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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7 2010.10.17_'Greed is good and legal'...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4

올리버 스톤의 87년작 '월 스트리트'가 23년만에 돌아왔단다...
마이클 더글러스와 찰리 쉰이 주연했다는 전편은 어린 시절 TV에서 본듯한 기억도 어렴풋이 있기는 한데...
찰리 쉰이 어찌어찌해서 악당 마이클 더글러스를 감옥에 보내고 결국 선이 승리했더라는 정도만 기억이 난다...
그 시절 꼬맹이가 영화 전편에 고루 넘쳐난다는 탐욕과 음모 그리고 자본주의 매커니즘에 대한 비판을 이해했을리는 만무하다...

아이러니하게도...영화 속 승자 버드 대신, 악당 게코가 두고두고 회자되었고...심지어 월 스트리트 증권가의 롤모델이자 영웅이 되었단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오늘날...당시 게코를 감옥으로 끌어넣었던...투자 행위 혹은 방식들은 합법이 되었단다...
그래서 2008년 말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한 속편은 버드가 아닌 게코와 함께 돌아왔다...

87년작을 기억하는 이들의 평을 보면, 게코는 물론 극전반의 날이 많이 무뎌져서 실망스럽다는 쪽이 우세한데...
전작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게는 2008년의 사태를 친절하게 설명하면서도 오락성을 잃지 않는 영화가 꽤 재미있었다...

글쎄...게코와 돌아왔지만, 이 속편은 더 이상 게코의 영화가 아닌 듯하다...
사실 게코가 여전히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뒤통수를 치든, 개과천선을 하든...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영화 속 (혹은 바깥 현실세계까지) 사건의 전개과정을 통찰하는 유일한 등장인물 '현자' 게코는 따지고 보면 영화 전반에 걸쳐 철저하게 해설자다...그것도 아주 친절한...
(오마하의 현자라는 워렌 버핏이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두리뭉실하게 말하는 인터뷰 장면을 무심히 배경에 끼워넣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강연회, 출판 사인회, 제임스와의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2008년(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할) 금융가의 실태와 실체를 해설, 중계하고 폭로한다...
실상 영화의 주인공은 오늘날 금융가의 현실이다...
87년 영화가 돈을 만지는 인간들의 탐욕을 직접적으로 쫓았다면...새 영화는 한 인간의 탐욕을 넘어선 시스템의 허상을 다루기에 모호하고 무뎌보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통찰한 탐욕적 현인...
게다가 이제 그는 탐욕이 합법적이라는 것까지도 깨달았다..
게코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너무나도 뻔하다...
(개인적으로 게코가 사랑을 선택했다고 대답한 올리버 스톤의 감독의 대답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난 그가 어리석게 양자택일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
.

후반부에 게코는 moral hazard에 대해 다시 한번 명료하게 설명을 하고, 이어 2008년 사태를 요약하는데...
이 부분의 설명과 맞물려 게코의 이름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를 보며 내내...게코가 철썩같이 Gecko 일 줄로만 알았는데...Gekko다...
그렇지만...위급하면 언제든지 꼬리를 자르고 달아날 준비가 되어있는 도마뱀과 그 이름이 벌써 반이상 닮아있는 게코는 날때부터 이미 증권가의 영웅이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명불허전
험난한 헐리우드에서 탑으로 살아남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마이클 더글러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마이클 더글러스가 고든 게코 그 자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커다란 눈깔사탕을 아끼고 아껴...입안에서 아주 천천히 굴려 먹듯...
샤이어 라버프를 천천히 굴려나가며 영화를 장악하는 힘에 경의를 표한다...
풋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과 캐릭터 탓도 있지만...옆에선 샤이어 라버프는 아직 애송이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