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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2 2010.07.22_에딘버러...도착...영국택시


실제 경험해보지 못하고 쉽게 입력된 시각적 정보는 아주 자주 뇌리에서 잊혀져...기억 한구석에 쳐박힌다...
어린 날 배낭 여행 시절에 택시를 타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었으니...도로 쪽은 아예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었고...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 존스가 그녀의 친구들과 이 택시에 가득 들어 앉아 왁자지껄 수다를 떠는 장면이 있었서 이 택시를 그렇게 화면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래...영국 택시는 이렇게 생겼었다...
에딘버러 공항 이른 새벽 찬 공기에 놀라서 아래윗니가 쉴새없이 연신 따악따악 소리를 내며 부딪히던 그 순간...
내 앞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다가오는 이 택시를 보고 순간 당황했더랬다...
뭐지? 이게 택시?

밤새 영국북부의 고속도로를 달렸다...
'얼마나 걸리나요?' 하는 나의 물음에 아저씨들은 '응...네 시간 정도'라고 예상을 했었는데...
역시나 야밤의 운전이 쉽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두 시간 정도 더 걸려서...중간중간 휴게소와 주유소에서 쉬었던 시간을 포함해, 대략 총 6시간을 달려 에딘버러 공항에 도착했다...

어차피 차는 에딘버러 공항에서 반납하기로 하고 빌렸던 거였고...
각각 집이 에딘버러 근교였던 아저씨들은 당일치기로 런던을 다녀오던 길이라 두사람 자기 차를 공항에 주차해두고 있었다...
친절한 아저씨들...처음에는 한분이 도착하는대로 나를 에딘버러 시내까지도 태워주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지면서...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연신 졸고만 있던 나는 물론이고...교대로 운전을 하던 아저씨들도 이미 녹초가 되어있었고...
도착해서 차를 반납하고 다시 공항 주차장까지 가로 질러야 할 번거로움과 시간 등의 이유로...
차라리 공항에서 나는 택시를 타고 곧 바로 들어가는 것이 더 낫겠다고 추천을 하신다...

"자...승객 여러분...마침내 도착을 했습니다...기대했던 것 보다...영국을 하루만에 훨씬 더 많이 봐버렸죠..."
택시 승강장 앞에서 내려 가볍게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하며...
렌트비와 기름값을 물었더니...
두분 "넌 우리나라에 온 손님이야...오늘 같은 일이 있어서 너무 미안해...여행 재미있게해!" 하신다...
어떻게 나중에라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얼른 명함을 달라고 해서 받아들었다...
음...동글동글한 조금 더 젊은 아저씨가 '필'이다...
너무 정신이 없던 순간에 인사를 나누어서...사실 그 동안 두 아저씨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더랬다..

여행에서 돌아와 나중에 자그마한 성의로 초콜렛을 두통 사서 필한테 보냈더랬다...
정말 미안한데...다른 한 아저씨의 이름은 잊어버렸다고...대신 안부 좀 전해달라고 했더니...
센스있는 필...얼른...스티브에게 대신 안부 전해줄께...라고 답장을 쓴다...

스코틀랜드 경계를 들어서면서부터 흩뿌리기 시작하던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에어컨 공기에 차안에서부터 꽁꽁 얼어있었던 나는 더 찬 바깥 공기에 그대로 얼어서 오들오들 떨며 택시에 올랐다...
주소를 묻는 택시 기사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그제서야 호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어 배터리를 아껴두느라 껐던 전원을 켜서...민박집의 주소를 찾던 그 순간까지...
전화기를 간신히 쥔, 그 손을 을매나 바들바들 떨었는지...모른다...
아...이건 정말로 제대로 약...한이의 손이다...

그래...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에딘버러에 무사히 도착했다...
스티브..필...고마워요...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