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sted Airport'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7.22 2010.07.21_애증의 스탠스티드...그 밤...그 밤...

이번 여행동안 가장 여러번 가고...가장 오래 머무른 곳을 꼽으라면...
주저할 것 없이...스탠스티드다...

슈트트가르트에서 스탠스티드가고...
스탠스티드에서 캠브리지 가고...
캠브리지에서 다시 스탠스티드 가고...
스탠스티드에서 에딘버러 가고...
다시 에딘버러에서 스탠스티드 가고...
마지막으로 스탠스티드에서 슈트트가르트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그냥 큰 탈 없이 여행을 했어도...이 정도면 스탠스티드 공항이 제 아무리 Sir.Norman Foster가 설계하셨다고 해도 제법 질릴만 한데...
여행 첫날의 난리통에 정내미가 아주 제대로 떨어졌다...
단언컨대....다음번 런던 갈일이 있으면...무조건 히드로다...
스탠스티드는 두번다시 안간다...
내 아주 그냥....

캠브리지에서 5시 버스를 타고 공항에 대략 6시경에 돌아와서 8시 50분 에딘버러행을 기다렸다.
'유레일패스로 맘껏 돌아다닐 수 있던 2002년에도 이런 식의 강행군은 안해봤었는데..이 무슨 난리 생쇼부르스인지..' 라고...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사실...이것까지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주로 저가 항공사가 날으는 공항인데 비해서,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면세점 규모도 제법되서...
한동안은 면세점 이곳저곳을 기웃대며 꽤 시간을 잘 보냈더랬다...
그런데...8시가 다 되록 게이트 넘버가 뜨지를 않는 것이다...
8시 10분...마침내 게이트가 떴다...
바로 게이트로 가서는 한 20분을 기다렸을까?
보통이면 벌써 게이트가 닫혔을 시간인데...연착인가 생각을 할 무렵...
게이트 위에 달린 모니터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웅성한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나도 일어나 다가갔더니...
마침 여자아이 하나가 에딘버러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 중이다..
이야기인 즉슨...갑자기 한순간에 비행 리스트에서 에딘버러행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에잉?? 놀란 나도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바라보는 순간...
안내 방송이 나왔다...
"프랑스 공항 정비팀의 파업으로 비행기 한대가 회항하지 못해...에딘버러행 비행기는 취소되었습니다...승객들은 데스크로 돌아와주시기 바랍니다..."
OTL

꽤 민첩하게 움직였는데도...데스크 앞에 도착하니...
앞에 벌써 20여명의 사람이 섰다...
비행기 한대가 뜨지를 못했으니...
내 뒤로 선 사람 수는...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이미 9시를 훌쩍 넘기고 있는 그 시간...
이미 한적할 대로 한적한 공항...데스크에는 고작 2~3명의 직원들이 앉아서 승객 한사람 한사람들의 일을 처리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몇년을 살면서도...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유럽의 서비스 정신에는 여전히 적응이 되질 않는다...
비행기가 사라진 순간부터 하얘졌던 머리를 애써 가누며...
상황을 이해하고자 노력을 했는데...

일단 예약을 해두었던 에딘버러 민박집엘 전화를 해서...비행기가 취소되었음을 알렸더니...
당연히 난처해하는 반응을 보인다...
전에 부탁했었던 하이랜드 투어도 이미 예약을 했단다...
이미 9시가 훌쩍 넘은 시간...
사촌오빠와는 연락이 닿질 않고...
마침 충전기도 빠뜨린 핸드폰의 배터리는 벌써 빨간줄을 보이기 시작하고...
런던을 들어가자니...숙소도 없고...1시간 반이나 걸릴테고...
거기다 기다렸다가 표 보상문제 처리를 하고 들어가자면 최소 1시는 되어야 도착할 것 같고...

공항이면 으레히 붙어있는 그놈의 공항호텔이 왜 스탠스티드에는 없는지...
애써 정신을 좀 차려보려 하지만...상황을 가늠하면 해볼수록 머리 속이 더 하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침...앞에 서서 데스크에서 한차례 전쟁을 치루고 온 사람들이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한다...
환불은 없고 대체 비행기표만 제공을 하는데, 예약이 꽉차서 금요일까지 비행기가 없답니다...
오늘은 수요일...에딘버러에서 런던으로 다시 내려오는 날이 토요일...
머리 속은 점점 더 하얗다...
점입가경...

앞에선 아저씨에게 혹시 스탠스티드에서 에딘버러로 올라가는 밤버스는 있는지 물었다...
친절한 아저씨...딱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버스가 있기는 할테지만, 8시간이 넘는 힘든 여행이 될꺼란다...
차라리 지금 런던으로 가서 하룻밤을 자고 기차를 타면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으니 그렇게 가는 것이 훨씬 나을 거란다...
아저씨의 호의는 고맙지만 그 순간 돌아가는 머릿속 계산기...
런던까지 왕복 버스비 20 파운드, 하룻밤 숙박비 최소 50파운드, 런던에서 에딘버러까지 기차비 최소 100파운드...
비행기 한편이 꼬여서 물게될 추가비용을 생각하니 더 심란해지는 순간이다...

전날 거의 자지 못한데다...이미 하루 종일을 돌아다닌 뒤라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상황은 꼬여만 가고...
하얗게 질려가는 내가 안되었던지...옆에 섰던 다른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자기도 오늘 꼭 에딘버러를 올라가야 해서 친구가 버스와 렌트카를 알아보러갔는데...
혹시 차가 구해지면, 너도 태워줄께...
말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서 'It's very kind of you.'라고 대답을 하는데...
그 아저씨가 말한 친구가 차키를 들고 짠 하고 나타났다...
"갑시다...차 구했어요...오늘은 버스도 없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아저씨 뒤로 밝게 빛나는 후광을 보았다...
그렇게 그 밤...겨우 스탠스티드를 벚어날 수 있었다...

"가자!"는 아저씨를 보고...
그래도 슬며시 아직 비행기표에 대한 아쉬움이 남은 내가..."표는?" 했더니...
아저씨...so cool 하게..."잊어버려...그런 건 못받는 거야..."하셨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