는 비스듬하게 퍼스펙티브하게 열려있는 저 두 벽이 맞닿아서...

한 벽인 상태로 무대 중앙을 가르고 회전하며...

등장인물들의 물리적 심리적 위치와 상황을 나타냈고...

2막 예누파의 출산 이후 공간이 코스텔니카의 집으로 옮겨온 이후로는

사진처럼 벽을 둘로 나누어 비스듬히 놓고 조명을 더하는 것만으로...

등장인물들의 불안정한 상태와 맞물린 불안정한 공간을 그려냈다... 

 

무대 디자인에도 흥미가 생겼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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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방의 등 처럼..모든 것이 provisorisch 하기만 한 4개월 간의 삶...
지나고 보면 제일 아름답게 기억될 시절이고...
아직 길지 않은 내 삶에... 잠시 모든 것을 접고 마음껏 누려본 한 때임이 분명하지만...
이제는 슬슬 지친다...객지에서의 이 불안정한 삶이...
 
9월... 꼬박 2주간을 베를린과 포츠담 매일 근 3시간 씩 왕복하면서 여행 자체에 살짝 질린 것도 한 이유고...
(정말 베를린 역에서는 정말 뒤셀도르프가 아니라 슈트트가르트로 너무너무 가고 싶었더랬다...거의 눈물이 날만큼...)
눅눅하게 추워지는 날씨에 북향인데다 난방도 없어서 온기없이 눅눅한 뒤셀도르프의 방이 지겨운 것도 한 이유지만...
툭툭 먼지를 털듯...그렇게 털고 움직일 수 없는...
예정된 이사가 지겨운 것이 가장 큰 이유...
 
그래도 10월 31일 슈트트가르트 내려가는 표를 끊어놓고...는... 
신이 났댄다...
갑자기 김혜림의 옛노래가 생각이 나서...
꿈속에서까지 이어 양을 세다 말고 나섰던 어제 아침 출근 길...
이미 지각도 하고 버스도 놓친 나는 S-Bahn 역부터 사무실까지 기나긴 구간을 열심히 노래의...
가사 생각나는 부분만을 구간무한반복해 부르며 혼자 열심히 걸었더랬다...
 
이젠 돌아가 볼까 ~~~
아무도 없는 내 텅빈 방 어쩌구...
툭툭먼지를 털듯...
어느 새 길어진 머리 부드럽게 어루만질래...
(역시나 시간이 지나도 유행가 가사는 꼬옥 내 이야기 같은 것이다...)
 
이젠 돌아가 볼까~~~
 
그래도 간사한 나, 슈트트가르트에서는 어느새 이곳에서 매일을 여행처럼 보냈던 그 다섯달을 곧 그리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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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삼천오백마흔아홉 마리쯤...
계속 세었으면...
새벽 3시 47분...
이제는 자자..자자..자장...
 
사무실에서 메일을 쓰고 있는데...
마르코가 지나가다가 어깨너머로 한글 사이에 섞여 있는 숫자를 발견하고서는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양...
우리도 아라비아 숫자를 쓴다는 사실에 놀라와했다...
우리도 니네처럼...드라이타우젠트...퓐프훈더ㄹ트...노인 운트 피어지히 라고도 쓰기도 하지만...
니네처럼 우리도 귀찮아서 그냥 숫자 써 ~ 라고 대답했다...
 
양을 세다말고 난 생각...
 
자자...자자...자자...
양 삼천오백오십 마리...
양 삼천오백오십한 마리...
Posted by GIN :
동생이 찬조 출연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꽤 자주... 보던 영화 이야기나 그 뒷이야기로 꿈을 잘 꾸는데...
덕분에 평소에 보기 힘든 장동건...정우성 기라성같은 오빠야들은 물론 헐리우드 배우까지 꿈에서 곧잘 만난다...
좀 민망스럽긴 하지만 가끔 내가 꿈속 영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그 유명 배우인 듯 싶을 때도 있고... 
모 꿈에서야 모...어쩔것이여...내가 하고 있다는데...^^
 
내 꿈에는 유명인이 자주 나온다는 이야기를 액면만 들었던 혹자는
유명인을 꿈에서 자주 만난다는 것은... 야망과 성공지향적인 성향과 연결된다고 분석하려 들다가...
전날 밤 보던 영화 이야기가 속편으로 나름 이어지더라는 내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러한 맥락에서 어제 밤에도 007 류의 액션 대작을 한편 찍었는데...
어제 밤의 주인공은 바로 나와 내동생 우리 두 남매였다...크...
무슨 이유인지는 전혀 알 수 없으나...
어제 밤 우리는 극심한 폭풍우 속을 항해하고 있었다...
나와 동생 외에 한명이 더 있었는데...이 사람은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다.
아무튼...요동치는 뱃속에서 나뒹구는 물건들 사이에... 제법 단단한 케이스의 여행용 슈트 케이스 2개가 있는 거다...
케이스 맞물림 부분에서 이상하게 붉은 빛이 세어 나왔는데...(붉은 색이 기억 난단 말이지...꿈은 칼라야...칼라)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알수 없으나...일단은 위험 물질이란다...
무엇인가를 파괴시키고저...이 슈트케이스를 가져가 설치하는 게 임무 비슷한 거였나 본데...
폭풍우 속 요동침때문에 이 위험물질이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도착하기도 전에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거다...
이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 아마도 동생이 큰 활약을 펼쳤나 본데...
꿈 속에서는 생략...

다음 장면...
스타워즈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오비완 케노비가 마지막 혈전을 벌이던 곳과 비스무리 한 곳에서...
그 용암더미 중앙으로 동생이 슈트케이스를 밀어넣고 있는 거다...(이거야 모...갑자기 반지의 제왕도 아니고...)
그리고 많은 액션 영화에서 그러하듯...
갑자기 큰 진동...
순간 동생이 중심을 잃고 기우뚱 위기에 처했으나 다행히 아직 가라앉지 않은 슈트 케이스 위로 떨어져 중심을 잡고는
음하하하하... 다음...나의 활약...
내가 손을 뻗어 동생을 구해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그런데 뜬금없는 것은...
슈트 케이스 떨어진 그 순간부터 동생이 갑자기 월남치마를 입고 있더라는 것이다... :-)
 
 
동생아 미안해...
부족한 누님의 상상력 덕에 어제밤 꿈에 고생많았지..
역시나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꿈속 나의 상상력만 보구서도...영화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이없고 코믹한 상황에 동생까지 같이 열연해준 꿈이 오늘따라 너무 또렷이 생각나서
신기하고...재미있고...
아직까지 이런 꿈을 꾸고 있는 내가 너무 우습기도 하고, 오랜만에 본 동생 얼굴이 반갑고...그래서 기분 좋았더랬는데...
역시나 이런 정신없는 오두방정 씨추에이션은 개꿈일 수 밖에 없나보다...
결국에 저녁 무렵 꿈땜하는 소식을 전해듣고...
뾰로퉁해져서는 엄한 데다 꿍얼거림이 잔뜩 섞인 신경질을 내버렸다...
친구야도 미안해...
Posted by GIN :

2007.09.30_Time leap

2007. 10. 1. 04:43 from wie geht es mir
예를 들어, 일요일날  곧잘 침대에서 늑장 부리곤 하잖아...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란,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정신이 들고 보니 주변은 이미 밤인거야...
내 귀중한 일요일은 어디 간거야...
 
*'시간을 달리는 소녀' 중에서...
 
믿을 수 없이 짧아진 해만큼...
믿을 수 없을만큼 많이 자고...일어난 주말...

지난 주 봤던 애니메이션 속 마녀이모처럼 나도 말한다...
내 귀중한 주말은 어디 간거야...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