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로 내려가서 바실리카 앞 중국집에서 가볍게 점심을 떼우고...
멋진 총각이 있던 그 카페에서...밥값과 큰 차이가 없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밥값이 워낙 싸기는 했다...)
16번 버스를 다시 타고 부다 언덕으로 올라와...이 카페를 발겼했을 때...
커피를 이미 마신 것을 얼마나 아쉬워 했는지 모른다..
아... 그 총각만 아니었어도...

이곳은 어부의 요새...
마챠니 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는데...어디선가...글루미 썬데이의 바이올린 선율이 흐른다...
너무 좋아서 소리를 따라 게으른 내가 단박에 뛰어 도착한 곳...

왕궁...겔레르뜨 언덕과 함께...부다페스트의 손꼽히는 전망대 중 하나인 어부의 요새...
마자르 족을 형상화한다는 7개의 탑이 2층의 갤러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지붕이 없는 윗층 테라스는 200 포린트인가 입장료를 내야 하고...아랫층은 그냥 볼 수가 있다...
아래층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카페여서...
그 상술에...평소같았으면...투덜댔을 법도 한데...갤러리 밖 광장까지...가득 메우는 음악 소리에...마냥 좋아하고만 말았다...

여행 전날 mp3 파일을 급하게 부랴부랴 뒤져서 겨우 빌리 할리데이가 부른 글루미 썬데이를 찾아 담아왔었는데...
역시 끈적함이 뭍어나오는 빌리 할리데이의 목소리가 부다페스트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아서..많이 아쉬워했었다...
이 아저씨의 깔끔한 연주 덕분에...자칫 하면 맺힐 뻔 했던 한을 풀 수 있었다...

언젠가 다음번에 다시 부다페스트를 찾으면...꼭...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은 이 곳...

Posted by GIN :

부다페스트 왕궁은 건물 자체보다는...
궁에서 내려다 보는 시내 전경과... 지구의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폐허를 적당히 복원해서...
폐허 옛 터의 지하에...와인 박물관과 카페를 들이고...위로는 시내를 전망할 수 있는 공원을 계획한 센스란...
이런 것이 바로...Lässigkeit다...

Posted by GIN :

Deak ter에서 출발하는 16번 버스는 세치니 다리를 건너...어부의 요새를 지나...왕궁까지 올라간다...
다리를 건너서...아래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려고 길게 늘어선 줄의 끝에 이어 섰다...
5분이나 서 있었을까?
기웃기웃 하다가... 앞에 가격표가 붙어 있어서 봤더니...

겨우 요만큼 올라가는데...840포린트...(나중에 중국 imbiss에서 먹은 우리의 점심 밥값이 590 포린트...)

줄을 서 있는 친구에게로 돌아가서...
...
이거 840 포린트 라는데...
...
헉...
...
우리 그냥 버스 타고 올라갈까???
...
응...그러자...
...
우리 저런 거 슈트트가르트에서 타봤잖아...
...
Posted by GIN :
빈틈을 보이며 시작한 하루... 오전 한 나절 그 빈틈이 쉬이...메워지지 않는 건지...
아침...맥도널드에서의 만남도 개운치가 않다...

K옹이 부다페스트에서 거의 유일하게 추천했던 지하철역 빵가게....
Deak ter역에서 작은 빵을 몇 개 사가지고 맥도널드에서 커피만 주문해...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침을 먹으며...
느긋하게 일기를 쓰고...버스 노선도를 펼쳐...공부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자기들에게 큰 지도가 있으니...보라며...내민다...
Tourist info에서 나눠주는 지도라...웃으며...우리도 그 지도를 받았다고...작은 지도가 버스 노선을 보기에는 더 낫다고 대꾸했다...
그렇게 말문을 트기 시작해서...웃으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어디서 왔는지...무엇을 하는지...등등 오가는 상투적인 대화 중간에...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니...맞은편에 앉은 다른 아저씨가...자기 조카가 요즘 인기있는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라며...반가워한다...
그 덕분에 자기도 한국을 다녀왔고...부산도 가봤다고...김치를 좋아하신다고...덧붙인다... 
처음 말을 건냈던 아저씨는 부다페스트를 처음 온게 아니라고 해서...
그 아저씨에게 부다페스트 주위에 갈말한 곳도 물어보고...분위기가 제법 화기애애했다...

그런데...자리를 정리하고...일어서려는 찰라...
점잖아 보이던...아저씨...안했으면 좋았을 질문을 한다...
우리에게 저녁때는 뭐할꺼냐?? 생각 있으면...저녁에 다시 만날까??
우리가 짓고 있던 미소에 쨍하고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어...당황하는 기색이 드리워진다...
덩달아...아저씨도 살짝 머슥해하는 듯 하더니...너희가 생각이 있다면...말이지...하는 말을 어색하게 덧붙이며...
그래도 명랑하게 BYE 하고는 사라진다...

남은 우리 둘은...
...
다시 보기는 뭘 다시 봐...
...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르는데...
...
그 아저씨...너무 점잖아 보였었는데...
...
같이 찍은 사진 이메일로 보내주면...부부 싸움나고 난리 나는 거 아닐까...
...
부인이 있으면...남자들끼리 여행하고 있지 않겠지...
...
아들이 밤베르크에서 공부한댔었는데...
...
...

연세가 좀 지긋하다 싶은 외국인 아저씨나 할아버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호의인지...흑심인지...애매모호한 시점에 마주칠 때가 종종 있다...

흑심이면...흑심이라...짜증이 나고...
호의면...괜히 미안해지는 상황이라 개운치가 않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코블렌쯔 할아버지...아직 살아계실지...

Posted by GIN :

본격적인 여행 사흘째..
이른 아침부터 숙소때문에... 쇼 아닌 쇼를 했다...
헝가리에서 비는 3일을 어떻게 보낼지 잠시 고민하다가...
짐을 끌고 이리저리 움직이는게 귀찮아서 그냥 쭈욱 부다페스트에서 머무르면서 잠깐씩 근처 도시를 다녀 오기로 했다...

숙소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일단은 옮기는 것이 너무 귀찮고...위치의 장점을 무시할 수도 없어서...
아침에...며칠만에 겨우 만난 스탭 여자애에게 숙박 기간을 연장할 수 없냐고 물었다...
스탭이 상주하지 않는 이 호스텔...역시나 청소며 숙박일정 관리며 모든 것이 허술하다...
우리가 금요일에 예약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더니...
다음 날에는 근처에 있는 호스텔로 옮겨야 된다는 둥... 그대로 있어도 된다는 둥...체크 아웃은 그럼 금요일에 하라는 둥...
뒤죽박죽...보스라는 사람과 통화하며...몇번을 말을 바꾸더니...
결국 여행 기간 전체를 그냥 지내던 방에서 지내란다...

숙박기간을 3일 연장하는데...처음 말 꺼낸 시점부터해서...아침에 1시간은 족히 걸린 듯하다...  
가지고 있는 유로가 방값을 다 내기에 충분하지 않기도 했고...
헝가리에서는 포린트를 쓰는 게 더 유리하다 싶어서 포린트로 계산을 하자고 얘기하고는...
아침부터 내내 씨름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지겨워서...그냥 달라는 대로 주고 나와 버렸다...

덤벙대는 나는 대충 계산을 하고...그쯤 되나 보다 하고 마는데...
꼼꼼한 친구가 먼저 알아차린다...바...가...지...를 썼다는 것을...

원래...첫날 방값만 19유로씩을 내고...이틀째부터는 16유로씩인데...
포린트로 계산해 달랬더니...얼렁뚱땅...19유로씩 계산을 한거다...
총 18유로 정도 손해를 봤다...

크다면 크고...작다면 작은 돈...
제대로 된 끼니를 한 끼 사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이라...아쉬움이 좀 남았지만...
이미 남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마음에 담아두지 않기로 한다...
Was schon passiert, ist passiert...

대신에 하루의 시작에 조증을 더 얹어서...이날 하루는 기분 좋게 넘겼는데...
결국 다음날...내가 그렇게...쉽게 잊고 넘겨주는 성격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Posted by GIN :
마르기뜨 섬 전경


마르기뜨 다리


마르기뜨 섬 입구

이 날은 계속 바실리카 주위를 맴돈다...
바실리카 앞으로 다시 세어 들었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의사당을 지나 마그리뜨 섬까지 쭈욱 산책을 했다...

이 건물이 어떻게 방송국인가 싶을만치...고풍스러웠던 MTV 건물...
아기자기한 광장...
'책을 읽읍시다!!'종류의 행사를 위해 마련된 듯 싶은...공원 풀밭위...책장과 소파들...
그리고 제법 선선한 날씨에 아무렇게나 내키는 대로 앉아 볕을 쪼이며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
여유로운 우리의 발걸음 만큼이나 여유로운 풍경들이다...

멀리서부터 보기에도 고풍스럽고 오래되어 보이는, 섬과 연결되는 Magrit 다리는 보수 공사 때문인지 여기저기 통제선이 쳐져 있었는데...
유난히 경찰들과 경찰차들이 많이 보이는 것이 조금 신경쓰여서... 친구에게 테러 위협이 있었나?? 하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통제 표시와 관계없이... 트램, 버스, 자동차, 사람들...모두 자유로이 다리 위를 지나고 있었는데, 다음 날 숙소 근처에서 마르기뜨 다리가 폐쇄되었다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트램이 지날 때마다 다리의 진동이 너무 심해서 사실 살짝 불안하긴 했었다...

마르기뜨 섬은 규모와 공원이라는 용도, 분위기 등 여러면에서 디플롬 작업 대지 였던 파리의 생 제르망 섬을 떠올리게 한다...
2시간 동안 공원 입구에서 섬 끝까지 한번 찍고 오기도 빠듯했던 생 제르망과 마찬가지로...
마르기뜨도 규모가 너무 커서 어둑해져 오기 시작하는 시간에 감히 둘러볼 엄두는 내보지도 못하고, 섬 입구 근처 벤치에 강을 바라보며 앉아 시간과 경치를 즐겼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섬 가장 자리를 따라 달리는 사람들의 자세며 몸매에 대한 감상과 품평에 보내긴 했지만...
각기 제각각인 사람들의 뛰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의외로 재미가 있다...

조금만 더 일찍 갔더라면...자전거를 빌려 타고 한바퀴 돌아봤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Posted by GIN :


 Oktogon에서부터 Basilica가 보이는 Deak tér까지 페스트의 또 다른 중심가 Andrassy거리를 따라 걸었다.
 터키계...인도계 음식점들까지...이쁘게 포장해서 보여주는 취향은 정말 우리와 비슷하다...
 특히 같은 브랜드도 더 가치있어 보이게 하는 쇼윈도우를 보며... 
 이런 면에서는 독일도 좀 반성해야 한다고...친구와 꿍얼댄다...

 옥토곤과 바실리카의 정확히 중간 지점에 오페라가 있다...
 원래는 오페라를 구경할 요량이었는데...하루 2번 3시, 4시에만 있는 가이드 투어 시간을 놓쳐서 내부 구경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대신 오페라 옆 짜투리 공간에서 콘트라베이스와 아코디언 라이브 연주에 맞춰, 탱고 공연이 한창이다...
 흥에 겨워 운동화를 신고도 즉석에서 춤판으로 미끄러지는 사람들...
 앞에 맨 아기를 사이에 두고도 유연히 미끄러지는 젊은 부부 한쌍...
 모두들 멋진 사람들이다...

 한때...탱고의 세계에 들어있어 더...흥분했던 친구 말로는 이런 탱고 행사를 밀롱가라고 한단다...
 처음 구경한 이 날 밀롱가 춤판은 맛배기에 불과했다...


Posted by GIN :


3일치 교통권을 끊어놓고...체력이 떨어졌다 싶으면 했던 종점찍기...여행 이틀째도 어김없이 했다...
이 날의 라인은 트램 2번...
트램 2번은 페스트 쪽에서 도나우를 끼고 달리는 노선이라서...어지간한 관광버스 노선 못지않다...
종점 마르기뜨 섬 앞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셔 잠을 깨우고는 미리 찍어둔 Sir Lancelot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번 여행 동안에는 친구가 다이어트 중이었던 관계로...저녁보다 점심 한 끼를 주력해서...잘 챙겨 먹었다...:)

여행 출발 전에 유일하게 미리 제대로 수집해 둔...정보는 현지 먹거리였는데...
그렇게 모은 현지 괜찮은 레스토랑 중 이색적인 분위기 때문에 나름 별점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였다...
인테리어부터 메뉴...그릇, 서비스까지 중세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레스토랑이라는 소개에 귀가 솔깃해 찾은 집이었는데...
메뉴판에 적힌 Knight´s Restaurant을 보자마자 친구가 내뱉은 한마디...
어!!! 기사식당이네...

저녁에는 중세풍의 연주도 있고...가끔은 시를 읽는다거나, 공연도 있다는데...
점심 때는 분위기가 좀 밍숭밍숭하긴 했다...


우리가 먹은 요리는 과일과 중세식 튀긴 빵을 곁들인 닭꼬치와 맥주...
이 집이 양이 많다고 해서 둘이서 1인분만 시켜서 먹었는데...
고기 분량이 살짝 아쉽긴 했지만...빵이 많아서 양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전에 VOX의 Perfect dinner를 보는데...한 참가자가 중세식으로 풀코스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다른 출연자들의 평가가...이색적이고 재미있기는 했지만 입맛에는 맞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중세 음식을 맛본 나의 소감이 딱 그랬다...
독특한 분위기는 재미있었지만...굳이 다시 중세 식당을 찾아다닐 일은 없을 듯하다...
그래도 평생 두번 다시 해보기 힘든 귀중한 경험 중 하나...

서빙을 하시던 아저씨가 너무 무뚝뚝하고 표정이 굳어 있어서 처음엔 불친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커다란 냅킨을 목에 둘러 주시고는 enjoy 하라며 흘리는 어색한 미소에 우리는 녹아버렸다...


Posted by GIN :


St. Stephan Basilica, 헝가리어로 성 이슈트반 바실리카에서 미사를 드리고...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사를 구경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작년 크리스마스 때처럼...

미사를 마치고...친구에게 헝가리 사람들이 좀 더 신실한 분위기가 있는 거 같아...라고 했더니...
친구는 웃으며...옆 커피집 총각 때문에...내가 그냥 헝가리 사람들이 다 좋아 보이는 거란다...
미사 후에 오르겔 연주가 있었는데...참 듣기 좋았다...
집에서 오르겔 연주 음반을 들으면 음이 너무 날카로와서 항상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끄곤하는데...
성당에서는 거대한 공간을 통해 한번 울려 나오는 그 소리가 너무 다르다...
한 곡을 다 듣고...탑에 올랐다... 

전날 겔레르뜨 언덕에 올라서 부다페스트 전경을 한번 봤지만...
시내 한가운데 교회 종탑에서는 광장의 바닥 패턴까지...도시 공간을 좀 더 가까이에서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오기 전에는 헝가리 하면...
말이 유럽이지 우리보다 못사는 동유럽 국가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하루하루 여행을 하며 그런 생각을 지우게 된다...
2차 대전 때 독일군 측 마지막 방어선 중 하나였던 이유로 철저하게 파괴되었던 도시를 이처럼 흔적없이 재건해낸 저력과...
유럽 타 대도시에 밀리지 않는 도시 계획, 한 거리에 3가지 이상의 바닥 패턴을 섞어 쓰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디자인 센스 등에 놀라고 부러워할 뿐이다...
  

Posted by GIN :

사진 출처: 동행녀 JS

숙소의 침대는 정말 죽음이다...잠들기 전보다 더 피로하게 만드는 침대...
차라리 어제 온천 휴게실에 놓여 있던...Liege가 더 편하다...
새벽 4시가 넘어 숙소로 돌아와 누웠었는데...9시에 알람이 울리기도 한참 전에 눈을 떴다...

친구 미사도 볼 겸 해서...메트로 1번을 타고 나와 Basilica를 찾았다...
바실리카 광장 앞 모퉁이에서 커피와 베이글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목이 아주 좋은 곳에 적당한 업종을 아주 잘 선택한 가게다...(사장님 돈 많이 버시겠다..)
덕분에...바실리카를 관람하고 나온 관광객들을 위한 온 동네 공중화장실이 된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친구와 여행 내내...우랄 알타이 어족의 이 나라...우리와 정서가 참 비슷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카페 역시 그렇다...California coffee company
서울 강남 한 골목의 카페같은 분위기...

주문을 받던 청년이 아주 맘에 들던 가게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영어로 주문받는 저음의 보이스가 아주 매력적이던...
늙었나보다...요즘은 애기들을 봐도 이쁘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