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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2.24 2005.12.23_헨젤과 그레텔


이사를 하고...방학동안 한국을 다녀오고...
식구들과 또다시 떨어져 지내게 되며...
고양이 조차도 옆에 없는 혼자만의 삶을 다시 열며... 

허전함을 달래보고자... 방에다가 화분을 두개씩이나 들여놓고 키우기 시작했었다...
반 관상용, 반 식용을 목적으로한 바실리쿰과...
나즈막한 벤자민 한 그루...
 
어린 시절엔
아빠가 키우시는 화분에 물주는 것조차도 너무 귀찮아서...
나는 정말로 화분 같은 거 키우는 데는 취미같은 거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아침에 눈 뜨며 물 한잔 마시며, 이 녀석들 한테도 물 한모금 나눠주는 재미,
이래적으로 눈부시게 파랬던 가을 하늘아래 푸르른 잎사귀들이 안기는 즐거움과 흐뭇함이 그래도 꽤 쏠쏠한 것이었다.
얼떨결에 화분 잘 키운다고 1달간 같이 지냈던 그녀 M한테 칭찬도 듣고...
그녀 왈...이렇게 바실리쿰을 잘 키우는 건 처음 봤단다...
 
그런데... 요즘 이 녀석, 바실리쿰 이라는 놈이 좀 문제다...
애시당초 이 놈을 들일 때 부터의 주 목적이 스파게티에 더 신선한 향을 공급하겠다는 것이기는 했었지만....
한국 다녀오고서 한참 동안은 갑자기 스파게티에 대한 열의가 꺽여서...
또 한달 동안은 같이 지내던그녀가 스파게티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해서...
등등의 이유로 한동안 스파게티를 멀리하면서...
애초의 목적과 달리 바실리쿰은 관상용으로 방 창틀에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나 나의 스파게티 사랑이 결국에 어디가겠는가???
11월 중순을 넘기며...스파게티 요리가 재개되었다...특히나 스스로의 해물 스파게티 요리 실력에 감동하면서...
그런데 그 무성한 잎들 사이에서 몇개 떼어 낸다고...큰 타격이 절대 아닐 터인데...
갑자기 이 놈들이 식용으로 용도 변경 되면서부터 갑자기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실수로 하루 창일 열어두고 외출을 해서, 종일 찬바람 쏘이게 한 적이 있긴 하지만은...
 
그래도 따악 시기 적절하게 내가 먹자고 팔 걷어 붙이고 나서면서부터...
이 녀석들이 시들시들 마르기 시작하는 걸 보니...
꼭 내가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이놈들 한번 잡아 먹어보겠다고 꾸역꾸역 먹이고 언제나 살이 좀 붙나 기다리는 마녀에게...
헨젤이 통통한 자기 팔 대신에 먹고 남은 뼈다귀를 내 밀었듯이...
이 녀석들도 내 눈앞에서만 시들시들하고, 내가 자리 비운 사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해지는 것은 아닌가...
모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잠시 해보는 거다...
 
그림형제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가?
이 영화 지독하게 재미없었는데...참...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