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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_모범시민

2010. 9. 25. 05:47 from was ich (le)se(h)

Jonas :  The Shelton-case. Where are we?
Nick    :  It went sideways last night.
Jonas :  Bad news. What now?
Nick    :  Let´s make the deal.
Jonas : They killed a little girl, Nick.
Nick    :  It´s an imperfect system.
Jonas :  And we its imperfect servants. However, you could win this case.
Nick    :  Can´t take that chance. Some justice is better than no justice at all.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평화로운 일상이 잔혹한 범죄에 의해 한 순간에 돌이킬 수 없이 무참히 깨어졌지만...
사회 제도적 한계에 의해 범인들이 합당한 처벌의 틈을 교묘히 벗어나는 현실에 마주한 가장이 직접 응징에 나서는 순간 영화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오래된 옛 영화 타임 투킬을 연상시킨다...

비슷한 주제, 비슷한 시점에서 출발했지만...20세기의 타임 투킬이 법정 휴먼 드라마의 길을 택하면서...
고전적이지만 법정에서의 발언을 통해 사회 제도에 비난을 가하고,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결국 그릇된 제도에 대해 당당히 승리를 얻어...
가장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는 감동적인 결말을 취했다면...
21세기의 모범시민은...훨씬 과격한 입장을 취한다...

현실에 분노한 가장일지라도 타임 투킬의 사뮤엘 잭슨이 여전히 사회의 일원으로서, 검거된 그 순간부터는 순순히 공권력에 순응하고

법정 공방이 시작된 순간부터는 시대를 앞서나갔다는 백인 변호사에 앞날을 의존하는 수동적인 인물이었다면...
자칭 모범시민이라는 클라이드는(법정 공방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는 국정 변호사조차 선임하지 않는다...)
법정에 선 피고로서 보다는 철저히 개인의 입장에서 제도의 헛점을 우롱하고...

더 나아가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모범시민의 자리를 박차고 나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흔한 소재를 한번 비틀어 흥미롭게 만든 발상도 아주 좋고...중반까지 흐름도 아주 좋다...
특히 오프닝에 해당하는 클라이드의 가족이 공격을 당하는 순간부터 클라이드가 범인 대비를 응징하기까지 20여분의 호흡과 편집은 정말 깔끔하고 칭찬할 만하다...
위험인물인 주인공은 이미 검거된 상황에서 거의 다이하드에 맞먹을 만큼 제도에 위협적인 사건이 연일 이어지는 공포상황은 꽤나 흥미진진하고도 도발적이며,
도대체 어떻게?? 라는 궁금증을 계속 자아내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그런데...중반을 넘기면서...영화는 갑자기 출발 지점을 잃어버리더니...
초반의 긴박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얼렁뚱땅 스리슬쩍...어떻게에 대한 답을 툭 던져 풀어놓고는...
클라이드의 복수가 결국에는 궁극적으로 닉 하나를 향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서...
클라이드는 그 난리를 통해 겨우 닉 하나 가르치는데 그치고...
그래서 닉이 고작 되었다는 것이 성실한 아빠, 남편이다라는 전형적이면서도 생뚱맞고 또 어리석은 결말을 지으며,
결국 출발한 지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이 나버렸다...
정말 이 엔딩은 과연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한 사람이 만들었는지 의심이 될만큼 형편없는 엔딩이다...

영화 초반부, 성취욕 강한 검사 아빠가 10년 전 본인이 직접 사형을 구형했던 죄수의 형집행에 참석하느라...
소중한 딸의 첼로 리싸이틀을 보러가지 못하자 부인이 심하게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거슬리기는 했지만...그래도 설마 했었는데...
그 지점에서 결말을 맺을 줄이야...
도대체 가정적인 검사와 제도의 개선, 사회 정의 구현을 어떤 논리적 상관관계로 이해하라는 말인가...


제도의 헛점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제도에 대한 도전은 교묘하게 비껴나가며 끝을 맺는다...용두사미...
좀 아까운 영화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