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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30 2008.12.29_경축! 우리사랑
  2. 2005.12.04 2005.12.04_처음으로 도시락 싸 본 날...


지오 : 그럼  60 먹은 여자가 젊은 애랑 바람피는 환상 갖는게 안이상해???

         이상하잖아. 그래서 그거를 내가 코믹으로 찍겠다는데 그게 뭐가 잘못됐어??? 
서우 : 하긴 왜 코미디가 나쁘지는 않은데...블랙 코미디로 가야지...정통 코미디는 아니지...
지오 : 이거는 정통 코미디지. 늙은 여자가 젊은 애랑 연애하는 환상을 갖는 게 어떻게 블랙이야!!! 블랙!!!
         이거는 정통도 아니고 저질로 찍어야지
서우 : 그렇다고 왜 그렇게 버럭대? 아니...
         애들 다 떠나고 남편하고 사이 다시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어긋난 60먹은 늙지도 젊지도 않은 여자가...
         참...가슴 아리게 환상 속에서라도 멋진 남자한테 사랑을 받고 싶다는데... 그게 왜???
         자기가 그렇게 화를 낼 일인지 난 모르겠네...
마담 :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지오 : 일은 무슨 일? 됐어 됐어...그만해...듣기 싫어.
마담 : 아까 엄마 전화 받는거 같던데...화났어???
지오 : 그냥 사나흘 더 병원에서 쉬시라니까 굳이 나오신다고...아...노친네 진짜...
서우 : 음...이제 알겠다...자기 엄마는 먹고 사느라 지병까지 걸려 가면서 일하는데...
         돈많은 유한마담 같은 주인공이 젊은 남자랑 그러는게 듣기 좀 그렇구나...
         정지오 돈 많다고 안외로운 거 아니고...일 많다고 안 외로운 거 아니고...
         인간은 원래 다 외로운 거야... 그지 언니?
마담 : 우리의 정감독이 아직도 그걸 모르실까...

* 노희경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11회 중에서...


얼마 전까지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바라본 '늙은 여자의 젊은애'와의 황혼 로맨스에 관한 시각...
드라마 속의 다시 드라마 이야기라...그때는 막연히 그렇겠거니 했었는데...
뒤늦게 오늘 본 이 영화 제대로 한술 더 떴다...


드라마 속 정감독...늙은 여자가 젊은 애에게 환상을 품는 다는 것 자체부터 이상하고 우습게 여겼었는데...

영화 속 이 늙은 여자는 젊은애에게 환상은 커녕 제대로 사랑을 품기도 전에 몸을 던지고...임신을 하고...남편에게는 이혼하고 싶음 하라고 되려 큰 소리를 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늙은 여자는 돈많은 유한마담이 아니라...
무능하고 생계에 무관심한 남편을 대신해서...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도 백수 신세에 빈둥대는 딸을 대신해서...
노래방에 하숙집 운영까지...허리가 휘게...그럼에도 큰 군소리 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엄마다...
부스스한 머리에 푸석푸석한 피부...극 내내 거울 들여다 보는 장면 한번 등장치 않고...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도 덜컥 임신부터 해버릴 만큼...철저하게 엄마다...

(딸은 엄마가 모 이러냐고 투덜대지만...)
엄마가 나랑 결혼할 뻔 했던 오빠와 바람이 나서 동생까지 뱄다...

현실에서는 웬만해서는 절대 허락되지 않을 엄마의 로맨스를...
감독은 일상성 가득한 공간적 배경 위에...
(엄마가 한번쯤 일탈을 꿈꾸어 본다면...멋진 남자와 함께...진심으로 바랄) 비현실적으로 맘좋고 관대한 이웃들을 코믹한 분위기에 얹어서...
관객도...극중의 이웃과 같은 입장에서...엄마의 바램과 바람을 슬쩍 눈감아 주도록 유도한다...
(한때 사윗감이었던 총각의 아이를 임신하고도...남편에게 표정변화 하나 없이 덤덤하게..."초밥 먹고 싶네..."라고 할만큼...

혹은 다그치는 딸에게 "이 나이되면 한번만 해봐도 다 알어..."라고 무심히 말할 만큼...엄마는 의뭉스러운 구석도 없지 않지만...)

원작이 연극이 아닌가...보는 내내 궁금했는데...
영화 싸이트를 들어가 봐도 그런 이야기가 없는 걸 보니... 원작이 따로 있지는 않았나보다...
영화도 꽤 재밌게 보긴 했지만... 연극으로 각색된다면...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극장에서 라이브로 온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의 오르가즘에 찬 신음소리를 듣는 재미...꽤 쏠쏠할 것이라는 음흉함이 더해진 기대...^^



Posted by GIN :

작업실엘 올라오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시락을 싸봤다...
도시락이래 봤자...밥도 반찬도 다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전에 DSH 치러 다닐 때... 빵에 Salami와 Käse를 껴서 간단하게 역시나 허술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챙겨간적이 있긴 하지만...
오늘처럼 밥을 해서 도시락 통에 담아 나오기는 처음이다.
어떻게든 (절약도 하며)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의 의지는 참으로도 절박한 것이어서...
나와 같이 게으른 아이가...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드리게 되니...
참으로 평생이 가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짓도 결국은 해보게 된다...

아침을 Müsli로 어설프게 떼우는 그 순간에...
부지런히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히고, 부엌 찬장과 냉장고를 부시럭부시럭 뒤져서 도시락통이 될 만한 플라스틱통을 찾아 설겆이를 하고...
밥이 되기가 무섭게 자반볶음에다가 대충 슥슥 비벼서... 
방금 전 씻어 놓은 락앤락 통에다 대충 눌러 담고...
반찬이라고는 딸랑 하나...며칠 전 담가 놓은 고추절임을 몇개 쑤셔담고 얼른 뚜껑 덮어 후다닥 집을 나섰다...
참... 뜨뜻한 국물용으로...부엌 서랍에 남아 뒹굴던 라면스프하나도 덤으로 챙겨넣고...

철이 드는지...
어느 날, 순간 문득문득...지난 일들이 새삼 떠올라...새롭게 기억되고...그와 함께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러면...그땐 그랬지....아 그랬었구나...하면서, 짜안...해 하는데...
오늘 이 허술한 도시락 뚜껑을 덮는 순간이 바로 그런 때였다.

갑자기 중학교 시절...고등학교 시절....매일같이 아침상을 마주하던 그 순간이 눈앞을 스쳤는데...
행여나 입맛 없을까봐 매일같이 아침마다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 내던...
엄마의 분주함 곁에는 항상 일찌감치 지어진 밥이 도시락통에 담겨...
그 반지르르한 밥알 하나하나들이 배를 내놓고 그 후끈한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매일같이 당연한 듯...지나쳤던 그 순간과 씽크대 한켠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밥통의 기억이...
오늘 아침...후다닥 도시락통 뚜껑을 덮다가 갑자기....
열기가 덜 가신 도시락통 뚜껑을 덮으면, 나중에 안에 물기가 고여 혹여나 밥이 눅눅해져 맛이 없어질까봐...
일찌감치 밥을 지어 통에 담아 놓고 식히던 엄마의 마음을 문득 기억하게 되면서 다시 다가왔다...

순간 울컥해졌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