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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07 2013.04.07_Tödliche Architektur 2


+0.  한달 전쯤이었나? 늦은 밤 침대에 들어가며 TV를 켰는데...뉴스와 다큐멘터리가 주로 나오는 채널 n-tv에서 어딘가 낯익은 장면이 지나간다...

텍스트를 켜서 보니...'Tödliche Architektur (치명적인 건축)'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제 막 시작해서 삼풍백화점 사고를 아주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ㅡㅡ;

영어에 자막을 입혀 내보내던 방송이라 나중에 검색을 해봤더니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하고 방영했던 'Deadly Design' 씨리즈 중 하나였나본데, 

한국서도 '삼풍백화점 예고된 붕괴'란 제목을 붙여서 어느 채널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을 했었나보다 (http://www.youtube.com/watch?v=b4R68wPoA3g )

오밤중이라 이 늦은 시간에 직장동료들은 아무도 이 프로를 보지 않기를 바라면서...혼자 식은 땀을 삐질 흘리며 보았더랬다...


어느날 오후 수업을 마치고, 저녁도 먹고, 야간 자율 학습을 마악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다...

평소 조용하던 아이가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조용히 빼고는 반 전체를 향해 돌아보며, 

(그래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서울에 백화점이 무너졌대...'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촌뜨기였던 나는...뉴스에서 무너진 잔해를 보면서...비로소 서울에 그런 백화점도 있었던 걸 처음 알았었다...


사고의 경위에 대한 보도도 물론 꾸준히 있었겠지만...

그 이후로 몇주 동안을 주로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생존자들의 극적인 이야기들로 주로 뒤덮힌 신문의 지면을 뒤적였던 기억이 난다...


'며칠 뒤에 유학을 떠날 예정인 인재였는데...사고로 희생되었고, 삐삐에 남긴 그녀의 마지막 인사가...어쩌고...'했던...이야기들...

더 이상 생존자가 있기 힘들다고 구조를 포기할 즈음에 극적으로 구조되었던 한 젊은이의 뉴스가 나가고...

다음날...학교에서 아이들이 그 청년이 서태지를 닮았다...혹은...목소리만 서태지를 닮았다고...의견이 분분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시간이 흐르고 보니...

용도 변경과 부실공사가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정도로만 기억하고...정작 사건의 본질은 까맣게 잊고 혹은 모르고 있었다... 

(나만 그런가? 일단은 어려서 잘 몰랐다고 핑계...그래도, 나만 그렇길...)


    • 정확한 붕괴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 책임자들에 대한 사후 처벌이은 어떻게 되었는지?
    • 그래서 그 후에 건축계에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어떤 개선이 있었는지?

주로 '정확한 붕괴 원인이 무엇인지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사건이 있은지 근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이 사고의 본질에 접근을 했다...

+1.  어려서 무너지고 부서지는 대형 참사를 많이 본 덕분에...'내게는 서있던 건물이 어느날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은 잘못 지으면 살다보니 일어나기도 하는 일이려니 했는데...
인터뷰를 하는 엔지니어에게는...폭파나 자연재해의 영향 없이 멀쩡히 서있던 건물이 어느날 무너지는 것이 그토록 충격적이고 심각한 일이었다니...
되려 내게 충격이 됐다... 아주 씁쓸한 충격이다... "아...어느 정도 나도 이런 일에 둔감해졌었구나..."

'Deadly Design'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삼풍백화점의 경우는 디자인이 치명적이지는 않았다...(독일식 제목이었던...'Tödliche Architektur'에는 딱 들어맞긴 했지만...) 
대단한 디자인을 시도했던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총체적인 부실시공과 안전 불감증, 그리고 인명에 대한 경시가 이 재앙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Flat Slab공법...사실 솔직히 엉망으로 만들기도 쉽지 않은 건축공법입니다...정말로 엄청나게 멍청한 실수가 아니면 불가능하죠...'
'건물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쓰러져가는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방치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엔지니어의 인터뷰는 가슴을 친다...

사람들은 대피를 못해도...귀금속은 대피를 할 수 있었던 상황... 
인간의 탐욕은 정말 인간이란 존재를 얼마나 우습게 만들수 있는지, 인간이란 존재를 얼마나 어리석게 만들 수 있는지...
정말이지 섬뜩하다...

임원진이 건물을 떠났다던...5시 40분에만 대피 안내 방송이 나왔더라도... 그토록 많은 사람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2.  그런데...'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었단 말인가?' 탄식을 절로 자아내는...
삼풍백화점에 관한 이 다큐멘타리를 보고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며칠전...또다시 기가 막히는 기사를 읽었다..
1995년 6월에 붕괴된 삼풍백화점이 5년 반을 서있었다니까...1989년 말이나 1990년 초에 완공되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로부터 정확히 23년 후인 2013년 3월 '청라 푸르지오' 사태다...
'어떻게 아직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삼풍백화점에서는 구조 상담 없이 기둥의 굵기를 25%나 줄였었다 해서...기얌을 했었는데...
23년 후 청라 푸르지오에서는 5층짜리도 아니고, 8층짜리도 아니고, 자그마치 58층이나 되는 건물의 구조벽에 들어갈 철근을 50%나 빼먹고 지었단다...
(독일에서는, 요즘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예를 들면, 5층 건물의 60x40 콘크리트 기둥 하나를 5cm 옮기는데도 구조자문의 허락을 받고 옮겼다...)

25% 에서 50%...이렇게 간이 커지는 것도 나름의 발전이라면 발전이라는 건가?
건설, 감리, 관청 삼박자의 부실과 부패가 고루 버무러진 향연인 것도 변함이 없는가 보다...

삼풍백화점 쪽 임원진 7년형, 당시 뇌물을 수수했던 관청의 책임자들 100~300만원 벌금형과 집행유예라는 기록은...
부실과 비리에 대한 책임은 무르다라는 교훈만 세상에 남긴 모양이다...

4개동 751가구 입주예정인데, 이 정도 규모의 부실이 드러났는데도...인천경제청은 373가구의 3개월 가사용을 허용했단다...
일부 구조벽에(부디 일부였기를...) 철근을 50%나 빼먹고 지어도, 짓는 동안에 무너지지 않고 서있었으니...
당장 373가구가 입주한다고 해서...3개월 사이에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그리고 3개월 후에는 어쩌잔 말인가???

373가구면...핵가족 시대라...가구 평균 거주 인원 2,5인으로 잡아도...930명 정도 되고...
751가구가 모두 입주하면...얼추 1900명이 거주하게 된다...
그들의 안전은???

훗날...이 건물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하더라도...
공사책임자와 인천시의 담당 공무원들은 또다시 얼마만큼의 벌금과 집행유예로...그 책임을 피해갈 것인가???

+3.  젠장...'푸르지오'는 무슨...'뿌러지오'가 될 판이다...
이런 다큐멘터리에서 또 다시 주인공으로 조명을 받아야...정신을 차릴텐가???
비교적 대형 건설사가...지은 건물이 이 모양이면...
삼풍백화점 이후 20년간 지어졌던 건물들...오늘날 지어지고 있는 다른 많은 건물들은 또...어떤 꼬락서니일 것이란 말인가...
젠장...젠장...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