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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4_영화 2012

2009. 11. 25. 04:27 from was ich (le)se(h)

따지고 보면 시간 여유가 꽤 많은 한 해였었는데...올해는 영화를 참 덜봤다...
그렇게 올해 본 몇편 되지 않은 영화 중 최악의 영화 '2012'

아무리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고...
이런 종류의 영화는 이야기를 바랄 것 없이 그림만 보면 된다지만...
전인류의 목숨을 가지고 분탕질을 쳐놓고...툭 꺼내놓는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그만한 가치가 없는 이유로) 분노까지는 아니지만...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짜증과 비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에머리히가 독일 감독이라...도대체 독일 쪽은 영화를 어떻게 평하고 있는지 좀 궁금해서...
슈피겔 기사를 읽었는데...역시나 깃털보다 가벼운 영화라고 했던 이동진 기자의 평에 비하면...그냥 칭찬을 하고 말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부드럽다...
역시 독일 사람들 팔도 결국에는 안으로 굽는 거다...

슈피겔에서는 에머리히가 그의 영화들에서 현대 사회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구조를 산산조각낸다고 썼는데...
내가 보기에는 현대 사회의 일면을 시각적으로는 파괴하면서도 한편으로 에머리히만큼 철저하게 '미국' 현대 사회의 정치, 경제 구조에 빌붙어 있는 감독도 없는 듯하다...

사악한 외계문명으로부터 지구와 선량한 유목민을 구하는 듯 보이는 '스타게이트'는
사실 미군부대가 시공간을 초월해 우주 어느 별로 날아가...이집트 고대 문명을 날려버리고 금의환향하는 영화였고...

그의 출세작인 '인디펜던스 데이'는 전세계가 무력한 가운데...
미국 정부만이, 특히 대통령이 전투기까지 타고 직접 나서서 지구를 구해내 지구의 독립을 수호한다는 영화였고...

중요한 것은 크기라던...프랑스 정부의 비밀 핵실험으로 발생한 돌연변이 '고질라'는...
뉴욕 시내 구석구석에 기스를 좀 냈으나...
따지고 보면...핵문제에 대한 책임 문제는 고사하고...무능한 작전 사령관 하나 자르지 못하고 사라진 거대 도마뱀이였을 뿐이고...

북반구가 통째로 얼어붙어서...서구 사회의 종말을 그리는 듯 보이는 '투모로우'는...
나라가 없어져버린 마당에도...다른 나라에 부채 탕감을 운운하며 남의 나라에 뻔뻔하게 자리틀고 앉아, 철저하게 미국적인 태도로 끝을 맺는다...

그렇지만...이번 영화 2012야 말로...단순히 CG와 각종 재난의 집결판인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정리한 완성판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이 영화에서 에머리히는 중요한 것은 크기라는 모토에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라는 것을 덧붙인다...
창세기에서 신의 선택을 받아 살아남았던 노아와 달리 2012의 선택권은 정치권력과 자본력이 쥐고 있다...
미래 인류의 재건을 위해...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우수하게 선별되었다는 방주의 선발 탑승자들은 사실 정치와 자본의 경쟁사회의 승자들일 뿐이다.
(세계의 그 많은 관객들이...G8에 속하지 않은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들은 대통령조차도 탑승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실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한 태도는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소위 평범한...주인공 가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비규환 속에서 공존을 위해 다른 이들에게 같이 도망칠 것을 제안하기는 커녕...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아주 자주 다른 이들을 희생시켜가며...그렇게 살아 남는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는 여전히 정치 놀이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실소의 정점은...
방주의 문을 여네...마네 싸우다가 세계 각국의 정상이 각국의 명예를 걸고...문을 열기로 선포하는 장면이었다...

국민들을 예지녁에 버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정치가들이 도대체 더이상 명예를 걸 수있는 국가가 어디 있다는 것인가?
영화는 아프리카만이 유일하게 망망대해 위에 남은 땅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아프리카를 바라보며 끝난다...
나름 희망을 제시한답시는 영화의 끝이 더 짜증스러웠던 것은...
그 놈의 정치가들은 이제 아프리카 대륙에서...어처구니없이 땅따먹기를 하며 국가놀이를 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신대륙의 역사는 그렇게 반복될 것이고...
에머리히는 그렇게 자신의 영화를 똑같이 반복해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캘리포니아에서 지구 종말이 시작되고...
존 쿠삭이 지도 한 장 얻겠다고 그 난리 중에 우디 해럴슨 찾으러 가기 전까지는 그나마 시각적 효과에 빌붙어 좀 볼만했었다...

그런데 재난의 규모 자체가 휴먼 스케일을 과도하게 벗어나...지도가 달라질 정도가 되기 시작하니...
컴퓨터 그래픽이 제 아무리 잘나도...더 이상 손아귀에 긴장을 쥐어줄 수가 없는 거다...
전인류 말살의 원망을 빗겨가기 위한 전략의 틈이다...
원망을 벗어났을 수도 있지만...그 틈으로 긴장까지 같이 빠져 나가 버렸다...

빌리언을 모아 만든 방주가 겨우 문 하나를 못닫아서 침몰하게 생긴 상황 같은 어이없는 헛점들은 일일이 다 열거할 필요도 없고... 
스토리는 빼고 화면만 보자...고 해도...

그 화면을 보면서...두시간 반 동안 몸을 비비꼬고 있었으니...
충분히 실패한 영화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