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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5 2010.06.05_Paranormal Activity

1월이었던가... 이 영화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게...
평론가 이동진씨의 극찬에...'절대 보지말라'는 그녀석의 수선에 대한 반감 섞인 오기가 더해져서...
꼬옥 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영화인데...
그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나에 취미를 붙이면 좀 끈덕지게 몰입하다가도...
또...그 열기가 식으면...금새 돌아보지 않고 어딘가 한구석에 밀쳐두고 잊어버리고 마는 내 성격 탓이다...

유학을 떠나와서도 몇년간은 건축기사는 안읽어도 인터넷으로 영화기사는 꼬박꼬박 읽을만큼...
영화에 대한 정성은 스스로 생각해도 좀 날달랐었는데...
nkino가 문을 닫으면서... 상실감에 좀 시달리다...어느 순간 나도 영화와 거리를 두고 살고 있다...

아무튼...요즘은 부쩍더 게을러져서...자막을 봐야 하는 영화는 아예 제쳐두고 본다...
유학 초기만 해도...배우의 목소리에 대한 집착때문에...굳이 원어로 보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요즘은 아예 일찌감치 극장엘 가버리거나, 개봉시기를 놓치면 굳이 참고 TV에서 독일어 더빙본으로 방송을 해줄 때까지 기다리고만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도중에 딴짓을 안하고, 자막을 꼼꼼히 읽으며 보는 영화가 1년에 10편이 될까말까하다...

갑자기 잠이 오지 않던 오늘 아침 새벽...책상에 앉아 인터넷의 세상을 배회하다가 문득 이 영화가 생각이 났다...
옳다구나...지금이 보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구나 떠올라...무릎을 한번 치고는...
노트북 전원을 켜서 이 영화를 플레이 시키고는...노트북을 그대로 껴앉고...밍기적밍기적 침대 속을 파고 들었다...

그런데...사람들마다 웃음의 코드가 다르듯...공포의 코드도 다른 것은 확실한가보다...
90분 남짓한 짧은 영화인데...
그걸 끝까지 못보고...30분쯤을 보다가 졸기시작해...결국 잠들어버렸다...
전원이 켜진 컴퓨터를 껴앉고 잔 탓에...잠을 설쳐, 겨우 서너시간을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는...
눈부시게 화창한 아침...영화를 끝까지 마저 봤다..
기대가 컸던 데에 비해 실망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적어도 내게는 무섭지는 않은 영화였다...
'블레어 윗치'를 보면서도 크게 겁을 먹지 않았었는데...
이런 식의 영화에 대한 공포감각 자체가 근본적으로 없나보다...내게는...

2009년 스필버그의 손을 거친 극장 개봉판은 또 많이 다르다는데...
나는 일단 감독 오렌 펠리의 오리지널판을 봤다...

대부분의 영화 감상평에는 스필버그 엔딩에 대한 찬사 일색인데...
스필버그 영화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속단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트레일러에 공개된 2~3초 분량의 영상과,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묘사글들만 두고 보면...
그의 엔딩은 음...너무나 스필버그스럽고, 너무 헐리우드적인 냄새가 난다...

개인적으로는...애시당초...빅브라더와 같은 리얼 다큐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에는...결말에 대한 감독의 오리지널 해석이 가장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엑소시스트'식 빙의라는 비약이 거슬리긴 하지만...이 부분은 스토리 전개상 3가지 엔딩에 모두 적용되는 바이고..)
내용만 들여다보면, '진실 혹은 거짓', 'X-Factor'와 같은 TV 재현 드라마 한 꼭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 영화 최대의 미덕은...
일상 공간안에서 근원,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를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해,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고...
더 나아가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도 관객들이 일상에서 화면 속 그 막연한 공포의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는 점이다...

따지고보면 모든 공포 영화의 공포의 초점은...'알수 없음'에 있다...
선혈이 낭자하는 슬래셔 무비에서조차 가장 무서운 순간은 피가 솟구치는 순간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내려 꽂힐지 모를 칼날, 도끼 혹은 전기톱에 대한 긴장감으로 온 신경에 날이 서, 등장인물과 관객들의 호흡이 가빠지는 바로 그 순간이며,
이 영화의 대부인 스필버그의 대표작 '조스'에서도 가장 무서운 순간은 식인 상어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공격해오는 순간이 아니라...
그 유명한 배경음악 '빠밤...빠밤...'이 흘러나올 때이다...

원작자 오렌 펠리의 결말은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까지 (어느 정도 철저하게) 그 공포의 근원을 밝히지 않고...
여주인공마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농간에 의한 희생자로 바친다...
영화 전개의 중심 공간인 침실의 카메라 뷰는 놀라우리만치 빅브러더에서 출연자들이 한 명씩만 들어가 심경을 까발리는 방의 느낌과 비슷하다...
리얼 다큐는 말이 리얼이지, 시청자들은 결국 카메라가 비추어주는 만큼만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을 뿐...그 카메라가 투시할 수 없는 벽너머의 속사정은 결코 알 수 없다...
싸구려 연예 일간지의 추측성 기사를 통해 유포되는 뒷이야기만 무성할 뿐이다...
감독의 오리지널 버전은 리얼 다큐의 이러한 특성을 결말에 아주 영리하게 차용하고 있다...
결말을 확인하기 위해 1시간 20분동안을 기다려온 관객들에게 고정된 카메라는 정작 클라이맥스는 보여주지 않고 여전히 거리를 둔채 끝을 맺음으로서, 관객 각자가 그 밝혀지지 않은 정체와 순간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에 비해 스필버그의 결말은 영화를 결국...'엑소시스트'나 '오멘'의 후예로 변형시켜서 헐리우드산 공포 영화 리스트의 한 줄에 억지로 끼워넣는 듯하다...
줄곧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오던 공포가, 갑자기 마지막 순간 케이티를 통해 구체화되고 뚜렷해진다...

케이티의 미소는... 새로운 양부모의 손을 잡고 걸어가다 뒤돌아서 희미한 미소를 남기던 데미안과 다르지 않다 ...
물론 그 미소는 속편을 위한 아주 손쉬운 키가 되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스필버그 편집에서 아주 기대되고 긍정적인 점은...다이앤 동영상이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볼거리 없이도 팽팽히 긴장감을 조여오며, 잘나가던 영화는 갑자기 조악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볼거리에 욕심을 내더니, 엑소시스트 류의 영화로 세면서...한번 크게 휘청했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