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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1_조의

2010. 3. 12. 07:33 from was ich (le)se(h)
내 팔과 다리가 수고해 준 덕에 말끔히 일을 마쳤다.
초겨울까지는 땔만한 분량이다.
땀에 전 옷을 개울가에 나가 빨아서 널고, 물 데워서 목욕도 했다.

내친 김에 얼기 설기 대를 엮어 만든 침상을 방안에 들여 놓았다.
여름철에는 방바닥보다는 침상에서 자는 잠이 쾌적하다.
침상은 폭 70센티미터, 길이 180센티미터, 높이 30센티미터로 내 한 몸을 겨우 받아들일 만한 크기다.
뒤척일 때마다 침상 다리가 흔들거리는 것이 마치 요람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다. 

일을 마쳤으니 한숨 쉬기로 했다. 
내가 살 만큼 살다가 숨이 멎어 굳어지면 이 침삼째로 옮겨다가 화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무도 없는 데서, 제발 조용히, 벗어버린 껍데기를 지체없이 없애주었으면 좋겠다.

잠결에 쏴 하고 앞산에 비 몰아오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이제는 나무간에다 땔나무도 들이고 빨래줄에 옷도 거두어들였으니,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 소서.'

한동안 가물어 채소밭에다 물을 길어다 뿌려주곤 했는데, 비가 내리니 채소들이 좋아하며 생기를 되찾겠다.

자연은 순리대로 움직인다.
사람들이 분수에 넘치는 짓만 하지 않으면, 그 순리를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소용되는 모든 것을 대준다.
이런 자연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법정 스님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 하랴' 중에서...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