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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2.03.10 2012.03.09_나윤선 & Ulf Wakenius

2015.03.14_WHIPLASH

2015. 3. 15. 06:49 from was ich (le)se(h)


+0. 이동진씨가 크게 호평한 데다가, 음악영화라는데에 갑자기 구미가 확 땡겨서...

요건 극장에서 꼭 봐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상영관을 검색했더니...

한국은 이제야 개봉인데... 독일은 벌써 개봉한 지 한달즈음 지나 끝물이다...


시설이 노후해 꺼리던 시내의 작은 단관 극장에서만, 겨우 토요일 낮 한번, 일요일 낮 한번...이렇게 상영을 한다...

그녀를 꼬셔서 토요일 약속을 잡고...그렇게 연이어 이주째 주말 나들이를 했다...


+1. 시내 한가운대 모퉁이 건물의 꼭대기에 위치한 극장...

티켓 창구 대신 팝콘 코너만 있다...


나   : 아...티켓은 1층에서 끊어야 되는 거에요?

점원 : 원래는 그래야 하지만, 잔여석이 많은 경우에는 이곳에서도 판매하기도 해요...

무슨 영화 보러 왔어요???

나   : (아...단관 극장인 줄 알고 왔는데...갑자기 영화제목이 기억이 안남...) 아...엠...

점원: 위플래쉬???

나   : 아...네...

점원: 어느 좌석에 앉고 싶어요?

우리: 음...

점원: 아...뭐...그냥 앉고 싶은데 아무데나 앉아요... 


그렇게 우리 두사람 포함, 총 네명이 영화를 봤다...

갑자기...전용관 기분이...

게다가 이 영화관은 광고도 5분 밖에 안한다...(독일 극장은 광고 시간이 보통 25-30분이다...)

이 극장...호감도 갑자기 급상승 했다...


+2. 영화의 주 도구였던, 음악, 그리고 예술가들의 열정 혹은 광기를 통해 분출되는 에너지, 그 집중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버무려낸 연출...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영화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객이 마치 영화속 인물들 중 한 명이라도 된 것처럼 한껏 몰입하도록 하는 솜씨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인 듯하다...

그런 의미로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시계바늘이 정확히 9시로 움직이는 동시에 문이 탕하고...열리는 순간이었는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든 것이 예견되던 상황에서 그 순간...제대로 움찔해서는 앉은 채로 헛발질을 했다...


+3. 아주 오래간만에 개봉영화를 한국의 동생보다 먼저 보고 자랑을 했더니...

마침 보고 싶어하던 동생도...그 이튿날 당장 보고와서 후기감상을 나눴다...


동생은 내용 자체는 그냥 그랬는데, 연주와 긴장감에 감동을 했단다...


나   : 왜...내용도 훌륭했지...

동생: 와...저렇게까지 해야되나 하는 거부감이 들어서...


보통의 예술을 다루는 영화들이, 주인공의 뼈를 깎는 노력과 열정의 숭고함, 그에 따른 아름다운 결실을 감동과 엮어 다루는데 비해...

그 이면에 숨겨져있던 뒤틀림들...예술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던 아집, 욕망, 오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내용이 훌륭했고...

또 니가 그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으니...감독의 의도도 성공한 것 같다고 했다...



+4. '치열함'을 이러엏게 한발자욱 떨어져서 보며... 그 사이...내 마음이 나이를 먹었구나 돌아보게 된다...


여자친구(?)를 앞에 앉혀 놓고...주인공이 늘어놓는 거창할 미래를 듣고 있자니...

'에고...' 싶어...비슬비슬 웃음이 나고...

주인공이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 그 순간에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음부터 나는 스스로에 흠칫 놀랐다...


'그래.. 그런 일들이...하늘이 두 쪽이라도 나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는데...'


영화가 뒤틀린 열정의 아이러니를 제시했던 것과는 별개로...

치열한 영화를 보고나니...

어디 새삼 불쏘시개를 꽂아줄 자리도 찾기 힘들만큼...옅어진 나의 열정을 뒤져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마만큼의 열정이어야 하는가...' 채찍질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    또 ...한동안 재즈를 즐겨들을 것 같다...



Posted by GIN :


손이 시려오기 시작하는 계절...
겨울 내음이 감도는 가을 어느날...저녁...여름을 추억하며...

악기 편성이 실외 공연에는 좀 덜 맞앗는지...
소리가 전체적으로 고르지 못하긴 했지만...
(더블베이스 소리를 좋아하는데...많이 묻혀버렸다...)
마린바 연주자의 피일만큼은 제대로다...

그래도 간만에 쾨니히슈트라쎄에 볼만한 거리 공연...
일단은 신선했고...덕분에 30분이나 1유로에 호강한 귀...

구형 아이폰의 녹화 기능에 살짜쿵 감동하다...
거리 공연 녹음인데도...음질이 꽤 들어줄만 하다...

거리의 내음이 훈훈훈...
술 익어가는 내음도 훈훈훈... 


Posted by GIN :


점심 무렵 오랜만에 슈트트가르트 나들이를 하기로 해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문자 한통...

오늘 집앞에서 나윤선 콘서트가 있다는데, 생각있어?


몇년전에 그녀의 음반 하나를 들어보고...

음...비교적 흔한 보이스인 걸...재즈 보컬로는 좀 심심한데...라고 생각했었다...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터라, 당연히 그녀의 팬도 아니었지만...


음향은 별로라도 분위기 하나만큼은 제법 괜찮은 집앞 재즈바에서의 비교적 저렴한 공연이라니...

당연히 구미가 당긴다...

그녀에게 예스! 라고 답을 보내고, 당장 역시나 공연이라면 마다치 않는 J와 S도 불러모았다...

알고보니...J는 근간에 그녀의 음악에 꽂혀서, 유튜브에 뜬 그녀의 곡을 꽤나 많이 들었더랜다...

소식을 알리자마다 당장에 반긴다...

S도 예전에 한국에서 그녀의 콘서트를 본적이 있지만, 그다지 좋은 줄을 몰랐다고...

그러나 나와 같은 이유로 좋단다...


서둘러 퇴근을 하고, 셋이서 브로콜리 치즈 파스타를 한솥 얼른 끓여 먹고...

공연 1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바에 들어가서 입석과 좌석 사이의 경계에 자리를 잡고 그렇게 그녀를 기다렸더랬다...


공연이 시작되고 깜짝 놀랐다...

몇년 전에 들었던 그 음악이 아닌 것이었다...

전에는 예쁘지만 평범한 목소리이며, 유럽에서는 동양적인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지난 몇년 간 스스로의 목소리를 훌륭한 악기로 가다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실험을 하고, 노력을 했을지 그 흔적이 보였다...

너무너무 멋이 있었다...


노력하고 발전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녀의 노력과 발전,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에 박수를 보낸다...

오늘부터 나도...그녀의 진정한 팬이다...

그녀가 곧 한국을 들어갈 J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