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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04 2006.01.03_호밀밭의 파수꾼


´아빠는 오빠를 죽이고 말거야.´하고 피비가 말했다.
그러나 나는 듣고 있지 않았다.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미치광이 같은 것을.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줄까?´하고 내가 입을 열었다.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줘? 만일 내게 그 지랄같은 선택권이 있다면 말야.´
´뭔데? 욕 좀 하지 말고 말해봐.´
´너 그 노래 알고 있지? (호밀밭을  걸어오는 사람을 붙잡는다면) 하는 노래 말이야. 바로 내가 되고싶은 것은.....´
´그건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이라는 노래야.´ 하고 피비가 말했다. ´그건 시야. 로버트 번스가 쓴.´
´알고 있어. 로버트 번스의 시라는 것은.´
피비의 말이 옳았다.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이라고 해야 옳았다. 사실 그때는 그 시를 잘 몰랐다.
´만나면을 붙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어.´하고 말했다.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피비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또 ´아빠는 오빠를 죽이고 말거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