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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09.10 2012.09.09_로또의 추억...



+0.  나의 오래전 동거녀 그녀는...일명...이천녀였다...

수영을 좋아하던 그녀는 처음 나와 살게되었을 때...

내가 '수영을 할 수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물에 동...뜰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동행이 생겼다며...


그렇게 그녀 덕분에 찾기 시작했던 수영장...

한국에서  체력보강을 핑계로 한달...(두달이었나?) 배웠던 수영 실력으로 25미터 풀을 가로지르기란 어찌나 힘들던지...


꾸준히 때로는 천...때로는 이천도 찍는 그녀를 부러워하며...

나는 수영장 가장자리 라인에서 물을 모조리 마셔버릴 기세로 퍼덕대며 동동거렸다...

25미터를 가는데 최소 다섯번은 쉬어가며...


+1.  싸다고 끊어둔 10개짜리 코인이 없었더라면...아마 두번 다시 수영장을 찾지 않았었을지도...


매번 동동거리다가 25미터 한번을 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가던 어느날...

그녀가 이제 제법 폼이 괜찮다고 격력해줬다...


+2.  그렇게 수영에 취미를 붙쳐서...그래도 내츄럴본 몸치인 내가 어느덧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수영이 되었다...


천을 달리는 그녀 옆에서 난 5~700정도를 끊으며...

어떻게 이천까지도 끊었냐며...내가 놀라워하면...

그녀는 '어느 순간 임계점을 찍으면...더 이상 힘든 지 모르고 그냥 팔이 젓는다'고 했다...



+3.  작년 봄 여기저기서 친구들이 수영장 10개짜리 코인을 왕창 선물했다...

1회권보다는 당연히 10회권 코인이 더싸고...

학생때 사두면 성인가격의 3분의 2에 살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유학생들이 학생시절에 10회권 코인을 왕창 사두는데...

대부분 그걸 다 못쓰고...이곳을 떠난다...

그렇게 해서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고 거쳤던 코인들이 한꺼번에 내손으로 밀려들어와 8개가 되었는데...

코인 하나당 남아있는 횟수를 어림 6번 정도만 잡아도 50번은 충분히 갈 수 있는 셈이었다...


쌓인 코인을 보며...기어코 저걸 다 써버리고 말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또 발동을 해서...

작년 봄...여름...두시즌을 일주일에 최소 두번 많을 때는 네번씩...수영장을 찾았더랬다...

코인 하나씩이 소멸되어갈 때 마다...'미션 클리어'라도 한듯 이상한 만족감을 느끼며...


코인이 줄어듬과 동시에 수영거리는 급격히 늘어나서...

단박에 1000...1250...1500...2000...

그녀가 웃으며 이야기할 땐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임계점이라는 걸 넘어서며...나도 이천녀의 대열에 합류했더랬다...

찍어보기는 했어도...이천까지 하고서는 좀 힘들어서...1500으로 다시 떨어뜨리긴 했지만...


+4.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필 받으면 무엇이든 한동안 정말 열심히 하다가...

어느 한순간에 확 식어버리면...전혀 하지 않아버린다는 점이다...


수영도 그랬다... 날씨가 좀 춥다는 핑계와...공모전을 좀 기웃거리는 핑계로...

어느 순간 수영에 대한 열기도 순식간에 식어서...

마지막 남은 코인 하나를 결국 쓰지 못하고 남긴채...수영장 발길을 똑 끊었다...


+5.  쓰지 않고 남아 쳐지는 코인 하나를 지갑에 넣어서 만 8개월을 들고 다니다...마침내 다시 수영장을 찾았다...


작년 한참 열심히 수영을 할때는 물에 들어가자마자 4~500정도는 한번도 쉬지않고 거뜬히 왕복을 했었는데...

8개월만의 물길질...75미터의 고지가 너무 멀어서 생의 위협을 느끼며 풍덩댔다...헉...

75미터 하고 쉬고...50미터 하고 쉬고... 다시 75미터 하고 쉬기를 반복하다가...

그래도 결국 어제도 어느 순간 임계점이 넘어가는 걸 느끼며 천을 찍었다...


물 속 기분 같아서는 조금 더 할 수 있을 거 같긴 했는데... 

아무래도 오랜만에 하는 운동을 무리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접고 나왔더니...이미 무리였다...


+6.  나름 오랜만에 그래도 장하다라고 스스로를 토달이며, 물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띵...후들후들...

평소 장을 보며 유유히 걸어오던 그 거리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7.  오전 내내 밥먹을 기운도 없어서...침대에서 헤엄쳤다...뒹굴뒹굴...


엄마 : 밥은?

나    : 아직 안묵었다...귀찮아서...

엄마 : 가시나...참 나...시간이 몇신데...  

     

 *   그래도 오랜만에 운동을 했더니...간만에 배와 엉덩이가 좀 올라붙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자고 일어나니 도로 주르륵 흘러 내리긴 했지만...

다시...푸쉬 업!!!

Posted by GIN :



오랫동안 들지 않던 가방을 들어볼까...꺼내다 발견한 추억...

꼬깃하지만 제법 빳빳한 영수증을 들여다 보며...

내가 이 가방을 들고 한국에 간 적도 있었던가...더듬어보지만...


친구가 1000원으로 일주일의 부푼 꿈을 선물해주던 그 순간만큼은 생생하다...


한참 로또 열풍이 아직은 식지 않았던 무렵...처음 한국을 들어갔을 때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마침 녀석의 핸드폰을 충전하러 들른 편의점에서 나를 돌아보더니'로또는 해봤냐?' 했다...

고개를 젓는 내게...친구 녀석이 자기가 혹시 모를 행운을 선물하겠단다...


그렇게 수능 시험이후 처음 구경한 OMR카드와 컴퓨터 싸인펜을 들었다... 

나름 열심히 칸을 채우고 제출을 하려니...


친구가 혀를 끌끌 차며...

'그래도 이게 확률 싸움인데...그렇게 비슷비슷한 숫자만 둬서 되겠냐?' 한다...


또 귀가 얇은 나는...

'그런가?' 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구기고는 새로 카드를 집어들고...써 낸게 저 번호들이랬다...


한국에 돌아올 무렵... 잘 지내라고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래도 니가 처음에 썼던게...제법 더 많이 맞았었더라...'했다...

웃으며...그렇더라고 대답하긴 했었는데...


헉...녀석 그 짧은 순간에 내가 쓴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단 말인가?

암튼 머리 좋은 녀석 같으니라고...

나의 신변 잡기와 관련된 번호로 채웠던 첫번째 카드의 번호는 그래도 네개나 맞았더랬다...

네개가 맞아도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거였을까?

뭐...예나...지금이나...로또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0.  영수증을 손에 쥐고...잠깐 살포시 웃었다...

      녀석은 기억도 못할게다...


+1.  녀석... 혹시 모를 행운을 전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혼자 피식 웃을 수 있는 추억을 선물하는데는 성공했다...


+2.  녀석은 모를거다...그 이후로도 그때 저 로또가 내가 해본 마지막 로또라는 건...


+3.  교훈 하나... 한 우물만 파자...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