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프라이슬러의 기사를 읽고 아마존 희망목록에 올려두었다가...

어느날 각 1유로 세일이 떠서 신나라고 구입한 동화책 두권...배송료만 따로 각각 3유로씩 내긴 했지만...^^

배보다 배꼽이 정말로 더 컸던 쇼핑 하나...


벼룩시장을 다녀온 날 받았으니... 받은지 딱 2주가 되었는데...

지난 2주간 좀 비슬대며 침대에 꼭 붙어 있던 덕분에...비교적 빨리 읽어버렸다...

물론 동화책이라 글자도 크고, 삽화도 아주 많지만...


아마존에 뜬 안게보트를 처음 보았을 때...한켠에 '초판'이라고 씌어진 것을 스치듯 보면서도 큰 의의를 두지 않고...

그냥 하도 오래전 책이니 책자체의 질에는 별로 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그래도 싸니까' 구매 클릭을 했었다...


그런데 책을 받아 들고보니 웬 걸 그 오래되었을 책들이 두권 모두 상태가 너무 좋은 게다...


잔뜩 기쁘고 흥분해서...당장 책의 나이를 살피니...


1957년 발간된 '꼬마마녀'는 1976년에 찍어낸 28번째 판본...


그럼...'꼬마마녀' 보다 상태가 더 좋은 '꼬마 물요정'이 초판??

흥분지수 급상승... 갑자기 굉장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얼른 '꼬마 물요정'을 들추고 1956이라는 숫자만 발견하고는 기분이 째져라 좋아져서...

소포로 도착한 두권의 책을 받아 오느라 통화를 잠시 멈추었던 엄마에게 얼른 전화를 다시 걸었다...


나   : 엄마, 엄마... 나 독일 처음 왔을 때...서점 가면 항상 있던 동화책들을 쓴 작가가 얼마전에 죽어서...

        갑자기 궁금해져가지고...그 책들을 인터넷에서 헌책으로 주문했었는데...방금 도착했어...

        둘 다 정말 오래된 책들이라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데...책들도 너무 깨끗하고...

        게다가 있지...엄마...한권은 1956년에 발간된 초판이야...초판...

        나 지금 이거 받고 너무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아...

엄마: 옴마야...50살도 더 먹은 책이네...그런 귀하고 의미 있는 책들을...

        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내다 팔았다노?

나   : 응...그 누군가에게는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겠지...

        덕분에 다른 곳에서 내가...이렇게 행복해지고...

엄마: 1956년 책이면...내랑 동갑이네...

나   : 아! 진짜...나는 내보다 나이가 많다...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는데...엄마랑 동갑이구나...

        내 금방 읽고...나중에 엄마한테 이 책 꼬옥 보여줄께!!!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전화를 끊고서 책을 넘기다...

마지막 장...이 출판사의 다른 책들 목록에서...'꼬마마녀'를 발견했다...

헉...'꼬마마녀'는 1957년에 초판이랬는데...그럼 이건...


무슨 이유인지...몇번째 판본인지 기록이 안되어 있던 게다...

책을 팔던 사람도...나도 잠시 착각을 했다...

김이 좀 세긴 했지만...그래도 덕분에 이날...아침부터 행복했다...


비록 따지고 보니 물리적으로는 엄마와 동갑이 아닌 이 책을...

(그래도 정신적으로 동갑이니까...)

다음번 소포에 동봉해서 보내드릴까...한다...

삽화들 옆에 작은 메모들을 덧붙여서...


우연히 찾은 숨은 보물과...덕분에 덤으로 얻은 일상에 숨은 소소한 행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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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이면 내 품에 온지 만 9년이 되었을 정든 똑딱이와 이별했다...

물건도 내것이다 싶으면 정을 붙이며 오래 쓰는 스타일이라...

기계적인 성능만큼이나 정을 붙여 나에 맞춰서 자유자재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철떡같이 믿고...

근 9년 가까운 세월... 이녀석에게 큰 불만 갖지 않고, 잘 써왔는데...


얼마전에 이웃이 새로 장만한 카메라를 구경하고는 그대로 마음이 동해버렸다...

요즘에는 DSLR도 그다지도 가볍다니...

눈앞에 카메라가 아른거려서 며칠을 한참을 한국과 독일의 카메라 싸이트를 뒤적이다가...

계속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만 있는 것도 못할 짓이다 싶어...

결단을 내렸었다...

'그래...똑딱이 매물로 내놔보고 팔리면...새 카메라 지른다!!!'


내심은...핸드폰 카메라도 잘 나오는 요즘에...9년이나 묵은 이 모델을 찾을까...하는 생각이었고...

일단은 어떻게든 콩밭에 간 맘을 진정시키고...잊어버려두고 있어보려 한 짓이었는데...


1GB짜리 CF카드를 끼워주긴 했지만 그래도 35유로나 하는 가격에다가 배송비 5유로까지...

무려 40유로나 내야하는데도...어떤 사람일지 모르는 누군가가 일주일도 채 되기 전에 이걸 덜컥 사버렸다...

새 똑딱이도 50~60유로면 사는 세상인데...


아파서 누워 있다가... 드르륵...

'당신의 카메라가 팔렸습니다...배송하십시오...'

아마존이 보낸 메일을 확인하고 기분이 묘했다...


첫 1년을 제외하고...내 독일 생활의 전부를 지켜보고...함께하고...기억해주던...

이 녀석과...이렇게 헤어지게 되는 거구나...


조금만 더 있으면...강산이 변하는 시간을 견뎌내는 녀석...

그동안 많이 고마웠고... 너를 귀하게 구한...그 누군가에게도 소중한 기억들 많이 담아주기를...


안녕...안녕... Leb wohl, mein Fre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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