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한테 잔소리를 좀 단단히 할 요량으로 전화를 돌렸다...


나   : 아빠...아...내 참...꽁상꽁상꽁상...

아빠: (귀가 따가우신지 어느새 금방 말을 돌리시는...)

  소포 도착했더라... 

나   : 어? 응...

아빠: 근데...이번에 보낸 중에...그 오렌지색 알갱이 들어있는 거는 뭐고???

나   : (보낸지 벌써 좀 됐다고...) 아...뭐더라...아!!! 그거 족욕용 소금!!!

아빠: 아...발소금 이었나??? 나는 소포 박스에 비타민도 있고 한데다가, 병에 레몬도 그려져 있길래...

  비타민인가 싶어서 한알 묵어봤다...아...여보세요???

나   : (침대에서 굴렀다...) 

  아...엄마, 아빠 영양제 보낼때 항상 비타민이라고 써서 보내는 거고...

  전에 엄마한테 이번에 족욕 소금은 좀 다른 걸로 보낸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눈물 그렁그렁....)


다행이다... 족욕소금 한통 잘못 보냈다가...

아빠 응급실에 위세척하러 보낼뻔 했다...


+2.  독일 생활 10년에...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벼락치기로 샀다...

계산대 앞에서 깔려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결제를 했다...


뭐든 미리미리 좀...


질풍노도의 소년과 총각의 선물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엄마의 힌트로 간신히 패스...휴우...


+3.  그녀와 그에게 보낸 깜짝 소포도 오늘에야 도착했나 보다...

그녀가 날린 카톡...


무척 감동이었어...

보고싶다...

근데...너 벌써 머리 빠지니??



...

으...으...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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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지런하고 바지런한(? :) 그녀 덕분에 올 한해 우리는 매달 새록새록 처음 누리는 호사에 감동했다...

 

 12월...우리는 오랜 독일생활 끝에 처음으로...집에 Weihnachtskranz도  걸어보고...

 집에서 직접 구운 귀한 크리스마스 쿠키들을 맛보는 호강을 해본다...


 어린 시절 그나마 즐겨먹던 후렌치파이의 원조였음직한 Fingergolatschen...

 아기자기한 아이싱쿠키...그리고 과부가 아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Witwenküsse...

 당분간 진한 커피 두잔과 나의 아침을 책임져줄 녀석들...


 한국에 날아가지 못해 좀은 서운한 연말... 덕분에 아침이 제법 달달하겠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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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벌써 여섯 번째 맞는 겨울...그래서 여섯 번째...크리스마스...
(그리고 살짝은 우울해지지만...여섯 번째 생일...^^ 벌써 독일에서 여섯살이나 먹었다...)
10월 겨울학기가 시작하고... 가을을 넘어 어느새 겨울로 가는 가 싶으면...
이걸 채 알아채기도 전부터 속속 들어서기 시작해 그해 겨울을 꼬박 채워 12월 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장을 보면서...
카톨릭 문화의 중심인 이곳 유럽에서 치뤄지는 크리스마스 미사를 꼭 한 번 참석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사실 정확히 얘기하면 참석해 보고 싶다기 보다... 관찰해 보고 싶다는 쪽이 옳겠지만...

올해 겨울에는 기회가 왔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나의 옆방 짝꿍녀가 나를 꼬셔주었고...
"거기 코어가 좋아?" 라는 나의 튕김에...
"거기 오르겔이 좋아" 라고 그녀는 응수해 주었다...

고등학교가 카톨릭 재단이었던 이유로...사실 미사를 본적이 있긴 있었는데...
수능이다...수학여행이다...개교기념일이다...연례 및 학교 행사가 있으면...일년에 서너번씩 미사가 있었고...
그때면 전교생이 강당으로 동원되어서는 (그때는 말 그대로 '동원'이라고만 느껴졌었다...) 수차례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의식 자체에 짜증을 내곤했다...
전교생을 앉힐 접이식 쇠의자도 없어서...마룻바닥에 무릎을 개고 앉아 있는 두 시간은 그 자체로 고역이었고...
뜻도 모를...관심은 더더욱이도 없을 기도문에 취해 졸고 있다가도...갑자기 앉았다 일어났다 해야하기 일쑤였고...
보통은 30분이면 충분할 행사가 미사가 덧붙여지면서 두 시간이 넘게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도 참 싫었었다...
특히 마룻바닥이 찬...수능이나 졸업미사 때는 더더욱 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근 10년 만에 미사에 참석했다...
10시부터 시작한 미사는...11시 반 쯤 끝났다...
중간에 초저녁에 마신 와인 기운이 살짝 올라온 탓에... 신부님이 설교하시는 동안 잠깐 졸기도 했지만...
그래도 의식이 거행된 시간을 따지고 보면... 10년 전과 큰 차이는 없을 텐데...
기대했던 것 보다 식이 짧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하는 반은 어이없는 핑계를 떠올리며 실소를 지어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애초에 미사에 참석한다기 보다 구경해 보고자 했던 목적이 제대로 충족된 이유다...
동행했던 친구들에게 고백하면 배신감이 들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참으로 신실하지 못한 내게 그 한 시간 반은 아주 엄숙한 퍼포먼스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즈막히 오르내리는 운율있는 기도문들...
날이 날이니만큼 어제따라 유난히 더 화려했다는 오르겔 반주...
성구를 들고 근엄한 표정으로 무거이 옮기는 발걸음 하나하나...
심지어는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기도문을 외는 그 순간에도...
그래서 나 홀로 '섬'이 된 것 같다고 느껴진 그 순간에도...  
그 모든 것이 각본에 따라 잘 짜여진...공연처럼 느껴지는 거다...(분명 '각본'이라는 표현이 허용되지 않을 제식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미사가 끝나고...
'미사에 참석해 주신 신도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신부님의 말씀 끝에...
박수를 치고 싶은 욕구가 불쑥 솟기도 했다...

미사 한시간 반 동안 그런 심정으로 앉아 있는 나를 들여다 보면서...
내 생애에도...과연 언젠가 종교에 연을 이을 날이 올까?? 궁금해했다...

그리고...스스로 카톨릭 혹은 기독교 신자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이브 단 두 번만 교회를 찾는다는 많은 독일 사람들은 (한국 교회의 눈으로 보면 분명 사이비일)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기도할 지도 조금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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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5_White Christmas

2005. 12. 31. 02:04 from wie geht es mir



이번 연말엔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해서 연일 4일인가??
그렇게 줄창 눈이 내리는 게다...
덕분에 나의 게으름에 핑계가 붙었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를 시작하던 그날부터...'작업실 올라가서 작업하자!!' 던 다짐은...
느즈막히 일어난 아침 창밖에 여전히 흩날리는 눈발과 함께 그렇게 흩어지는 거다...
밤새 책 한권을 들고 침대 위를 뒹굴거리다 시계바늘이 7시를 향해 다가가는 걸 보면서
이제는 자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때의 창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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