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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_캠브리지

2010. 7. 21. 23:30 from wohin ich reise




간만의 햇빛도 듬뿍 쬐고...(올 여름 독일 날씨는 정말 꽝이었다...)
시청 앞 광장에 선 장에서 체리를 150g 정도 사서 주워 먹으며...시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린다...

아침에 공항에서 먹은 샌드위치 한 조각과 시내를 기웃대며 먹은 체리가...소화되지 않고...
계속 뱃속에 떠돌아...결국 캠브리지를 떠나기 직전...그저그런 이태리 식당에서 반인분 볼로네제로 늦은 점심겸 저녁을 때웠다...
이 곳 사람들이 다들 배가 큰지...반인분이 있다...
뭐...전체적으로 양이 적지 않기도 하지만...
스파게티라면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배인데...반인분이 부족하지 않다...
스파게티 반인분에 작은 콜라 한잔이 9파운드를 조금 넘는다...
팁을 붙여 10파운드를 지불하고...영수증을 들여다보니...
아뿔사...이 녀석들...어쩐지...액수가 생각보다 꽤 나왔다 했더니...계산서에 이미 10% Service Charge가 붙어있다...

이 모든 게...정신은 아직 도버해협을 건너지 못해서라고...혼자 투덜댄다...
인심은 이제 그만...

사촌오빠는 3시간이면 캠브리지를 충분히 다 둘러볼 수 있으리라고 했었다...
그렇듯 규모가 크지 않은 오랜 대학 도시 캠브리지는...
도시의 역사 위에...항상 그 도시를 채우고 있을 젊음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영국 특유의 귀족스러움과 소박함을 거부함없이 자연스럽게 함께 즐길 수 있다.

학생들이 많은 덕분인지... 도시의 뒷골목 구석구석 곳곳에는 작은 극장, 갤러리들이 숨어있고...
욕심을 좀 내서 이 곳들까지 둘러보자면 세시간이 아니라 사흘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셰익스피어 연극제 기간이어서 작은 극장들은 물론 캠퍼스의 정원에서도 야외 공연이 잡혀있었는데...일정상 접는다...

서너번 다녀온 튀빙엔에서는 이런데...답답해서 못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캠브리지는 둘러보며, 이런 곳에서 유럽 대학의 정취를 느끼며 한 학기 정도를 살아보는 것도 참 재미있겠다고 생각을 한다...
음...그 이상은 못살것 같긴 하지만...말이다...


저 너머 코치 스테이션...
이번 여행에는 런던에서 굳이 일부러 하이드 파크나 켄싱턴 가든 같은 공원을 찾지 않기는 했는데...
그런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된 이름 모를 공원들을 보며, 과거의 기억과 달리 영국의 공원 혹은 정원들이 좀 휑하고 황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주 보아 눈에 익은 것들이 예뻐보이게 되어서인지...
전에는 영국식...프랑스식...독일식...뭉뚱그려져 유럽식...하나로 보이던 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어서인지...

아무튼 저 길 너머 뒤 나무 그늘 아래 숨어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캠브리지를 떠났다...
그리고는...고생...고생...고생...생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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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놀이를 하고 내려 어느 골목 모퉁이를 돌다가 발견한 오래된 한 양복점의 지하 재봉실...
떼레즈 라깡이 갑자기 생각났다...
떼레즈가 유령처럼 자리를 지키던 그 가게가 저랬을까...
떼레즈가 바라볼 수 있던 세상의 틈이 저만큼이나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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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브리지의 하이라이트는 펀팅이었다...
커피 한잔으로 몽롱했던 정신과 노곤했던 몸을 깨워서는 한시간 뱃놀이를 했다...

적당하게 선선한 공기에 딱 기분 좋을만큼만 뜨거웠던 볕을 쪼이며...
사공의 설명을 들으며 개울을 따라 들어선 고풍스런 캠퍼스들을 구경하고 그와 함께 작은 이 도시의 흐름을 읽는다...
그렇게 한시간 뱃놀이를 하고 내리고 나니... 지도가 한눈에 쏘옥 들어온다...

몸이 곤해서 몸을 좀 추스릴 마음으로 배를 먼저 탔었는데...
다른 여행객들(음, 특히 젊은 처자들)에게도 배를 먼저 타고 도시를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여러모로...너무 좋았다...

음... 사실 캠브리지 뱃놀이의 감동에는 상당 부분 사심(혹은 흑심?)이 껴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와우... 캠브리지의 뱃사공들은 정말이지...최고다...
적당히 건장한 체격에 보기좋게 그을린 탄력있는 피부...면반바지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다리
단화를 옆에 벗어두고 맨발로 뱃머리에 당당히 서 늘어놓는 브리티쉬 액센트...
말 그대로...이지적 섹시함 그 자체다

내가 탄 배를 저었던 사공은 그나마 좀 왜소하고, 뒤의 하늘빛이 훤히 보일 정도로 커다란 구멍을 귀에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문을 떼는 순간... 홀라당 반해 뚝 침흘릴 뻔 했다...희릭...
수줍어져서...대놓고 감히 사진도 못 찍었더라는...아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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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두번째 휴가 영국...
기분 내키는 대로 날짜만 대충 잡아놓고 무작정 그 기간중 대충 싼 비행기표를 끊고 보는 편인데...
이번에도 그렇게나 즉흥적인 선택의 결과다...
작년의 블라인드 부킹만큼 즉흥적이진 않지만...

일정이 너무나도 빡빡했던 프로젝트를 겨우겨우 어떻게 어떻게 마무리짓고...
대충 마무리하고 이제 퇴근하라는 소장님의 형식적인 인사를 뒤로 하고 사무실을 빠져 나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겨우겨우 시간을 내어 수다를 좀 떨고...
밤 12시 가뜩이나 작은 눈에...딱붙어 떨어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올려 가며...짐을 싸니 1시 반...
그렇게 손에 잡히는 대로 쌌던 짐은 무게만 나가고...나중에 열어보니...3분의 일정도는 빨래감이었다...흑...
휴가를 떠납니다고...집에 보고 전화를 드리니 2시...

알람에 눈을 뜨니 4시...
반응하지 않는 몸을 억지로 꾸역꾸역 움직여 나름 서둘렀는데도...
지하철 역엘 갔더니...아뿔사...20분에 한대씩에 있는 차를 놓쳤다...
덕분에 가뜩이나 빠듯하게 잡았두었던 공항 도착 예정시간이 20분 늦어졌다...
미리 인터넷으로 체크인을 해두었기에 망정이지 큰일날뻔 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게이트를 향해 달렸음에도...
게이트가 닫히기 바로 직전...끝에서 4번째로 비행기엘 탔다...

1시간 10분 비행...
스탠스티드 도착...
30분을 기다려서 50분 코치를 타고 달려 캠브리지에 도착했다...
그게 10시쯤...

이전 한달 동안은 물론...캠브리지 도착하기까지 마지막 10시간 동안에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 몽롱하기만 했던 그 순간 발견했던 카페...
유난히 사람이 많이 모여 북적북적한 골목의 뒤쪽한 편에서 조용한 이 카페를 발견했다...
공항을 향하려고 지하철역 플랫폼에 선 그 순간부터 간절했던 커피를 드디어 마셨다...
공항과 캠브리지 시내의 쇼핑몰에서는 2.20 파운드나 하는 커피를 한 사발이나 내어 주면서도 2 파운드란다...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팁을 50펜스나 얹어서 준다...
불과 10분 전에 Tourist info에서 60펜스를 달라는 지도를 비싸다고 안사고 뒤돌아선 주제에 말이다...
이건 정말 순전히 카페인이 부족해서 잠이 덜 깬 상태였기 때문이다...고 핑계를 댄다...

그래도 늦은 아침 푸른 하늘 아래 어느 그늘 밑에 숨어 마시는 커피 한잔은 너무 감미롭다...
이 시간에 비록 노곤함이 섞이긴 했지만...이렇듯 나른함을 느끼며 커피 한잔을 즐긴게 도대체 얼마만이었는지...

아웅...주의 한가운뎃 날...수요일...늦은 아침...커피 한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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