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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3 2008.12.23_Mitleid vs. Mitgefühl 그리고 동정

라틴어로부터 파생된 모든 언어에서 동정(compassion)이란 단어는 접두사 com-과 '고통'을 의미하는 어간 passio로 구성된다. 다른 언어, 예컨대 체코어, 폴란드어, 독일어, 스웨덴어에서 이 단어는 똑같은 뜻의 접두사와 '감정 sentiment'이란 단어로 구성된 명사로 번역된다. (체코어로는 sou-cit, 폴란드어로는 wspol-uczucie, 독일어로는 Mit-gefühl, 스웨덴어로는 med-känsla이다.)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에서 동정이란 단어는 타인의 고통을 차마 차가운 심장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해 고통스러워하는 이에게 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거의 같은 뜻을 지닌 연민(영어로는 pity, 이탈리아어로 pietà)은 고통받는 존재에 대한 일종의 관용심을 암시한다. 한 여인에게서 연민을 느낀다는 것은 그녀보다 넉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몸을 낮춰 그녀의 높이까지 내려간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동정이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의심쩍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사랑과는 별로 관계없는 저급한 감정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동정삼아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어간이 '고통 passio'가 아니라 '감정 sentiment'으로 동정이란 단어가 형성된 언어에서 이 단어는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나쁜 감정, 혹은 저급 감정을 지칭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어원이 발휘하는 비밀스런 힘에 의해 이 단어는 또 다른 후광을 받아 보다 넓은 뜻을 지니게 되었다: 동정심을 갖는다는 것 (don-sentiment)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른 모든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동정(sou-cit, wspol-uczucie, 독일어로는 Mit-gefühl, med-känsla의 의미로는)은 고도의 감정적 상상력, 감정적 텔레파시의 기술을 지칭한다. 감정의 여러 단계 중에서 이것이 가장 최상의 감정이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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