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8_沙上樓閣

2013. 2. 19. 06:15 from was ich (le)se(h)

...주택 대출시장에서 파생 금융 상품을 만들어 판 것이 2008년 금융위기를 부른 주요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이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증명해 주는 예이다.


옛날에는 누군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면 돈을 빌려준 은행이 그 금융 거래의 결과, 

즉 집을 담보로 일정 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끝났다. 


그러나 금융혁신의 결과 주택담보 상품을 수천개 엮어서 만든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주택담보부 증권)라는 상품이 나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여러개의 MBS, 많게는 150개까지 되는 MBS를 묵은 것을 담보로 해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 증권)이라는 상품이 나왔으며, 

CDO와 CDO-제곱을 합쳐 CDO-세제곱까지 만들어졌다. 


심지어 더 제곱을 한 CDO들도 개발되었다. 


이렇게 되자 CDO가 부도가 날 경우 투자자들을 보호할 또 다른 금융상품인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 스왑)도 나왔다. 


이외에도 현대식 금융이라는 이름 아래 상상의 범위를 초월하는 온갖 종류의 금융 상품이 발명되었다.


...(중략)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동일한 실물자산, 즉 최초로 주택담보 대출에서 담보로 사용되었던 집들과 그 집의 소유자들의 경제활동들이 새로운 자산을 '파생'시키기 위해 반복해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천재적인 금융 상품을 만들어 놓아도 결국 이 자산들이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여부는 최초로 담보 대출을 했던 그 수십만명의 노동자와 중소기업가들이 대출융자금을 꼬박꼬박 상환하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이른바 금융 혁신의 결과는 실물 자산이라는 기초 위에 금융 자산이라는 빌딩을 끝없이 높게 쌓아 올린 끝에 전체 건물이 흔들거리는 꼴이다.


*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에서



Posted by GIN :

2008년 11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경제학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런던 경제대학을 방문했다. 당시 전세계를 삼켜버린 금융위기에 관해 루이스 가리카노 교수가 발표를 하고 난 후 여왕이 물었다. "왜 아무도 이런 일을 예상을 못했지요?" 2008년 가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모든 사람이 묻고 싶은 말을 여왕폐하께서 하신 것이다.

...(중략)


여왕의 질문에 관한 소식을 들은 영국 아카데미는 2009년 6월 17일 학계, 금융계, 정부 부처 등에서 최고로 꼽히는 경제학자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했다. 이 회의 결과를 정리한 편지는 2009년 7월 22일 여왕에게 전달되었다. 편지는 런던 경제대학의 저명한 경제학 교수 팀 베슬리와 영국 정부의 역사에 대한 권위자 피터 헤네시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편지에서 베슬리와 헤네시 교수는 "경제학자들 개개인은 유능하고, 나름대로 자기가 맡은 일은 잘 해내고들 있었지만 금융위기 직전에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또 "영국을 비롯해서 세계적으로 수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집단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시스템 전체에 끼치는 리스크를 이해해야 하는데 그에 실패했다"고 반성했다.


집단적 상상력의 실패?

...(중략) 그것이 집단적이 되었든 다른 종류가 되었든 상상력 같은 개념이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는 합리주의적 담론에 낄 자리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영국 경제학계에서 가장 위대하신 학자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댄 끝에 결국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고 인정한 셈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편지의 내용은 사태의 심각성을 호도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자기들의 전문 분야에 한정된 일만 열심히 하다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한 세기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재난에 희생된 무고한 기술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2008년 위기를 불러올 환경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실 그들은 1982년 제3세계 채무위기, 1995년 멕시코 페소 위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1998년 러시아 위기 1980년대 초 이후 크고 작은 수십개의 금융위기에도 책임이 있다. 금융규제 철폐와 무제한적 단기 이윤추구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해 준 것이 바로 그들이다.

더 넓게 생각하면 그들은 경제 성장의 둔화, 고용불안과 불평등 악화ㅡ 그리고 지난 30년간 세계를 괴롭혀온 잦은 금융 위기를 불러온 정책을 정당화하는 이론을 주장해왔다. 그에 더해 그들은 개발도상국의 장기발전 전망을 약화시켰다. 부자 나라에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의 위력을 과대평가하도록 유도했고, 사람들의 생활을 점점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며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현상을 모르는 체하도록 했고, 탈산업화 현상에 안주하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할만한 경제현상들, 즉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 지나치게 높은 경영자들의 보수, 가난한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 등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의 본성과 각자 생산 기여도에 따라 보상받을 필요성을 감안할 때 모두 피할 수 없는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에서


Posted by GIN :








   07. 자유시장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2013년의 첫 책...첫 선물...

  부분적으로 너무 경제학적인 시각이지 않은가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대체로 동의...

  조금 뒤늦게 읽긴 했지만...좋은 책을 써주신 작가와 좋은 책을 선물해준 동생에게 감사...

Posted by GIN :

2012.06.28_민영화...

2012. 6. 29. 05:56 from was ich (le)se(h)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기업을 '적절한 구매자'에게 파는 것이다. 민영화로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공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능력을 가진 주체에게 매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가 구매자에게 해당 산업에서 현재까지 달성한 실적을 입증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그 기업은 경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닌 자금 조달에 뛰어난 사람에게 팔릴지도 모른다.


강조해서 말하지만, 국영기업이 부정한 방법을 통해 경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매각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러시아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국가 소요 자산이 부정한 방법으로 새로운 '과두 재벌'의 손으로 넘어갔다. 많은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도 역시 민영화 과정이 부정부패로 얼룩지게 되면서 잠재적인 수익의 대부분이 국고가 아닌 몇몇 내부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부정한 방법에 의한 이전은 불법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가령 정부의 내부자가 자문을 제공하면서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국영기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부정부패 문제를 자주 들먹이곤 하는데, 얄궂게도 민영화 과정에도 역시 부정부패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국영 기업 내의 부정부패를 통제하거나 일소할 능력이 없다면, 민영화를 한다 해서 갑자기 부정부패를 막을 능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부패한 공무원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민영화를 밀어붙이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민영화를 하게 되면 후임자와 뇌물을 나누어 가질 필요도 없고, (국영 기업 관리자들이 원료 공급자들에게서 갈취할 수 있는 리베이트 같은) 장래에 발생할 모든 뇌물의 흐름을 '현금화' 할 수도 있다. 여기에 또하나 덧붙인다면 민간 기업 역시 부패할 수 있으므로 민영화가 부정부패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중에서


* 인천공항 및 기타 공사 민영화 기사를 읽다가 울컥해서...

그렇게까지 챙기고 싶은가? 싶기도 하고...

이번에도 성동격서인가? 싶기도 하고...


인천공항도 인천공항이지만...

매각되고 민영화되려고 나온 매물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 나라에 이렇게도 소소히 팔아치울 것이 많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그것들을 귀신같이 찾아 팔아치우는 그들의 능력에 다시 한번 놀란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