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1.11.02 2011.11.01_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
  2. 2011.08.17 2011.08.16_집어등
  3. 2011.08.14 2011.08.13
  4. 2011.08.13 2011.08.12_初發心時 便成正覺
  5. 2011.08.09 2011.08.09_준비
  6. 2011.08.09 2011.08.08_가을...
  7. 2011.08.06 2011.08.05
  8. 2011.08.03 2011.08.02_무상(無償)
  9. 2011.07.27 2011.07.26_시간 밖...이라...
  10. 2010.03.12 2010.03.11_조의
아메리칸 인디언의 달력에 의하면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인 11월,
그 11월에 들어서면 나무들은 여름과 가을철에 걸쳤던 옷을 미련없이 훨훨 벗어 버린다.
나무들이 모여서 이룬 숲은 입동 무렵이면 겨울맞이 채비를 다 끝내고, 빈 가지에 내려앉을 눈의 자리를 마련해 둔다.

누가 시키거나 참견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물러설 줄 아는 이 오묘한 질서, 이게 바로 어김없는 자연의 조화다.
대립하거나 어긋남 없이 서로 균형을 잘 이루는 우주의 조화다. 

*법정 스님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

11월이다...
한해의 6분의 1이 남았다...
썸머 타임이 끝났다...
올해는 봄, 여름이 별로더니...
가을이 좀 길고...청명하다...
 
 
Posted by GIN :

2011.08.16_집어등

2011. 8. 17. 05:55 from was ich (le)se(h)


밤으로는 동해바다 일대에 오징어잡이 배들의 집어등이 장관을 이룬다.
어족들은 눈부신 등불을 보고 무슨 잔치인가 싶어 모여들었다가 잡혀 한 생애를 마친다.
등불에 속는 것이 어찌 고기 떼만이랴.
인간의 도시마다 벌어지는 밤의 유흥업소, 번쩍이는 그 불빛 아래서 들뜬 기분에 흥청거리다가 무참히 한 생애를 마감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밤의 수상한 불빛에, 과장된 그 불빛에 속지 말아야 한다.

바다는 밤에도 잠을 자지 않는지 기슭에 밀려드는 파도소리가 내 베갯머리까지 아득히 들린다.
뒷산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마침내 저 바다에 이르러 함께 출렁거릴 것이다.
개인의 삶도 때가 되면 한 생애의 막을 내리고 저 큰 생명의 바다에 이르러 하나가 되듯이.

*법정 스님 '새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다' 중에서...


Posted by GIN :

2011.08.13

2011. 8. 14. 05:37 from was ich (le)se(h)
일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삶이 권태롭거나 무료하지 않다.
꿈과 희망의 자리에 한탄과 원망과 후회가 들어설 때 우리는 늙고 병든다.

*법정 스님 '가난을 건너는 법' 중에서...
Posted by GIN :
화엄경에, '초발심시 변성정각(初發心時 便成正覺)‘이란 말이 있다. 
최초에 한 마음을 냈을 때 곧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 
다시 말하면, 맨 처음 먹은 그 한 생각이 마침내 깨달음을 이룬다는 뜻이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면 뒤를 이어 가지마다 꽃들이 피어난다는 소식이다. 
꽃이 필 때 매화가 됐건 진달래가 됐건 일시에 다 피어나는 것은 아니다. 
맨 처음 꽃망울을 터뜨리고 한 송이가 피어나면 이 가지 저 가지에서 수런수런 잇따라 피어난다.

첫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초지일관(初志一貫) 처음 세운 뜻을 굽히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야 그 뜻을 이룰 수 있다. 

*법정 스님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에' 중에서...

기억해야 할 첫 마음이 너무 많다...

Posted by GIN :

2011.08.09_준비

2011. 8. 9. 12:05 from was ich (le)se(h)
스승은 아무 때나 마주치는 것이 아니다.
진지하게 찾을 때 그를 만난다.
그리고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앞에 스승은 나타난다. 

*법정 스님 '거리의 스승들' 중에서... 
Posted by GIN :

2011.08.08_가을...

2011. 8. 9. 02:33 from wie geht es mir
가을은 차맛이 새롭다.
고온 다습한 무더운 여름철에는 차맛이 제대로 안 난다.
여름이 가고 맑은 바람이 불어와 만물이 생기를 되찾을 때 차향기 또한 새롭다.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 입듯이, 다기도 바꾸어 쓰면 새롭다.
여름철에는 백자가 산뜻해서 좋고 여름이 지나면 분청사기나 갈색 계통의 그릇이 포근하다.
여름철에는 넉넉한 그릇이 시원스럽고, 가을이나 겨울철에는 좀 작은 것이 정겹다.

무더운 여름철에 발효된 차는 그 맛이 텁텁하고 빛이 탁해서 별로지만, 가을밤 이슥해서 목이 마를 때 발효된 차는 긴장감이 없어 마실 만하다.

*법정 스님 '가을에는 차맛이 새롭다' 중에서...

아침에 읽은 글에서 가을 내음을 맡았더래니...
출근길 아침 하늘에서 벌써 가을을 발견한다...
여름이 없는 2011년...
8월의 초입...독일은 벌써 가을이다...

지난주 이틀간 잠깐 날씨가 반짝 좋았다...
그래봤자...30도를 넘기지 못한 기온이었지만...
축제라도 되는 냥...기상캐스터가 햇빛 비치는 날 시내로 달려나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자...48시간 동안은 여름이에요... 
무얼 하시겠어요?

감싸쥔 잔의 은근한 온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계절... 
Posted by GIN :

2011.08.05

2011. 8. 6. 04:22 from was ich (le)se(h)
길을 가던 사람이 도중에 큰 강물을 만났다.
이쪽 기슭은 위험하고 무서운데, 강 건너 저쪽은 평화로워 두려움이 없다.
강을 건널 배도 없고, 다리도 없다.
이 때 길을 가던 사람은 나무와 가지, 풀과 넝쿨을 가지고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뗏목은 길을 가던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이 뗏목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강을 건널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나는 이 뗏목을 머리에 이든지 어깨에 메든지 하고 가야겠다.' 

그가 이와 같이 한다면 과연 그 뗏목에 대한 도리를 다한 것이겠는가?

종교의 가르침은 온갖 모순과 갈등으로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그 고뇌의 강을 건너게 하는 방편이요, 수단이다.
강을 건너 걱정과 근심이 사라졌다면, 그 '뗏목'은 버려야 한다.
종교적인 가르침이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그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말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상황이나 사정이 바뀌면 그 가르침은 쓸모가 없다. 

법도 버려야 할 터인데, 하물며 법 아닌 것이랴.

*법정 스님 '산천초목에 가을이 내린다' 중에서...


하물며 법 아닌 것이랴...
대청소를 해야할 때인가?
방도, 몸도, 마음도...
 
Posted by GIN :
무상(無償)하다는 말은 허망하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한다는 뜻이다. 이게 우주의 실상이다.
이 변화의 과정 속에 생명이 깃들이고, 이런 변화의 흐름을 통해서 우주의 신비와 삶의 묘미가 전개된다. 

만약 변함이 없이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곧 숨이 멎은 죽음이다. 살아 있는 것은 끝없이 변하면서 거듭거듭 형성되어 간다.
봄이 가고 또 오고,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그와 같이 순환한다.
그것은 살아 있는 우주의 호흡이며 율동이다.
그러니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할 게 아니라, 오는 세월을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 법정 스님 '새벽 달빛 아래서' 중에서...

굴러라...굴러라...

굴러야 한다...

실천해야 할 때...


Posted by GIN :
우리는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무가치하게 낭비하고 있는가.
아직도 몇 분이 남았다고 하면서,
또는 시간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하면서 일 없이 아까운 시간을 쏟아 버린다.
...중략...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에 팔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그 순간순간을 알차게 사는 사람이야말로 시간 밖에서 살 수 있다. 

*법정 스님 '시간 밖에서 살다' 

모니터 아래 시계를 자주 힐끔거리며...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는... 일상과 맞물려...아주 푸욱 찔리다...
억...
 
Posted by GIN :

2010.03.11_조의

2010. 3. 12. 07:33 from was ich (le)se(h)
내 팔과 다리가 수고해 준 덕에 말끔히 일을 마쳤다.
초겨울까지는 땔만한 분량이다.
땀에 전 옷을 개울가에 나가 빨아서 널고, 물 데워서 목욕도 했다.

내친 김에 얼기 설기 대를 엮어 만든 침상을 방안에 들여 놓았다.
여름철에는 방바닥보다는 침상에서 자는 잠이 쾌적하다.
침상은 폭 70센티미터, 길이 180센티미터, 높이 30센티미터로 내 한 몸을 겨우 받아들일 만한 크기다.
뒤척일 때마다 침상 다리가 흔들거리는 것이 마치 요람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다. 

일을 마쳤으니 한숨 쉬기로 했다. 
내가 살 만큼 살다가 숨이 멎어 굳어지면 이 침삼째로 옮겨다가 화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무도 없는 데서, 제발 조용히, 벗어버린 껍데기를 지체없이 없애주었으면 좋겠다.

잠결에 쏴 하고 앞산에 비 몰아오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이제는 나무간에다 땔나무도 들이고 빨래줄에 옷도 거두어들였으니,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 소서.'

한동안 가물어 채소밭에다 물을 길어다 뿌려주곤 했는데, 비가 내리니 채소들이 좋아하며 생기를 되찾겠다.

자연은 순리대로 움직인다.
사람들이 분수에 넘치는 짓만 하지 않으면, 그 순리를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소용되는 모든 것을 대준다.
이런 자연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법정 스님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 하랴' 중에서...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