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출발전...인터넷과 한권의 책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여행 일정의 세가지 가능성을 두고 고심을 했다...

하나. 하루 교외를 나가 크론보그 성을 본다...
둘...  역시 교외를 나가 프리드릭스 성을 본다...
셋...  물가도 비싼 덴마크 땅에서 교통비도 아끼고 코펜하겐이나 알뜰히 본다...

결국 제일 첫줄에 올렸던 헬싱어의 크론보그 성 당첨이다...
내내 Helsingør를 보고 헬싱거인 줄 알았는데...투어리스트 인포 아줌마가...헬싱어라고 고쳐준다...
독일어도 마찬가지고...영어도 마찬가지고...singer를 싱거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인가보다 한다...
그런데...왜 영어권 사람들 포함 죄다 관광객들은 헬싱거라고 하는지...^^
어찌 발음해도 정확히 발음하지 못할 듯한 도시 이름은 뒤로 하고...
결국에는 제일 윗줄에 올리고 생각했을 때는 제일 선호하던 얼터너티브이긴 했다...

사진으로도 미리 볼 수 있었던 성의 우아한 모양새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보이는 스웨덴과 마주한 위치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이라는 여행책 안내의 한 줄도...
모두 다 나의 눈을 한번씩은 꼬옥 붙잡아둘만큼...달콤하긴 했지만...
결국 나를 완전히 이 곳으로 주저앉힌 것은 다름아닌 '햄릿'이었다...
정말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햄릿이 덴마크의 왕자였다는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세상에나...이 성이 '햄릿'의 배경이 되는 바로 그 성이란다...

그 한 문구에 매료되어서...아무리 바빠도 이곳만큼은 꼭 보리라고 독일에서부터 맘을 먹었다...

운 좋게도 성내 투어를 할 때, 우연히 아주 드물게 있는 영어 가이드 투어팀과 마주쳐서...부분부분 귀동냥을 했다...
덕분에 몇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전에도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들이 사실은 당시 떠돌던 많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는데...
세상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햄릿'도 그 중 하나일 줄이야...
'햄릿'이야기는 북유럽에 전해져 내려져오던 전설 같은 이야기로 북유럽 각국에서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곳곳에서 출판까지 되었던 이야기라는데...
그것을 셰익스피어가 탁월하게 재구성해낸 것이란다...

그리고 셰익스피어 본인은 정작...이 성을 직접 본 적이 한번도 없단다...낚였나??
셰익스피어의 절친한 친구였던...한 무역업자가 사업차 이곳에를 왔다가 감명받아...성과 이 지역에 떠돌던 '햄릿'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단다...
친구의 이야기외에도 셰익스피어는 이 성에 관해 꽤 상세히 조사를 한 듯 하단다...

성의 구석구석 각 부분에 대한 묘사가 실제 성과 많은 부분에서 맞아 떨어진단다...

잿빛 하늘에...구름이 낮게 깔린 이른 새벽이면...
물안개 오른 안마당에서 희미한 윤곽을 느릿느릿 숨기는 햄릿을 만날 수 있을지도...
이 모든 이야기가 완벽한 픽션일지라도...


8월에는 매년 '햄릿'이 바로 이 성을 배경으로 공연된다고 한다...
다음번 언젠가에는 8월에 이 곳을 찾으리라 마음을 먹는다...

Posted by GIN :

여행을 할 때마다 매번 스스로의 체력에 감동하며...'나는 참으로 여행형 인간이구나' 확인을 한다...
집에서는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8시에 일어나기도 버거워 매일 아침 나를 붙잡아끄는 침대 모서리와 전쟁인데...
여행만 떠나면...평소 기상 시간보다 최소 한시간, 평균 2시간은 일찍 일어나, 마치 일상이 그러한듯...부지런을 떤다...
이참에 인생의 모토를 바꿔야겠다... '365일 여행'으로...매일을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매일이 부지런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날 후배와 늦게까지 덴마크의 밤을 즐기며 수다를 떨다가 1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었었는데...눈을 뜨니 5시 40분이다...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뜨니 정확히 한시간이 지났다...6시 40분...
제일 먼저 샤워를 하고...아침거리를 챙겨 지하에 있는 부엌을 찾아...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좀 퍽퍽한 빵을 치즈와 쨈을 발라 손가락 크기의 잘라미 2개와 곁들여 우적우적 세 조각이나 넘기고...커피를 한 잔 마셨다...

노부부 한 쌍이 같이 부엌을 나누어 썼다...
어디서 왔냐는 나의 질문에 먼저 와서 혼자 식사준비를 하시던 할아버지가 '뉴질랜드'라고 대답하신줄 알았었는데...
나중에 오신 할머니가 영어를 못하신다고...할아버지께서 간단히 소개를 대신하신다...(그렇다면 두분이 뉴질랜드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행책 책장을 넘기며 빵을 씹는데...두분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전혀 생소한 언어인데...중간중간 독일어가 섞여 있다...
간혹 문장이 통째로 들리기도 해서...'어디서 오셨는지? 도대체 어느 나라말을 하고 계신건지?' 여쭤보고 싶었지만...
두분의 대화를 엿들은 기분이 좀 들어서 관뒀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서둘러 나설 준비를 하자니...
호스텔 메뉴를 먹고 온줄 아는, 방장 할머니 '아침 식사는 또 어땠냐...'고 물어 보신다...
순간 대답을 못찾고...머릿속에 떠오른 독일어 문장을 영어로 바꾸고 있자니...드디어 올 것이 왔다...
꾸궁...'Which language do you speak?'...흑흑...
이 놈의 영어...독일 돌아가면 기필코 영어 학원부터 등록하고 만다...고 맘을 먹는다...
'Korean and german'이라고 대답했더니...할머니...이제부터는 내게 독일어로 말을 건네신다..OHOHOH...
할머니 다른 아이와 불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들었는데...유럽인들의 언어 능력은 정말로 부러울 따름이다...
꼭 영어를 못한다고 타박을 주려고 하신 말씀은 아니었을텐데...나름 컴플렉스라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괜히 의기소침해진다...

허둥지둥 방을 나서서 일단은 먼저 역근처 Tourist Info를 찾아 Helsingoer와 Kronborg 성, 루이지애나 뮤지엄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고 24시간권 코펜하겐 카드를 끊었다...
개시시간을 10시로 기입하고 뒤돌아서는데...뚜둥...방장 할머니 이곳에서 또 만난다...
무얼 하고 있었느냐고 물어서 코펜하겐 카드를 샀고, 이런저런 혜택이 있고...일정 여유가 있으면 72시간권도 괜찮겠다는 설명에 덧붙여...기타 나의 하루 계획을 이야기했다...
나이스!!! 참으로 오래간만에...나의 독일어가 꼬이지 않고 어쩜 이다지도 유창히 술술 풀려나오는지...
덕분에 할머니한테 72시간권 한장을 팔고...재미있게 구경하고 저녁에 보자고 유유히 인사를 하고 뒤돌아 섰다...
아침의 찜찜했던 기분이 가셨다...
외국 생활 몇년...말때문에 눈치밥을 먹고 살다보니...남이 하는 말도 아니고 고작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날 기분이 달라진다...
말이 잘 나오는 날은 하루가 가볍고...말이 꼬이는 날은 그날 하루가 그냥 재앙이다...

아무튼...코펜하겐 카드 24시간권은 독일로 치면 Regional Ticket에 뮤지엄 티켓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인 것 같다...
보통 관광지의 도시카드는 그 도시내에서만 교통권이 유효한데...
코펜하겐 카드는 이 걸 가지고 코펜하겐이 있는 섬 Seeland의 거의 북단 끝인 Helsingoer까지도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조금 아쉽게도 크론보로 성 투어는 티켓에 포함이 되지 않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표에 루이지애나 뮤지엄 티켓을 따로 끊는 것 보다는 싸단다...
덤으로 저녁에 좀만 부지런을 떨면 티볼리도 갈 수 있고...티볼리는 입장료만 95 dkk(13유로)다.
그렇게 해서 끊은 코펜하겐 카드 24시간권은 229 ddk, 약 30유로 가량한다...

사진은 기차역...
코펜하겐은 역이 도시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 않다...
첫 날 도착해서 역을 나서며 받은 도시의 첫 느낌은 삭막함이었다...
역 바로 앞에 티볼리가 있긴 하지만...작은 티볼리의 입구 하나만으로는 그 삭막한 느낌을 만회하기는 힘들었다...
전날 공항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시내를 들어와, 역에 도착해서 호스텔부터 시내, 항구까지 쭈욱 걸으면서, 기차역보다는 항구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좀 더 도시에 적응을 하고 교외로 여행을 하기 위해...Central Station을 다시 찾으며 보니...역시 전날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
역의 규모와 화려함의 정도 그리고 역지역 일대의 분위가 서유럽 국가들의 대도시 중앙역과 비교했을 때...너무 소박하다...
정체를 모르고 사진만 들여다 보고서는 결코 한 나라 수도의 중앙역이라고 추측할 수 없을 것이다...
덴마크가 근본적으로 해양국가이다 보니...항구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후에 역이 들어선 게 아닌가 막연한 추측을 한다...

뒤에 보이는 빌딩 SAS는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Arne Jacobsen의 건물이다...
코펜하겐 최초의 모던한 고층 건물이란다...
Arne Jacobsen은 덴마크의 미스 반 데로에 정도되는 사람인데 건축가로서보다는 디자이너로 더 유명한 듯하다...
전에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알고 있던 많은 가구들이 알고보니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고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로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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