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하철을 잘못 갈아타는 바람에 놓쳤던 낮공연...
오늘 저녁 퇴근길에 챙겨봤다.
1/4 만큼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7/4 만큼의 만족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던 날이었다.
달랠 수는 있어도 채울 수는 없는 게 있다.
인터넷 좌석 상황이 어제가 더 좋아서 낮공연이어도 굳이 어제 보려했었는데...
역시나 저녁에 공연 한시간 전에 표 끊으려 보니...podium chor 석 아니면 발콘 아래좌석이다.
그래도 뒤셀도르프 Tonhalle는 기본적으로 원형극장이라 chor 석이 무대에 가려지지 하지 않아 다행이다.
나름 podium에서는 정중앙석을 받아서...
공연 내내 지휘자를 정면으로 마주보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등 뒤에 앉아서...
보통 제일 멀리서 들려오던 북소리. 트라이 앵글 소리. 탬버린 소리. 마린바 소리. 심벌즈 꽝 울리는 소리. 기타 나팔 소리를 오히려 가까이서 듣고...
(오늘 오케스트라 두 곡은 유난히 타악기와 나팔이 유난히 강한 곡들 이어서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너무 좋았다)
항상 앞쪽 바이올린 연주를 중심으로 보고 듣곤 했었는데...
오히려 지휘자 손길에 따르는 기타 악기들의 흐름을 따라다니며
아!! 저 악기가 저렇게 하면 저런 소리도 나는구나!!
아!! 이 소리가 저악기에서 나는 소리였구나!!
연신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세계의 발견에 재미있어 할 수 있었다.
1부 Prokojew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실 이제 꽤나 익숙한 곡이지만...
오늘 들은 버젼이 최고였다.
물론 강수진씨가 공연하는 발레를 보면서 들었던 때는 사실 열외로 쳐야겠고...
지난 번 베를린에서 들을 때는 사실 너무 피곤했던 탓에 시큰둥하기도 했지만...
오케스트라 규모에서부터 타악기 부분 해석, 그리고 중간에 이번에 처음 들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 부분까지...
모든 부분에서 오늘 연주가 비교할 나위 없이 탁월히 나았다.
여러번 들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곡 자체가 그렇게 까지 규모있고 화려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다.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 극 자체에 열광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발레도 그렇고 곡 자체도 그렇고...
초반부의 화려함과 중반부 머큐시오 죽음 전후의 격렬함, 그리고 무게, 장중함에 비해...
결말부분에서는 항상 작품전체의 힘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아왔는데...
그 아쉬움은 오늘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간의 격렬한 결투와 머큐시오의 죽음 부분의 묘사만큼은
무려 4년 전에 본 발레 속 머큐시오의 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낼 만큼 강렬했다.
새로 알게 된 곡...
그리고 이제 내것이 된 곡...이제 음악도 듣고 함께 느끼면서
슈트트가르트 돌아가면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꼭 다시 봐야겠다.
곡 하나가 나의 소중한 재산 한 부분으로 완연히 자리 잡은 것도 좋았고...
마지막곡 차이코프스키의 익숙한 이탈리아 기상곡도 너무 좋았고...
일부러 Tonhalle 스케쥴을 가져다 주시며 볼만한 공연을 추천해 주시던 친절한 옆자리 할아버지도 너무 감사했고...
공연 전에 살까 잠시 망설이다 소유욕을 버리자며 떨쳤던 유료 공연 프로그램을 건내 주시며,
집에 가서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기억 간직하라시던 할아버지 말씀과 따뜻한 눈빛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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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에 약 30분 간 진행된 첼리스트 인터뷰도 좋았고...
공연 후에 season 마지막 공연 기념으로...(season 마지막 공연인 것도 오늘에야 알았지만....)
거의 내게는 überraschung이었던... 로툰다 러시아 민요 공연도 너무 좋았다...
덤으로 나눠준 Apfelschole도 너무 좋았고(와인을 마실까 고민도 됐지만...)
그렇듯 3/4 이 아니라 7/4 만큼이나 만족스러운 날이었으나...
딱 하나 모자라고 이 모든 만족에도 용서되지 않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으니...
Variationen über ein Rokoko-Thema 내내 들썩이는 첼리스트의 어깨만 뚫어지게 바라봐야 했다는 것이다...흑흑흑...
피아노만 해도...podium 이면 연주하는 옆모습을 볼텐데...
첼로 연주에...손놀림은 정작 하나도 볼 수 없으니...그 답답함이란....참....
오늘따라 또 첼리스트는 왜 이리 어리고 꽃미남이신지...거참...쩝....
이 총각 등판만 봤단 말이지...
모 앵콜연주 할때까지 왔다갔다 할때 살짝 얼굴 보긴 했지만은 서도...
다니엘 뮐러-쇼트...건장한 어깨에 말갛게 하야니 곱상한 얼굴의 이 청년은...
안느 소피 무터와 협연을 해서 음반을 내며, 그녀의 지원을 받는 신진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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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휘자는 전에 1999년부터 KBS오케스트라 6대 상임 지휘자이기도 하단다... 으흠....
"의무적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서 청중에게 평생 잊지못할 감동을 안겨주는 오케스트라로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바쁜 일상 때문에 음악회에 발길을 끊었던 애호가들을 다시 공연장으로 불러들여야죠. "
1999년에 부임 초 공식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다는데...
KBS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