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country of last things'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9.28 2013.09.28_괴상한 이론의 산더미
  2. 2013.09.28 2013.09.27_환영의 언어... 1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그렇다. 아무튼 그때 이후로 나는 내 귀로 직접 들은 얘기라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과거에는 분명한 사실로 존재했던 것이 순식간에 애매한 것으로 바뀌기 때문이었다. 한두 시간도 채 못되어 전설같은 이야기가 생겨나고, 곧 이어 허황된 이야기가 퍼지면서 분명한 사실이 괴상한 이론의 산더미 아래 파묻히게 된다. 이 도시에선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하지만 그것도 믿을 수 없는 때가 많다. 특히 이곳에선 외견 상 눈에 보이는 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순간 사라지는 것이 너무 많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 두 눈에 보이는 것들이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주기 때문에 어떤 것들을 보기만 해도 우리 자신의 일부가 사라져 없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보는 것조차 위험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눈을 돌리거나 아예 감아버리는 게 속 편할 때가 많다. 그렇게 때문에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물을 정말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안서고,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그저 상상한 것은 아닌지, 다른 것과 혼동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예전에 봤던 것을, 어쩌면 예전에 상상했던 것을 떠올린 것은 아닌지...


*    폴 오스터 '폐허의 도시' 중에서...



+0.  쉬면서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책들을 다시 읽었다...


+1.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느 곳의 이야기임을 바탕으로 하고 읽어 넘겼었는데...

최근에 다시 읽으며...요즘 뉴스를 보고,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 교차함을 깨닫는다...


아....아....

Posted by GIN :

아무리 의지가 굳은 사람이라도 어쩔수 없다. 괜한 호들갑 없이 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 털썩 앉아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이야기한다. 먹을 것이 무론 주된 이야깃거리 중의 하나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아주 상세히 음식 얘기하는 소리를 누그든 자주 들을 수 있는 곧이 바로 이곳이다. 수프와 식욕을 돋우는 전채 요리에서 디저트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 갖가지 양념과 향료, 온갖 맛과 냄새, 요리의 준비 과정과, 갖가지 양념과 향료, 온갖 맛과 냄새, 요리의 준비 과정과 음식의 효과, 처음 혀끝에 느껴지는 맛에서 시작해 식도를 따라 위까지 들어가는 동안에 온몸을 감싸도는 평화로운 기분 - 이런 대화가 때로는 장시간 계속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대화에는 나름의 엄격한 규칙이 있다. 예를 들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절대 웃어서는 안된다. 배가 고프다고 티를 내서도 안된다. 소리를 질러서도 안되고,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어도 안된다. 간혹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음식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장이 난다. 이야기가 좋게 끝이 나려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온 정신을 다 쏟아 부어야 한다. 그래서 이야기에 몰입하면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배고픔을 잊으면서 <기력을 돋우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런 음식 이야기만 들어도 영양을 섭취하는 셈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야기의 정도에 맞추어 적절히 정신을 집중시키고, 이야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믿고자 하는 욕망을 고루 가질 때,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환영의 언어다.


*  폴 오스터 '폐허의 도시' 중에서...



+0. 그래...음식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1. 차이...우리는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음식 이야기를 한다...


+2. 그래도...우리도 환영의 언어를 말한다...아주 자주...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