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서 모터쇼가 있었다. 자동차 광인 친구 덕분에...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기계라고는 관심이 없던 내가... 강력한 반복학습(친구의 기억력 덕에)과 주입식 교육의 힘으로...작게나마 자동차라는 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러한 성장에 기름을 한번 더 끼얹어보고자... 그리고...두번째 사실은 이게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독일 Messe 건축의 보고를 한번 제대로 돌아보고자... 2주간의 워크샵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주말...모터쇼 마지막날 바로 전날... 새벽같이 또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달렸더랬다... 두번 다시 그렇게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지역 순환선을 타고서... 그래도 이날은 시간을 잘 맞추어... Koblenz에서 갈아타 라인강을 따라 내려가는 기차편을 이용한 덕분에 긴 시간 눈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다... 11시 무렵부터 오후 6시까지 한나절을 넘게... 친구의 설명을 들어가며...인파를 헤쳐가며 꿋꿋이 잘 구경하긴 했었는데... 역시나 나는 기계친화적 인간이 될 수 없었던지... 다녀와서 사진을 정리하며 보니... 순수히 자동차만을 객체로 잡고 찍은 사진이라고는 요 딱 페라리 사진들이 전부다... 도로 위 차가 막히는 것은 양반이다 싶을 정도로... 훈기와 암내가 진동하는... 앞 사람의 땀베인 눅눅한 등 밖에 보이지 않는 인파 속 정체는 끔찍했는데... 그 정체가 가장 심했던 구간이 바로 이 페라리 전시장이었다... 설문 조사에서 독일 사람들이 로또에 당첨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페라리를 한대 뽑는 게 1위로 뽑혔다더니... 페라리의 인기를 제대로 실감했다... 그렇게 건져온 이 사진들... 수많은 차들 사이에서 눈이 무감각해졌던 그 날에도 사진을 찍으며 이미 이 녀석 참...빛이 나는 놈 일세...했지만... 사진으로 다시보니... 무대와 조명의 효과인지...눈이 다시 길거리 차들만 보며 정상으로 돌아와서인지... 사진 속 이 녀석 그날 전시장에서보다 더 근사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봐온 익숙함에서 나온 선호일 지도 모르지만... 페라리보다는 포르쉐를 더 좋아하는데... 전시가 산만해서... 이날 정작 포르쉐 사진은 한장도 안찍었다... 광고나 전시와 같은 감각은 확실히 이탈리아가 앞서나보다.
2002 년 봄 여행 중 독일 첫 도시였던 베를린... Smart를 처음 보고 감동해서 셔터를 눌러대던 시절도 있었다. 거의 'Oh, my God'을 연속해 외치듯... 이렇게 작고 앙증맞은...장난감같아 보이는 차가 길에 굴러다니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거 다 필요없어...Smart 면 돼... 나중에 내 첫차는 Smart로 하겠노라고 마음 먹기도 했었다. 간사하고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 여행 중의 그 감동의 물결은 독일 생활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썰물같이 쑤욱 빠져나가 사라져 버렸다. 독일 생활 반년도 되기 전에...스마트는 앙증맞고 신선하기 그지없던 스와치에서 디자인 했다던 미니카의 모습대신에... 피자 배달 차량으로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10월 중순에 잠시 이사 차 슈트트가르트를 다녀오면서... 주연언니 내외 덕에... 이 차를 처음으로 한번 타볼 기회가 있었다... 느낌만으로도 벌써 내구성은 티코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것 같긴 했지만... (하지만 전문가의 말을 빌자면...경사지를 오르는데 치명적으로 문제가 많은 차란다...) 앞으로 차를 안사면 안샀지...스마트를 살일은 없을 것 같다... 가벼움이 컨셉임을 이해하지만... 작은 기계음부터 하나하나 거슬리는 그 경박함...이란...음.... 어이없던 렌트 횡재 행진에... 눈만 끝없이 높아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