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Agnieszka Holland

출연 : Ed Harris, Diane Kruger

 

시사회를 콘서트와 겸해 같이 연다는 광고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오...그런 이벤트가...하며 관심을 갖게 되어 찾아본 영화...

아마데우스 이후에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음악 영화다...

평론가들은 웅장한 음악에 비해 "어...끝났네" 식으로 흐지부지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하지만...

무어...나는 도대체 어디서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고...

단 하나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베토벤의 손이 너무너무 투박해서 살짝 거슬렸던 것을 빼고는

무심한 듯 지나치는 한컷에서도 느껴지는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너무 좋았다...

(베토벤과 안나 사이에 대화...어디를 응시해야 할지 어쩔줄 모르는 그 불안한 시선들...안나의 심리...)

그냥 음악 하나만으로 내게는 충분한 영화...

 

아... 9번 교향곡 초연....

지휘를 마친 베토벤의 눈빛....

 

베토벤 곡들을 섬세한 화면과 함께 만나는 기쁨...

그리고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지도 모를 곡들 쉽게 만나기...

베토벤 후기곡인 디아벨리 변주곡을 들으며 벌써 어렵다...했었으니...

아마 그냥 현악 4중주 대푸가를 들었더라면 금세 조용히 stop을 눌렀으리라...

 

내게 언제나 'The Rock' 속 고지식한 대령으로만 기억되어 있던 에드 해리스...

처음 베토벤??? 하며 내심 못마땅해했었는데...의외로 잘 어울렸다...

 

다이앤 크루거...처음 "트로이"에 헬레나로 나온 그녀를 보며...뭐야...경국지색은 아니구먼...했었는데...

보면 볼수록...미국 여배우들과는 확실히 다른 유럽 출신 배우 특유의 기품이 엿보인다...

'National treasure'에선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녀의 발음을 듣고 독일 혈통임을 알아차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어가 짧은 나는 그녀의 발음에서 딱히 꼬집어 독일어 악센트를 별로 못 느끼겠는데...했다...

하지만 빈을 배경으로한 영어 영화속 그녀가 독일 이름들 Schlemmer와 Anna Holz를 발음하는 순간....

그 짧은 순간...아...그녀 확실히 제대로 된 독일어 악센트로 발음하는구나 했다... 

그녀가 발음하는 Anna Holz와 꼭 영화 내내 안나의 풀네임을 부르던 에드 해리스의 Anna Holz는 분명히 달랐다...  

 

감독이 동구권 출신이라는 걸 알고 봐서인지...

영화 초반...안나가 지나치는 들판의 풍경이 꼭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풍경 같지가 않고...

동구권 보헤미안의 느낌을 받는다...

모라비아가 그렇지 않을까 상상한다...모라비아...모라비아... 

 

영화를 진작 알았더라면...

제대로 된 음향시설 하에...극장에서 2번이라도 봤을텐데...

독일에서는 진작에 개봉했었더랜다...아쉬움 300%

극장에서 봤어야할 영화...극장에서 보았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영화...

 

대신 나중에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레퍼토리로 연주하는 콘서트는 꼭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의지가 생겼으니...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