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7_Oper 'Elektra'

2007. 3. 18. 05:25 from was ich höre


Musikalische Leitung: Georg Fritzsch 

Regie: Peter Konwitschny 

Bühne und Kostüme: Hans-Joachim Schlieker 

Video: Signe Krogh 

Licht: Manfred Voss 

Chor: Johannes Knecht 

Dramaturgie: Werner Hintze, Juliane Votteler, Jens Schroth



+0.  문득...발레나 볼까??

그래...


그렇게 갑작스레 찾은 오페라하우스...

이날 공연은 오페라 '엘렉트라'...


+1.  중학교 때 창원 KBS홀에서 어설픈 '라트라비아타'를 본 이후로 처음으로 극장에서 오페라를 봤다...

2003년 겨울 그녀와 DVD로 도밍고가 출연하는 '아이다'를 보면서도 육중한 아이다의 비쥬얼에 홀딱 깨서...

'아이다는 좀 아이다'라는 탄식을 연발하며 보았더랬는데...


머리 굵어지고 극장에서 처음 맞은 오페라...'엘렉트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슈트트가르트 특유의 현대적 각색도 좀 낯설은데다가...

거구에 남성미 넘치는 엘렉트라에게서 비련을 느끼기가 좀 힘들었다...

엘렉트라인지 엄마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은 외모...


게다가 오페라로 처음 접하는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난해하기 그지 없었다...


+2.  그래도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로...독일의 학생할인의 이점을 새삼 깨달았다...

공연 직전에 끊은 학생표...단돈...8.50유로에 

우리는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들 사이...무대 바로 앞 4번째줄 한 가운데에서 공연을 즐겼다...


+3.  간만의 오페라 구경...난해한 음악에다 무대와 무대 위 자막 사이를 훑느라 정신은 없었지만...

독일의 저렴한 문화생활의 한 귀퉁이를 접기 시작하다...



Posted by GIN :


+0.  월드컵 개막 전날까지도 너무조용해서...정말로 월드컵 하는건가 싶더니...

전광판 앞에 응원하겠다고 사람도 이렇게나 많이 모였다...


+1.  크리스마스 장 때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긴 하지만...

같은 시간대라도 그때는 어두워서 감흥이 또 다르다...

이렇게 환할 때 독일 사람들이 모여서 술마시고 질펀하게 노는 건 처음 본 것 같다...

독일 온 이래로...


월드컵...하기는 하는구나...정말 실감이 나버렸다...

TV중계료 문제로 전광판 주위로 둘러쳐진 울터리...

덕분에 좀 야박한 느낌도 든다...


+2.  특수를 누리는 노숙자들...거리에 공병이 넘쳐나는 계절...

어떤 사람들의 마트의 캐리어를 밀며...광장을 누비고...

Posted by GIN :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듯, 퀸 역시 범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살인을 한 적도, 물건을 훔친 적도 없었고, 그런 짓을 한 사람을 알지도 못했다. 또 경찰서에 들어가 본 적도, 사설탐정을 만나 본 적도, 범죄자와 얘기를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일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책과 영화와 신문에서 얻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퀸은 그것이 자기에게 불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관심이 끌리는 것은 그 이야기와 세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그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들과의 관계였으니까. 윌리엄 윌슨이 되기 전부터도 퀸은 대단한 추리 소설 애독자였다. 그는 추리 소설들이 대부분 형편없이 씌여졌고 거의 모두가 건성으로 하는 검증에도 남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추리 소설의 형식에 마음이 끌렸다. 그가 읽으려고 들지 않은 것은 아주 드물게 보이는 말할 수 없이 형편없는 추리물뿐이었다. 다른 책들에 대한 취향은 아주 엄격해서 편협하다고까지 할 정도였던 반면, 추리 소설에 대해서라면 그는 여간해서 어떤 차별도 두지 않았다. 또 기분이 괜찮을 때는 별 어려움 없이 열 권이나 열두 권쯤을 내리 읽어 채울 수도 있었다. 그것은 그를 사로잡고 있던 일종의 허기, 특별한 음식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었고, 그 허기가 채워질 때까지는 그는 읽기를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책들에서 그가 마음에 들어 한것은 충실하고 경제적인 감각이었다. 제대로 된 추리 소설에서는 아무것도 낭비되지 않는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도 의미심장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 의미심장하지 않은 것까지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서 결국은 의미심장한 것이 된다. 책의 세계는 가능성과 비밀의 모순으로 소용돌이치며 생명력을 얻는다. 눈에 보이거나 말해진 것 모두가,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이야기의 결과와 관련될 수 있기에 그 어느 것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이 핵심이 되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하나하나의 사건과 함께 책의 중심을 바꾼다. 그러므로 중심은 어디에나 있으며, 책이 결말에 이르기까지는 어느 한 범주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탐정은 눈여겨보고 귀 기울여 듣는 사람, 사물과 사건들의 늪을 헤치며 그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해 의미가 통하게 해 줄 생각과 관념을 찾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작가와 탐정은 서로 바뀔 수 있는 존재이다. 독자는 탐정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면서 지엽적인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을 마치 처음인 것처럼 경험한다. 그리고 마치 주위의 사물들이 자기에게 말을 걸기라도 하듯, 자기가 이제 그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단순히 존재한다는 사실 이상의 다른 의미를 띠기 시작하기라도 하듯 그런 것 들을 알아차리게 된다. Private Eye. 퀸에게는 그 말이 3중의 의미를 지니과 있었다. 즉, 그말은 (조사자 investigator)를 의미하는(i)라는 글자일 뿐 아니라 자신의 살아 숨쉬는 육체에 감추어져 있는 조그만 생명의 싹인 대문자 (I)이기도 했고, 그와 동시에 작가의 육체적인 눈,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세상을 내다보고 그 세상이 모습을 드러내도록 요구하는 눈이기도 했다. 지난 5년 동안 퀸은 그 동음이의어에 붙잡혀서 살아온 셈이었다.
 
* 폴 오스터 '뉴욕 3부작-유리의 도시' 중에서 


Posted by GIN :
독일 영화, 드라마, 시트콤은...거의 대부분 정말 공감 안가고...
지독하게도 재미없는데...
신기하게도 CF만큼은 꽤 볼 만하다...

꽤 기억에 남는 카피문구 중 하나가... Herr....Vergesslichkeit....(Mr....건만증 정도...??).
아는 사람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Hallo, Herr...이러고는 이름이 생각 안나서 당황하는 장면에...Vergesslichkeit....라는 멘트가 이어지는 거다.
기억력이 나빠지는 원인이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서 그런 거라나 모라나...
그래서 뇌에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는 그 약이 바로 돌로민이랬었나?? 암튼 그런 CF다. 
친구의 건망증을 놀리면서....종종 써먹던 문구였는데...
 
오늘은 내가 바로 이 장면을 고대로 연출해버렸다...
Rundgang 중에 튜터 'Herr Eberding이 그랬는데...' 하고 이야기 하려던 참에...갑자기 튜터 이름이 생각 안나는게다...
교수님과 튜터 두분.... 갑자기 내가 이야기하다 말고 Herr...그러구선...멍하니 서있으니까...
다행히도 내 뜻을 알아채고 교수님이 Irion?? 이렇게 묻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 대답은 Nein.... 뒤이어...Eberding?? Ja.....

아.....이 어인...시트콤...그 민망함과 미안함이란...
세상에 두학기나 배운 튜터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 안나다니...
그래도 그 상황에 낄낄거리고만 마는 튜터들이니....
그나마 다행중에 다행이다...
 
정말로 저 약을 한 번 복용해야 하는 때가 강림하고 있는게 아닌가...
등줄기가 쪼금 서늘하다...


Posted by GIN :


´아빠는 오빠를 죽이고 말거야.´하고 피비가 말했다.
그러나 나는 듣고 있지 않았다.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미치광이 같은 것을.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줄까?´하고 내가 입을 열었다.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줘? 만일 내게 그 지랄같은 선택권이 있다면 말야.´
´뭔데? 욕 좀 하지 말고 말해봐.´
´너 그 노래 알고 있지? (호밀밭을  걸어오는 사람을 붙잡는다면) 하는 노래 말이야. 바로 내가 되고싶은 것은.....´
´그건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이라는 노래야.´ 하고 피비가 말했다. ´그건 시야. 로버트 번스가 쓴.´
´알고 있어. 로버트 번스의 시라는 것은.´
피비의 말이 옳았다.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이라고 해야 옳았다. 사실 그때는 그 시를 잘 몰랐다.
´만나면을 붙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어.´하고 말했다.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피비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또 ´아빠는 오빠를 죽이고 말거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Posted by GIN :

2005.12.25_White Christmas

2005. 12. 31. 02:04 from wie geht es mir



이번 연말엔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해서 연일 4일인가??
그렇게 줄창 눈이 내리는 게다...
덕분에 나의 게으름에 핑계가 붙었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를 시작하던 그날부터...'작업실 올라가서 작업하자!!' 던 다짐은...
느즈막히 일어난 아침 창밖에 여전히 흩날리는 눈발과 함께 그렇게 흩어지는 거다...
밤새 책 한권을 들고 침대 위를 뒹굴거리다 시계바늘이 7시를 향해 다가가는 걸 보면서
이제는 자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때의 창밖 풍경...


Posted by GIN :
derart, dass jeder Winkel... in seiner Bestimmung vollkommen festgelegt wird, dass also ein Wohnzimmer zum Wohnen und Schlafkabinen zum Schlafen und für 
nichts anderes bestimmt sind... nach  Art eines Ingenieurs, der die Normalfamilie mit drei Kindern als der Betrieb ansieht, für den er die Maschinen und die Fabrik 
konstruiert.

Bruno Taut

한국에서는 들어보지 못했었지만 독일에서는 근대 초기 작가로 거장의 반열에 올라있는 독일 작가 브루노 타우트..
(건축사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서 모를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이 1930년대에 한 이야기라는데, 가끔씩 너무나 당연한 듯한 이야기들에서 순간 뜨끔하게 될 때가 있다.
이렇게 뜨끔하게 되지 않으면, 영영 크게 고민하지 않고 넘겨버리는 일들이 너무 많다.


Posted by GIN :


이사를 하고...방학동안 한국을 다녀오고...
식구들과 또다시 떨어져 지내게 되며...
고양이 조차도 옆에 없는 혼자만의 삶을 다시 열며... 

허전함을 달래보고자... 방에다가 화분을 두개씩이나 들여놓고 키우기 시작했었다...
반 관상용, 반 식용을 목적으로한 바실리쿰과...
나즈막한 벤자민 한 그루...
 
어린 시절엔
아빠가 키우시는 화분에 물주는 것조차도 너무 귀찮아서...
나는 정말로 화분 같은 거 키우는 데는 취미같은 거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아침에 눈 뜨며 물 한잔 마시며, 이 녀석들 한테도 물 한모금 나눠주는 재미,
이래적으로 눈부시게 파랬던 가을 하늘아래 푸르른 잎사귀들이 안기는 즐거움과 흐뭇함이 그래도 꽤 쏠쏠한 것이었다.
얼떨결에 화분 잘 키운다고 1달간 같이 지냈던 그녀 M한테 칭찬도 듣고...
그녀 왈...이렇게 바실리쿰을 잘 키우는 건 처음 봤단다...
 
그런데... 요즘 이 녀석, 바실리쿰 이라는 놈이 좀 문제다...
애시당초 이 놈을 들일 때 부터의 주 목적이 스파게티에 더 신선한 향을 공급하겠다는 것이기는 했었지만....
한국 다녀오고서 한참 동안은 갑자기 스파게티에 대한 열의가 꺽여서...
또 한달 동안은 같이 지내던그녀가 스파게티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해서...
등등의 이유로 한동안 스파게티를 멀리하면서...
애초의 목적과 달리 바실리쿰은 관상용으로 방 창틀에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나 나의 스파게티 사랑이 결국에 어디가겠는가???
11월 중순을 넘기며...스파게티 요리가 재개되었다...특히나 스스로의 해물 스파게티 요리 실력에 감동하면서...
그런데 그 무성한 잎들 사이에서 몇개 떼어 낸다고...큰 타격이 절대 아닐 터인데...
갑자기 이 놈들이 식용으로 용도 변경 되면서부터 갑자기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실수로 하루 창일 열어두고 외출을 해서, 종일 찬바람 쏘이게 한 적이 있긴 하지만은...
 
그래도 따악 시기 적절하게 내가 먹자고 팔 걷어 붙이고 나서면서부터...
이 녀석들이 시들시들 마르기 시작하는 걸 보니...
꼭 내가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이놈들 한번 잡아 먹어보겠다고 꾸역꾸역 먹이고 언제나 살이 좀 붙나 기다리는 마녀에게...
헨젤이 통통한 자기 팔 대신에 먹고 남은 뼈다귀를 내 밀었듯이...
이 녀석들도 내 눈앞에서만 시들시들하고, 내가 자리 비운 사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해지는 것은 아닌가...
모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잠시 해보는 거다...
 
그림형제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가?
이 영화 지독하게 재미없었는데...참...


Posted by GIN :

2005.12.04_Alchimist

2005. 12. 5. 07:21 from was ich (le)se(h)
Es war ein sehr heißer Tag, und der Wein vermochte ihn aus irgendeinem unerklärlichen Grund erquicken. Die Schafe waren am Ortseingang, im Stall seiner neuen 
Freunde, gur aufgehoben. Er kannte überhaupt eine Menge Leute in dieser Gegend, und darum reiste er auch so gerne. Man konnte immer wieder neue 
Freundschaften schließen und mußte nicht Tag für Tag mit denselben Leuten auskommen. Wenn man, wie im Seminar, immer dieselben Menschen um sich hat, 
dann lassen wir sie zu einem festen Teil unseres Lebens werden. Und wenn sie dann ein fester Teil davon geworden sind, wollen sie unser Leben verändern. Und 
wenn wir dann nicht so werden, wie sie es erwarten, sind sie enttäuscht. Denn alle Menschen haben immer genaue Vorstellungen davon, wie wir unser Leben am 
besten zu leben haben. Doch nie wissen sie selber, wie sie ihr eigenes Leben am besten anpacken sollen. Wie jene Traumdeuterin, die nicht fähig war, die Träume 
wircklichkeit werden zu lassen. 

* Paulo Coelho 'Alchimist' 




Posted by GIN :

작업실엘 올라오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시락을 싸봤다...
도시락이래 봤자...밥도 반찬도 다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전에 DSH 치러 다닐 때... 빵에 Salami와 Käse를 껴서 간단하게 역시나 허술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챙겨간적이 있긴 하지만...
오늘처럼 밥을 해서 도시락 통에 담아 나오기는 처음이다.
어떻게든 (절약도 하며)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의 의지는 참으로도 절박한 것이어서...
나와 같이 게으른 아이가...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드리게 되니...
참으로 평생이 가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짓도 결국은 해보게 된다...

아침을 Müsli로 어설프게 떼우는 그 순간에...
부지런히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히고, 부엌 찬장과 냉장고를 부시럭부시럭 뒤져서 도시락통이 될 만한 플라스틱통을 찾아 설겆이를 하고...
밥이 되기가 무섭게 자반볶음에다가 대충 슥슥 비벼서... 
방금 전 씻어 놓은 락앤락 통에다 대충 눌러 담고...
반찬이라고는 딸랑 하나...며칠 전 담가 놓은 고추절임을 몇개 쑤셔담고 얼른 뚜껑 덮어 후다닥 집을 나섰다...
참... 뜨뜻한 국물용으로...부엌 서랍에 남아 뒹굴던 라면스프하나도 덤으로 챙겨넣고...

철이 드는지...
어느 날, 순간 문득문득...지난 일들이 새삼 떠올라...새롭게 기억되고...그와 함께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러면...그땐 그랬지....아 그랬었구나...하면서, 짜안...해 하는데...
오늘 이 허술한 도시락 뚜껑을 덮는 순간이 바로 그런 때였다.

갑자기 중학교 시절...고등학교 시절....매일같이 아침상을 마주하던 그 순간이 눈앞을 스쳤는데...
행여나 입맛 없을까봐 매일같이 아침마다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 내던...
엄마의 분주함 곁에는 항상 일찌감치 지어진 밥이 도시락통에 담겨...
그 반지르르한 밥알 하나하나들이 배를 내놓고 그 후끈한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매일같이 당연한 듯...지나쳤던 그 순간과 씽크대 한켠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밥통의 기억이...
오늘 아침...후다닥 도시락통 뚜껑을 덮다가 갑자기....
열기가 덜 가신 도시락통 뚜껑을 덮으면, 나중에 안에 물기가 고여 혹여나 밥이 눅눅해져 맛이 없어질까봐...
일찌감치 밥을 지어 통에 담아 놓고 식히던 엄마의 마음을 문득 기억하게 되면서 다시 다가왔다...

순간 울컥해졌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