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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Stephan Basilica, 헝가리어로 성 이슈트반 바실리카에서 미사를 드리고...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사를 구경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작년 크리스마스 때처럼...

미사를 마치고...친구에게 헝가리 사람들이 좀 더 신실한 분위기가 있는 거 같아...라고 했더니...
친구는 웃으며...옆 커피집 총각 때문에...내가 그냥 헝가리 사람들이 다 좋아 보이는 거란다...
미사 후에 오르겔 연주가 있었는데...참 듣기 좋았다...
집에서 오르겔 연주 음반을 들으면 음이 너무 날카로와서 항상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끄곤하는데...
성당에서는 거대한 공간을 통해 한번 울려 나오는 그 소리가 너무 다르다...
한 곡을 다 듣고...탑에 올랐다... 

전날 겔레르뜨 언덕에 올라서 부다페스트 전경을 한번 봤지만...
시내 한가운데 교회 종탑에서는 광장의 바닥 패턴까지...도시 공간을 좀 더 가까이에서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오기 전에는 헝가리 하면...
말이 유럽이지 우리보다 못사는 동유럽 국가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하루하루 여행을 하며 그런 생각을 지우게 된다...
2차 대전 때 독일군 측 마지막 방어선 중 하나였던 이유로 철저하게 파괴되었던 도시를 이처럼 흔적없이 재건해낸 저력과...
유럽 타 대도시에 밀리지 않는 도시 계획, 한 거리에 3가지 이상의 바닥 패턴을 섞어 쓰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디자인 센스 등에 놀라고 부러워할 뿐이다...
  

Posted by GIN :

독일에서 벌써 여섯 번째 맞는 겨울...그래서 여섯 번째...크리스마스...
(그리고 살짝은 우울해지지만...여섯 번째 생일...^^ 벌써 독일에서 여섯살이나 먹었다...)
10월 겨울학기가 시작하고... 가을을 넘어 어느새 겨울로 가는 가 싶으면...
이걸 채 알아채기도 전부터 속속 들어서기 시작해 그해 겨울을 꼬박 채워 12월 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장을 보면서...
카톨릭 문화의 중심인 이곳 유럽에서 치뤄지는 크리스마스 미사를 꼭 한 번 참석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사실 정확히 얘기하면 참석해 보고 싶다기 보다... 관찰해 보고 싶다는 쪽이 옳겠지만...

올해 겨울에는 기회가 왔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나의 옆방 짝꿍녀가 나를 꼬셔주었고...
"거기 코어가 좋아?" 라는 나의 튕김에...
"거기 오르겔이 좋아" 라고 그녀는 응수해 주었다...

고등학교가 카톨릭 재단이었던 이유로...사실 미사를 본적이 있긴 있었는데...
수능이다...수학여행이다...개교기념일이다...연례 및 학교 행사가 있으면...일년에 서너번씩 미사가 있었고...
그때면 전교생이 강당으로 동원되어서는 (그때는 말 그대로 '동원'이라고만 느껴졌었다...) 수차례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의식 자체에 짜증을 내곤했다...
전교생을 앉힐 접이식 쇠의자도 없어서...마룻바닥에 무릎을 개고 앉아 있는 두 시간은 그 자체로 고역이었고...
뜻도 모를...관심은 더더욱이도 없을 기도문에 취해 졸고 있다가도...갑자기 앉았다 일어났다 해야하기 일쑤였고...
보통은 30분이면 충분할 행사가 미사가 덧붙여지면서 두 시간이 넘게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도 참 싫었었다...
특히 마룻바닥이 찬...수능이나 졸업미사 때는 더더욱 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근 10년 만에 미사에 참석했다...
10시부터 시작한 미사는...11시 반 쯤 끝났다...
중간에 초저녁에 마신 와인 기운이 살짝 올라온 탓에... 신부님이 설교하시는 동안 잠깐 졸기도 했지만...
그래도 의식이 거행된 시간을 따지고 보면... 10년 전과 큰 차이는 없을 텐데...
기대했던 것 보다 식이 짧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하는 반은 어이없는 핑계를 떠올리며 실소를 지어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애초에 미사에 참석한다기 보다 구경해 보고자 했던 목적이 제대로 충족된 이유다...
동행했던 친구들에게 고백하면 배신감이 들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참으로 신실하지 못한 내게 그 한 시간 반은 아주 엄숙한 퍼포먼스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즈막히 오르내리는 운율있는 기도문들...
날이 날이니만큼 어제따라 유난히 더 화려했다는 오르겔 반주...
성구를 들고 근엄한 표정으로 무거이 옮기는 발걸음 하나하나...
심지어는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기도문을 외는 그 순간에도...
그래서 나 홀로 '섬'이 된 것 같다고 느껴진 그 순간에도...  
그 모든 것이 각본에 따라 잘 짜여진...공연처럼 느껴지는 거다...(분명 '각본'이라는 표현이 허용되지 않을 제식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미사가 끝나고...
'미사에 참석해 주신 신도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신부님의 말씀 끝에...
박수를 치고 싶은 욕구가 불쑥 솟기도 했다...

미사 한시간 반 동안 그런 심정으로 앉아 있는 나를 들여다 보면서...
내 생애에도...과연 언젠가 종교에 연을 이을 날이 올까?? 궁금해했다...

그리고...스스로 카톨릭 혹은 기독교 신자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이브 단 두 번만 교회를 찾는다는 많은 독일 사람들은 (한국 교회의 눈으로 보면 분명 사이비일)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기도할 지도 조금 궁금했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