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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4_투표

2011. 8. 25. 05:28 from was ich (le)se(h)
이제 게임은 끝났으니 그들에게 남은 일은 팔짱을 끼고 투표함의 최종 평결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제십사 투표소의 관리관, 그러니까 우리가 그곳의 헌신적인 시민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흔쾌하게 장 하나를 바쳐, 심지어 일부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문제들까지 기록했던 그 투표소의 관리관을 비롯하여 제일 투표소에 이르기까지 다른 모든 투표소의 관리관들이 마침내 그들에게 탁자 역할을 하던 길게 늘어선 작업대들 위에 표를 쏟자, 도시 전역에서 눈사태가 맹렬하게 우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은 곧 뒤따를 정치적 지진의 전조였다. 가정에서, 카페에서, 선술집과 술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있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수도의 거주자들은 개표의 최종 결과를 기다렸다. 어떤 사람들은 차분했고, 어떤 사람들은 약간 흥분했다. 그러나 아무리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라도 자신이 어떻게 투표했는지 털어놓은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라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수다스럽기 짝이 없는 사람들도 말을 잊은 것 같았다. 마침내 그날 밤 열 시에 총리가 텔레비전에 나왔다. 얼굴이 일그러진 것 같았다. 눈 밑에는 시커먼 반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주일 내내 잠을 못 이룬 결과였다. 건강한 빛을 내뿜도록 분장을 했지만 그 밑은 창백했다. 올리는 손에 쪽지를 들고 나왔지만 그것을 보고 읽지는 않았다. 말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이따금씩 흘끔거릴 뿐이었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오늘 우리나라 수도에서 실시된 선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익정당 팔 퍼센트, 중도정당 팔 퍼센트, 좌익정당 일 퍼센트, 총리는 말을 끊고 옆에 있던 잔으로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오늘의 투표가 지난 일요일에 드러난 경향의 확인인 동시에 악화임을 알기 때문에 이 곤혹스러운 결과의 모든 원인을 진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 각하와 논의한 긑에 현 정부의 정통성에 문제가 제기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방금 실시된 선거는 지방 선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오히려 자신의 절박하고 긴급한 의무가 지난 칠 일간의 비정상적 사태를 심도있게 조사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이 사태에 경학한 증인인 동시에 대담한 참여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하게 되어 몹시 안타깝지만, 우리의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생활의 민주적이고 정상적인 상태에 잔혹한 타격을 준 이 백지투표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닙니다. 이 백지투표는 이 도시의 백명의 선거인 당 여든 세 명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들은 그 비애국적인 손으로 백지를 투표함에 넣었습니다. 총리는 다시 물을 마셨다. 갑자기 목이 말랐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까보다 물이 더 절실하게 필요했다.

*주제 사마라구 '눈뜬 자들의 도시' 중에서


시간마다 갱신되는 수치에 살짝 흥분했던 하루...
부러 창백해 보이려했던 그의 심정이 저랬으려니...
그리고 당 최고위원이란 사람도 저 비스무리하게 연설했다...
이름도 모를 어느 나라나...대한민국이라는 나라나...정치판은 거기서 거기다...
인간의 보편성?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