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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나는 부드럽고 끈기있는 공격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유형지에서 돌아오면 무얼 하실 작정입니까? 라고 나는 물었다.
그건 아시잖아요. 공부를 계속하겠어요..
그러고는? 이라고 나는 물었다.
니나는 나를 꿈꾸는 듯한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러고는 직업을 갖겠어요. 그리고 일을 하고 어쩌면 글을 쓸거에요. 소설을 쓸거에요.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물었다.
니나는 흥미없다는 듯이 어깨를 올렸다. 그리고- 그건 알 수 없지 않아요. 그리고는 살아가겠지요- 라고 니나는 명확한 결심이 보이는 소리로 말했다.
니나, 라고 나는 말했다. 당신 나이의 처녀와 부인들이 결혼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 아직도 눈치를 못채고 니나는 말했다. 그것에 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나는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혼자 있는 걸 아주 좋아하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방해가 될 때가 많아요.
갑자기 결심한 듯이 니나는 핸드백을 열고 반쯤 구겨진 종이쪽지를 꺼내서 나에게 주었다. 그것은 한 편의 시였다. 니나는 전에는 한번도 나에게 자기가 쓴 것을 보여준 일이 없었다. 나는 주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 시가 내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두려웠다. 그것이 정말로 나쁜 시라면 나는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내 감정이 흔들릴까? 나쁜 취미를 가졌고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을 과연 나 자신이 용납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 읽고 나는 읽기를 중단했다. 나는 나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 이건 정말 지나친 말 같다...라고 나는 말했다. 사랑을 재능에 의하여 좌우하다니!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것이지, 능력이 더 있고 없는 건 그 다음 문제가 아니니?
아니야, 라고 니나는 생기를 띠고 말했다. 이 점에서는 나는 슈타인을 변호해야겠어. 이걸 좀 봐. 내 시가 나쁘다면, 정말로 나쁘다면, 형식에 있어서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감상적이고 싸구려라면 내 속에도 감상적인 요소와 싸구려의 경향이 있다고 틀림없이 볼 수 있는 거야. 우리는 자기가 쓴 글과 똑같은 거야. 그걸 분리시킬 수는 없어. 언니가 만약 날카롭게 주의해서 본다면 온갖 가장을 꿰뚫고 볼 수 있을 거야. 슈타인의 말은 아주 옳아. 나도 그와 꼭 같이 생각하고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나에게는 불가능해. 이런 말은 냉혹하고 너무 이지적으로 들리지?
그래, 하고 나는 말했다. 거의 잔인하게 들린다. 여자가 남자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어쨌든 이해가 안 가. 우리는 남자로부터는 활동과 성공을 둘 다 기대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지만 여자는 일을 할 필요가 없어. 여자는 그저 존재하면 되는 거야. 일을 해서 그것을 증명하지 않고도 여자는 자기의 본분을 다 하고 있는 거야. 니나는 깊이 생각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응, 언니의 말은 옳아, 라고 니나는 말했다. 물론 옳지만, 만약 여자가 무슨 일을 시작했을 때 그 능력이 남자의 것이든 여자의 것이든 간에 그 여자가 해낸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든 일을 평가할 때 쓰는 기준 이외의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우울한 열정을 가지고 니나는 말을 계속했다. 정말이지 나는 나의 재능을 종종 저주했어. 나는 결혼해서 애를 낳고 가구의 먼지를 닦고 마당에 빨래를 널고 하는 여자들하고 나를 백번이나 바꾸고 싶었어. 왜 웃어, 언니?
네가 먼지를 닦고 빨래를 너는 걸 그처럼 부러워하니 말이다.
아, 언니는 내말을 알 거야, 라고 니나는 말했다. 나는 완전히 명확하게 정돈된, 일정하고 뚜렷한 경계가 있고 큰 위험이 없는 단순한 생활이 갖고 싶은 거야, 언니는 이제는 나를 조소하겠지?
그래 조소한다, 라고 나는 말했다. 네가 정말은 그런 생활을 조금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아니까.
그래, 라고 니나는 적의에 차서 말했다. 그걸 그렇게 잘 알고 있어?
내가 늘 마치 토기처럼 밤낮 사는 것에 넌더리가 나리라고는 언니는 생각하지 않아?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니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언니 말이 맞았어. 나는 다르게 살고 싶지 않아. 그리고 누구와도 나는 바꾸고 싶지 않아.
니나는 잠깐 동안 손을 내 팔 위에 얹었다. 그것은 내가 니나한테서 이미 몇번이나 발견했던 수줍고도, 다정스러운 동작이었다. 미친 소리 같지만 사실이야, 라고 니나는 말했다. 고통의 한복판에 아무리 심한 고통도 와 닿지 않는 피안지대가 있어. 그리고 그 곳에는 일종의 기쁨이 아니, 승리에 넘친 긍정이 도사리고 있어.
그래- 그건 나도 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니나는 나를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어떻게 언니가 그걸 안단 말이야? 언니는 나를 모르지 않아?
아니, 나는 알 수 있다. 느낄 수가 있어. 네 속에 있는 무엇에 의해서도 상처받을 수 없는 본질을.
아, 정말이야? 하고 니나는 빠른 어조로 말했다. 최근에는 그런 느낌이 내게서 사라지고 말았어.
이 고백이 왜 니나를 그처럼 무안하게 만들어서 얼굴을 붉히게 할 정도였는지 나도 모른다. 니나는 일기장에 고개를 푹 파묻었기 때문에 나는 거의 같이 읽지를 못했다. 한참후에야 니나는 일기장을 나에게로 밀었다.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것은 완성된 시는 아니었다. 또한 니나는 아직도 완전한 자기 자신의 리듬을 발견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순수한 시였다. 지금은 단지 처음 귀절과 마지막 귀절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내가 교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니나는 나에게 그 종이쪽지를 절대로 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건 썩 좋지 못해요, 라고 니나는 한마디 하더니 그 종이를 조금씩 아까와하지 않고 단호한 태도로 찢어버렸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전부는 이렇다.

오, 이 한번만은 나를 방해하지 말라.
오늘 숲에서 나를 따라온 수줍은 본질을.
내가 잠자코 어둠 속을 갈 때
태고의 지식을 거룩하게 말없이 전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기다리면서 수풀에서 뛰어나온 수줍은 본질을 방해하지 말아다오.

마지막 줄은 처음의 귀절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희들, 너희들 타인이여, 방해하지 말아다오
이 한번만은, 아, 방해하지 말아다오
너희가 나한테서 짐작하는 그 수줍은 본질을...

그 밖에 연결이 끊긴 한 줄이 생각난다. '오 너희들, 위대한 죽음으로 유혹하는 자들이여'
아름다운 시입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찢어서 아깝군요. 암기하실 수 있습니까?
아니오, 라고 니나는 말했다. 벌써 잊어 버렸어요. 한번 쓴 것은 잊어버려요. 그건 벌써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니까요. 그건 벌써 지나가 버린 무엇을 말하고 있을 뿐이이에요. 나는 그 동안에 또 나이를 먹었는데.
그렇지만 당신은 그 시를 겨우 사흘 전에 쓰셨더군요. 날짜를 보았습니다. 라고 내가 말했다.
사흘 전이라고? 니나는 말했다. 사흘이란 긴 시간이에요. 니나는 종이 조각을 뭉쳐서 핸드백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해하셨어요? 내가 왜 혼자 있고 싶어하는 가를? 사람은 그처럼 많은 고독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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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 보았다. 주의깊은 관찰자가 있었더라면 아마 우리들 눈에서 우울한 연민과 준열한 자기 주장의 표현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헤어질 때 니나는 그 이전의 어느때보다도 더 거만하고 냉혹하였다. 나는 그 여자의 얼굴에서 조소와 우월감을 보았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화가 나있고 또 그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로 인해 유발된 그녀의 책망은 옳았다. 나는 니나가 나에게 적나라한 질투를 책망하지 않은데 대하여 오히려 감사했다. 아마 질투가 나의 가소롭고도 효과 없는 간섭의 진짜 동기였을 것이다. 이 가장 바보같은 대화로써, 나를 향한 니나의 호의를 파괴했고, 그 여자의 사랑을 인내로써 얻을 최후의 기회를 놓쳤다.
내가 말한 것은 모두가 표면적이고 오해되기 쉬우며 바보같은 것이었다. 이제야 나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했던가를 알았다. 아니, 나는 그것을 그 대화가 끝난 밤에 깨달았지만 이젠 그것을 어느 틈엔가 잊어버렸다. 이러한 종류의 오해는 얼마나 무서운가. 그런 오해는 말이나 견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이며 풀어질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 다리를 놓아볼 수 없는 아주 깊은 낯설음. 이제 다시는 니나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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