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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9 2010.09.27_여름 후기...Er ist einfach perfect...um...er ist Architekt...


한 여름을 넘기고도 반짝 쨍하고 날씨가 좋아지면...미국에선...인디언 썸머라고 한다는데...
여기서는 'Altweibersommer'라고 한다...
해석하면 '노부인의 여름' 정도로 해둘 수 있겠는데...
독일에서 첫해 여름을 넘기던 무렵...Altweibersommer의 어느날...
학원 선생님이 굉장한 발견이라도 한 듯...잔뜩 들떠서 자기도 얼마전에 알게됐다며 풀어놓았던 설명에 따르면...
늦여름에 날씨가 좋으면 아침 저녁으로 기온의 일교차가 심해서 아침 무렵에 안개가 자주 끼게 되는데...
이 안개가 할머니들의 곱게 빗어 넘긴 은발을 연상시켜서 그렇게 부른댄다...

아무튼 어제가 올해의 마지막 Altweibersommertag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부터는 가을이 아니라 겨울내음이 완연하다...
하루 만에 겨울 외투로 옷을 바꿔 입었다...

지난 주부터 셀린이 방송국 사내식당에 점심 먹으러 또 한번 가자고 벼르고 별렀다...
주가 시작되던 어제...아침에 책상에 채 안기도 전에 오늘 점심은? 이라고 묻는다...
친절한 그녀는 가끔 집요하기도 하다...
더불어...'이번주 부엌 정리 당번은 너야...'라고 궁금하지 않았던 사실도 알려준다...^^;

그녀와 또 다른 그녀들과 방송국 식당에서 4.50유로 짜리 스파게티 한 접시를 느긋하게 먹고도 2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공원을 둘러 사무실에 들어가기로 했다...
공원에 마악 들어설 무렵...

셀린: 그런데 말이야...참...안군은 여자친구 있어?
나   : 왜?
셀린: 음...안군이 여자친구 있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본 거 같아서...
아타: 없어...안군 참 괜찮은데... 여자 친구는 없어...이해를 못하겠어...
        성격도 좋고, 체격도 좋고, 생긴 것도 괜찮고...걔는 그냥 완벽해...
셀린: 나도 안군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해...뭐를 물어봐도 참 친절하고 말이지...참 사교적이고...편안한 타입이야...등등등...칭찬...
나   : (나의 그리고 그녀와...평소 안군이 티 안내면서 약은 구석이 있고...병약해 보인다는데...합의해왔으므로...
         내가 그동안 너무 삐딱했나...살짝 반성과 더불어...입다물고 있었음...)
아타: 왜? 누구 소개라도 시켜주게?
셀린: 아...난 누구 맺어주고 이런 거 잘못해...아직 성공해본 적 없어...
        안군한테는 어떤 스타일의 여자가 잘 어울릴까???
        블론드에...하이디라는 이름을 가진 키 큰...여자...
나   : 하이디 클룸 같은? :)
       (내가 이야기하면서 생각한다...녀석도 알고 보니 눈이 높은가???)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셀린 친구들의 소개팅 뒷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블라블라블라...

사실 아이들이 하군은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져서...말을 끊고..."하군은?? 하군은 또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묻고 싶은걸...참았다...

자리 서랍에서 치약, 칫솔을 꺼내들고 화장실로 가서, 이를 한참 닦으면서도 아타의 말을 다시 생각했다...
그렇지..걔가..허우대도 멀쩡하고...키도 크고...얼굴도 쪼매나고...그만하면 잘 생겼고...제법 똑똑하고...
가끔 얄미운 구석이 있긴 하지만...친절하고...사교적이고...괜찮지...
음...걔는 그냥...완벽해...
얘들아...음...그래도 말이다... 글쎄... 걔는 건축가다...

*남의 나라에서 일하다 보니...그래도 이런 걸 대놓고 쓸 수도 있기는 하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