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오...오...겡끼데스네.... :)
+0. 2월 어느 금요일...카톡...
그녀: 근데 우리 뭐 사갈까요? 과일? 와인?
나 : 와인은 우리가 너무 잘 모르니까...차라리 화분 어떨까요?
그녀: 괜찮은 거 같아요...
나 : 근데 근처에서 화원 본 적 있어요?
전 출퇴근 길에서는 못 본거 같은데...
그녀: 아...집 근처에 있어요 ^^
+1. 2월 어느 토요일 아침...화원...
우리: 이건 뭐야? 관상용으로 잠깐 피었다가 지는 거야?
직원: 아...이건 양파야...며칠 뒤면 꽃이 필꺼야...
꽃이 피고 나면, 정원에 옮겨 심으면 되고...
그렇게 옮겨 심어두면...계속 자라서 내년에도 꽃이 필꺼야...
우리: 아...양파....
양파를 돈주고 화분으로 사기는 좀...
잠시 고민...뭐...그래도 화분이 너무 이쁘니까...
'니가 이쁘니까 산다!!!'
오...녀석...제법 무겁다...
+2. 2월 어느 토요일 점심 무렵...
간만에 화원이라는 데를 다녀오니 아빠 생각이 났다...
나 : 아빠...오랜만에 화원가서 선물하려고 화분 하나를 사왔는데...
그러니까...아빠 생각이 나네...그래서 전화했어...
근데...우리 있잖아...세상에 양파 샀다...양파...다마네기...
아빠: 그래...관상용 양파 키운다...종자가 살짝 다르기는 하지...와? 우리집에도 있잖아...
나 : ㅇ.ㅇ 아...진짜???
+3. 2월 어느 일요일...마실 당일...
아무리봐도 녀석 제법 무겁다...
화원에서 받은 종이 봉투가 너무 약해보여서...
좀더 짱짱한 비닐이 좀 섞인 쇼핑백에 옮겨 담고는 문앞에다 세워둔다...
약속 시간...그녀가 좀 늦다...
나 : 주말에는 차가 한시간에 한대씩 밖에 없는데...시청 앞 지하철은 우리 벌써 놓쳤구요...
시내까지 빨리 뛰어 가야겠어요...
(마악 내달리려는 찰라...날 불러 세우는 그녀...)
그녀: 화분은???
아...놔... 이...정신줄...
얼른 화분을 챙겨오고 보니...시간은 더 촉박...
간만에 심장이 터져라 뛴다...다다다닷...
고지가 바로 여기...시내 지하철역...툭...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달랑달랑 남은 두개의 끈...
더듬더듬 짚어보며...'괜찮은 거 같아요...안깨졌나봐요... ^^:'
헉...가까이에서 떨어졌으니까...괜찮으리라 철떡 같이 믿고...
+4. 2월 일요일 코릅...
행님: 뭐...이런 걸 다...
나 : 자랑스럽게...거기 포장지를 풀면...훠얼씬 더 예뻐요...
포장지를 풀려하자...주르륵...
행님: 앗...깨졌네요...(펙!) 죽을라우...
이 모든 과정을 다 알고 있고...나에게도 책임이 있음에도...
순간 울컥하여...그녀의 목을 살짝 조를 뻔 했다는...ㅠㅠ
우리: 그래도 화분이 너무 이뻐서 아까우니까...복원용 접착제 사서 한번 붙여보세요...ㅠㅠ
+5. 3월의 어느날 카톡 메세지...
그녀: 앗... 산산조각이 났군요...
+6. 4월의 어느날...행님의 블로그에서...녀석의 부활을 확인하다...
나 : 아...붙었어요...붙었어요...
행님: 비싼 클레버 엄청 쳐발랐다는...
나 : 세월이 흐르면 비싼 클레버 덕에 품격있어 보일 것이라 막무가내로 우김...
+7. 4월...이제는 정말로 봄날... 녀석의 생사 직접 확인....
거주자는 바뀌었지만...녀석...아무튼...'살~아있네!!!'
묘하니 꽃의 가지가 지나가는 무늬대로 깨어져서 사진으로는 깨진 면이 거의 티가 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