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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6 2009.01.26_또 한 번의 결정... 2
내게 '결정'이란 항상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었던 결정을 또 하나 했다...
주위의 친구들과 상의를 좀 하고...제법 마음을 굳히고...설맞이 선물 셈 치고 집에 보고까지 하고서도...
못내 아쉬웠는지...잠을 이루지 못하고...새벽에 Chef에게 메일을 쓰고...
결국 밤을 꼴딱 세우고는...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나 니네 사무실에서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겠노라고...'

내 시간을 좀 가지면서...제일 (좋은 의미로) 여유있게 (좀 나쁘게 말하면...널널하게) 일할 수 있을 사무실이라...
슈트트가르트에 머무르는 동안에 아르바이트나 할 수 있으면 차암...좋겠다는 맘으로 지원을 했더랬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냈던게 9일 쯤이던가...
12일 월요일에 당장 인터뷰 보자고 연락이 온 것을...
아무래도 너무 갑작스레 빠르게 일이 진행되는 게 당황스러워서...바쁘다고 뻥을 치고 인터뷰를 일주일 미루었더랬다...
19일 월요일에 2년 전 인턴 자리를 구하면서 만들어 두었던 포트폴리오를 들고가 인터뷰를 봤다...
그 자리에서 당장 파트너가 오케이 일하자...하니...기쁘기보다 당황스러워서 더 선뜻 Ja...라고 할 수가 없는 거다...
잡히지도 않은 인터뷰 일정을 핑계를 대고...생각해 볼 시간 일주일을 얻었었다...

결국 한 주를 꼬박 고민했다...

9시 출근에...설계 사무실로는 드물게...6시 칼퇴근을 할 수 있고...
초과근무를 하면...꼬박꼬박 휴가로 챙겨준데고...
무엇보다도 아르바이트 비자 문제도 알아서 해결해준다는 이야기도 먼저 꺼내고...

근로 조건만 따지면 이보다 더 황감한 데가 없는데...

졸업과 함께...기필코 슈트트가르트를 뜨리라...굳세었던...다짐...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대한 동경...
조금은 눈에 덜차는 사무실...
그리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쉽게쉽게 풀려가는 상황에 엄습하는 불안감...
또 그 못지 않게 '이만한 조건을 거절하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없음...
한편으로...일을 시작한 후 이미 지원해 놓은 다른 사무실에서 또 연락이 온다면...

등등의 문제가 뒤섞여서 쉽게 정리를 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처럼 마지막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까지...
한 손에 이미 쥐어진 떡과...다른 한 손에 혹시 쥐어질지 모를 떡을 들여다보며...끊임없이 저울질을 하는 것이다...

결국 당장 주어진 현실의 달콤함이 이겼다...
아직 내 것이 아닌 떡을 마냥 기다리기에 나는 너무나도 소심하고...
경기는 너무나도 불안정하고...유로화도 너무 비싸다...
마냥 손놓고 놀며 기다리느니...일단은 일을 시작하고...차차 후에 옮기기로 맘을 먹는다...

거절할 경우에 대비해...집에 차마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고민을 하다가...대충 맘을 정하고...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한창 아침 식사 중이던 식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예상대로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신다...
반가워하시면서도...아빠는 그래도 장래를 생각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꽤...오래 고민을 했는데...
막상 '엄마 나 취직됐어...'라고 말씀드리고 나니...이제야 제대로 좀 자식 노릇을 한다 싶어...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좋다...

일단은 이제 눈을 좀 붙이고...
다시 포트폴리오 마무리 작업을 해야겠다...
지난 한 주간 꼬박 심란해서...괜시리 잠만 설치고...작업도 제대로 못했다...

나의 뇌를 학대하는 일은...이제 그만...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