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휴가 후유증에 낑낑 대며 보내던 한 주가 어느새 지나고...

손꼽아 기다리던 주말이 왔다...


아침에 눈을 뜨고는...누운 그대로 전화를 들고 엄마와 수다를 좀 떨고...

가볍게 청소기를 한번 돌리고...

냉장고에서 수박 4분의 1통을 꺼내어 아침을 떼우고...


한달째 세탁소행을 기다리고 있던 겨울 외투를 마침내 모조리 꺼내 들었다...

Pfand를 받아야 할 공병도 챙기고...


+1.  세탁소에 겨울 외투를 내밀었더니...


세탁소 주인: 이제 겨울옷 관리 시즌은 지나서...좀 오래 걸려요...

 담주 토요일...OK??

나  : 괜찮아요...어차피 이제 안입어요...

세탁소 주인: 바라건대 입을 일이 없어야죠...^^


올해 겨울이 좀 징하게 길긴 길었다...


+2.  공병도 던져주고...공병값 대신 작은 수박 한통을 바꿔왔다...

요즘 이 수박에 꽂혀서...한참 열심히 먹는 중이다...

씨도 없는 이 미니 수박만큼은 이태리에서 먹은 놈들보다 낫다...


그 사이에 큰행님으로부터 호출명령이 떨어졌다...


+3.  부랴부랴 챙겨서 그녀를 만났다...


차표를 끊고 있노라니...그녀가 지난 한주간의 실수를 알려온다...


그녀: 저...이번 주에...현금인출기에서 카드만 빼오고 돈은 두고 왔어요...

나   : 왜 그랬어요??? 정신줄...정신줄...우리 그러지 맙시다...^^


그러면서 차 시간표에 힐끔 눈길을 줬더니...다음 차는 U1...1분 뒤... U2는 3분 뒤...

멍 때리며 오는 차 가리지 않고...타는 습관이 있는 나...

'다음 차 말고 다다음차를 타는 거야...' 속으로 다짐을 하며...

나도 그녀에게 내가 정신줄을 놓았던 사연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나는 기계에서 계좌이체를 하고...카드 두고 온 사연이 있다...


+4.  그리고 2분 뒤 우리가 타고 있던 것은 U1...

정신 차리자고 말하며...정신줄 놓았던 사연을 이야기 하며...동시에 또 정신줄을 놨다...둘다...


그녀 : 전 지하철 번호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어요...

나    : 전 1번 타면 안된다고 생각하고...있었는데...지하철 오는 순간 까먹었어요...ㅠㅠ


+5.  우여곡절 끝에 S반 역에 시간 내에 도착하는 것을 성공하며...


나    : 위안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그래도 돈 잃어버린 게 카드 잃어버린 것 보다는 낫다라고 생각합시다...

그녀 : 저 출근길에 차표 끊다가 차표만 뽑고...카드 두고 와서 카드 잃어버린 적도 벌써 있어요...


S반을 탄 그녀...이렇게 부지런히 되뇌었다...'Waiblingen...Waiblingen...'


*     큰행님은 모르신다...우리가 얼마나 힘들게...큰행님을 찾아뵈었는지... 

좀 오락가락하는 두 여자의 좀 피곤한 마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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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떨어진 거리에 살고있는 그녀를 방문하는 일은 즐겁다...

 요리를 좋아하는 그녀가 선보이는 메뉴는 매번 놀라움과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일명 '사은회'...또 다르게는 '알현식'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날...

 그녀가 선보인 후식... 도나 헤이의 '....' 


 이름을 잊어버렸네..

 도나 헤이가 이 아이들을 뭐라했든...내게는 '완두콩 형제들'...

 순전히 그녀의 예쁜 접시때문이다.

 

 내 덕분에 그녀는 레더러라는 건축가를 알게 되었고...

 그녀 덕분에 나는 도나 헤이라는 요리사를 알게 된다...




 완두콩 형제들이 헤어져야 할 시간...

 그리고 해가 지면... 우리도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번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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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친구댁 부엌의 작은 텃밭...곧 세상 구경을 하겠구나...

 너의 정체는???

 2013년 4월 11일 흙을 만난듯한 Rittersporn (델피니움)


 +1.  1년에 한두번 말린 허브를 집에 보내는데...

 올 봄에는 마트에 파는 씨앗들을 보고...

 문득 심어서 허브텃밭을 가꾸어 보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질과 파슬리, 체리토마토의 씨앗을 몇봉투 사서 집에 보냈다...


 겸사...마당이 있는 친구에게도 좀 보내고...


 +2.  지난주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니가 소포 잘받았다고 카시드라...

 아부지가 토마토 씨 8개 들어있드라고 얼마 줬냐고 물어보라 카시드라..'


 헉...8개 다 싹이 안나기만 해봐라...

 뭐...어쩌겠냐만은 서도...


 +3.  어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 왈: 원래 토마토나 호박 같은 것들은 씨 사면 몇개 안 들어있어요...


 아...그렇구나...원래 그런 거구나...


 +4.  친구댁 부엌 앞 테라스는 정말로 허브텃밭이다...상추를 위한 작은 하우스도 있고...

 허브텃밭의 이름표가 너무 탐이 났다...

 

 나    : 아...이 이름팻말...너무 예뻐요...이런건 어디서 사셨어요??

 친구 : (만면에 수줍음과 흐뭇함이 교차) 벼룩시장에서... 

 나    : OTL... 이쁜데 벼룩시장에서 사셨다고 하면...어디서 그냥 쉽게 살 수 없는 거라...그냥 좌절하게 되요...

          집에 보내드릴까 했었는데...ㅠㅠ

 친구 : 벼룩시장에서 또 이런거 보이면 사줄께요...  


 담번 방문까지 벼룩시장에서 안구해다 주시면... 살포시 뽑아 올지도..

 대담한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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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오...겡끼데스네.... :)



+0.  2월 어느 금요일...카톡...


그녀: 근데 우리 뭐 사갈까요? 과일? 와인?

나   : 와인은 우리가 너무 잘 모르니까...차라리 화분 어떨까요?

그녀: 괜찮은 거 같아요...

나   : 근데 근처에서 화원 본 적 있어요?

        전 출퇴근 길에서는 못 본거 같은데...

그녀: 아...집 근처에 있어요 ^^



+1.  2월 어느 토요일 아침...화원...


우리: 이건 뭐야? 관상용으로 잠깐 피었다가 지는 거야?

직원: 아...이건 양파야...며칠 뒤면 꽃이 필꺼야...

        꽃이 피고 나면, 정원에 옮겨 심으면 되고...

        그렇게 옮겨 심어두면...계속 자라서 내년에도 꽃이 필꺼야...

우리: 아...양파....

        양파를 돈주고 화분으로 사기는 좀...


잠시 고민...뭐...그래도 화분이 너무 이쁘니까...

'니가 이쁘니까 산다!!!'


오...녀석...제법 무겁다...



+2. 2월 어느 토요일 점심 무렵...

간만에 화원이라는 데를 다녀오니 아빠 생각이 났다...


나   : 아빠...오랜만에 화원가서 선물하려고 화분 하나를 사왔는데...

        그러니까...아빠 생각이 나네...그래서 전화했어...

        근데...우리 있잖아...세상에 양파 샀다...양파...다마네기...

아빠: 그래...관상용 양파 키운다...종자가 살짝 다르기는 하지...와? 우리집에도 있잖아...

나   : ㅇ.ㅇ 아...진짜???



+3.  2월 어느 일요일...마실 당일...


아무리봐도 녀석 제법 무겁다...

화원에서 받은 종이 봉투가 너무 약해보여서...

좀더 짱짱한 비닐이 좀 섞인 쇼핑백에 옮겨 담고는 문앞에다 세워둔다...


약속 시간...그녀가 좀 늦다...


나   : 주말에는 차가 한시간에 한대씩 밖에 없는데...시청 앞 지하철은 우리 벌써 놓쳤구요...

        시내까지 빨리 뛰어 가야겠어요...

        (마악 내달리려는 찰라...날 불러 세우는 그녀...)

그녀:  화분은???


아...놔... 이...정신줄...


얼른 화분을 챙겨오고 보니...시간은 더 촉박...

간만에 심장이 터져라 뛴다...다다다닷...


고지가 바로 여기...시내 지하철역...툭...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달랑달랑 남은 두개의 끈...


더듬더듬 짚어보며...'괜찮은 거 같아요...안깨졌나봐요... ^^:'

헉...가까이에서 떨어졌으니까...괜찮으리라 철떡 같이 믿고...



+4.  2월 일요일 코릅...


행님: 뭐...이런 걸 다...

나   : 자랑스럽게...거기 포장지를 풀면...훠얼씬 더 예뻐요...


포장지를 풀려하자...주르륵...


행님: 앗...깨졌네요...(펙!) 죽을라우...


이 모든 과정을 다 알고 있고...나에게도 책임이 있음에도...

순간 울컥하여...그녀의 목을 살짝 조를 뻔 했다는...ㅠㅠ


우리: 그래도 화분이 너무 이뻐서 아까우니까...복원용 접착제 사서 한번 붙여보세요...ㅠㅠ

            


+5.  3월의 어느날 카톡 메세지...



그녀: 앗... 산산조각이 났군요...



+6.  4월의 어느날...행님의 블로그에서...녀석의 부활을 확인하다...


나   : 아...붙었어요...붙었어요...

행님: 비싼 클레버 엄청 쳐발랐다는...

나   : 세월이 흐르면 비싼 클레버 덕에 품격있어 보일 것이라 막무가내로 우김...



+7.  4월...이제는 정말로 봄날... 녀석의 생사 직접 확인....

거주자는 바뀌었지만...녀석...아무튼...'살~아있네!!!'

묘하니 꽃의 가지가 지나가는 무늬대로 깨어져서 사진으로는 깨진 면이 거의 티가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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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나 있다...그녀...그리고...주인장도...

티라미슈 준비로 분주한 그녀들...그리고 배짱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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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한국 어느 싸이트에서 '아펠바움'이라는 아파트 이름을 보고 빵 터진 적이 있었다...

이긍...차라리 그냥 '사과나무'라고 하지...

알고보면 사과나무에 불과한 것을 많은 사람이 뜻도 알지도 못할 왠...뜬금없는 아펠바움???


아무튼 각설하고...슈트트가르트 근교...코릅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정말 '야파니쉐 키르쉬바움 펜트하우스'가 입주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층 가까이 다가온 걸 느끼긴 하지만...정말로 봄이라는 녀석이 와줘야...입주자가 들 것이므로...

(야파니쉐 키르쉬바움은 벚나무다...)


내일이라도 당장 꽃망울을 터트릴듯한 기세로 빵빵히 부풀어오른 벚꽃들 사이로 새 주인을  기다리는 집들이 널리었다...


언젠가...다음번 방문에는 거주자들을 구경할 수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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