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des Welt-Atems wehendem All – ertrinken, versinken – unbewusst – höchste Lust!"

"세상의 호흡에... 흔들리는 모든 것들에... 빠지고, 가라앉고, 의식을 잃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Musikalische Leitung Stefan Soltesz

Inszenierung Barrie Kosky

Bühne und Licht Klaus Grünberg

Kostüme Alfred Maverhofer

Choreinstudierung Alexander Eberle



+0.  10월 첫 주 주말...아마 뒤셀도르프에서 마지막으로 맘편히 보낸 주말이 되리라...


거의 반 이상은 알토의 건물을 처음으로 직접 한번 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Essen Aalto theater 를 저녁이 되기도 전 늦은 오후 4:30 에 찾았었다. 

5년 전 여행 중에 빈 국립극장에서 Die Meistersänger von Nürnberg 을 야간 기차 시간에 쫓겨 보다만 이후로 바그너의 작품은 처음이다. 

그때도 늦은 오후 비슷한 시간에 극장에 들어가서 2막까지 보고서는 8시쯤 아쉬움에 연신 뒤를 돌아보며 베네치아 행 기차에 올랐던 것같다. 

물론 여름에 접어 들기 시작하던 그 무렵은 해가 훨씬 더 길었지만...

 

+1.  바그너의 오페라는 정말 길다...

너무너무 기이이이일다...

너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어지간하면 여유를 좀 두고 살자고 재차 마음을 먹는데도... 

앞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다시 한번 장장 다섯 시간을 보며 살 여유가 있을까 의문이 들만큼...

벌써부터...스스로를 믿지 못할 수 밖에다...


+2.  그러나 난생 처음 본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 긴 다섯 시간을 이졸데의 노래처럼... 비극적인 이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나도 극 속에 가라 앉아 의식을 잃고 행복해했다... 


+3.  바로 전에 봤던 "예누파" 와는 비교체험 극과 극이라 할 만큼...대조적으로

최소한으로 작게 좁게 꾸며진 무대를...

항상 스케일 크고 시원시원한 걸 선호하는 나는...처음에는 못마땅해하고 불편히 느꼈었다...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배우들의 불편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같이 불편해 지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노래가 한번은 그 작은 방을 거쳐 나와야 해서 음향이 좀 떨어져서 불쾌했고...  

큰 무대를 꽉 채워서 공연을 해도 극장 여기저기 생기는 사각이 

겨우 3m x 3m 남짓한 공간으로 무대가 축소되고나니 거의 극장 안 반 이상의 좌석에 사각이 생기는 것에 짜증이 났고...

그에 더해 딱딱한 독일어 때문에 소프라노인 이졸데의 노래가 억세게 느껴진 것도 불편했고...

독일어 오페라인 덕에 은유적인 가사가 그대로 자막으로 나오는 바람에 극을 이해하는 것이... 

이탈리아어 오페라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고되었던 것도 불편함의 또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바그너의 음악을 빛나게 한 이날의 무대 디자인은 

두 주인공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심리와 극을 이보다 더 잘 전할 수 없으리라고 느낄 만큼 곡 못지않게 빛이 났다...  

앞으로까지 평생 동안 본 최고의 오페라 중, 무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감히 벌써부터 섣불리 짐작한다.


+4.  모든 못마땅함은 2막 두 연인... 사랑의 테마와 함께...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완벽한 암흑 속에서 그 작은 무대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그 작은 무대  양벽에 난 창으로 간혹 드는 빛만이 시간의 흐름을 알리고...

세상과 상관없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하는 둘의 사랑에 맞춰 같이 회전하기 시작하는 무대

다시 그 속에서 속삭이는 둘의 사랑의 멜로디는 정말 나뿐만 아니라 모든 관객의 혼을 쏘옥 빼놓았다...

2막이 끝나자마자...

2열의 오른쪽 가장 자리편에 앉아 있던 한 관객의 입에서 "brilliant!!" 하고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가쪽이긴 해도 최고 클래스 좌석에 그 가격을 지불하고 앉아서 막의 절반을 배우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소리만 듣고 앉아 있으면 불만도 생길법 한데...

내가 그 위치에 앉았더라면 막 내내 분명히 씨근덕 거리고 앉았을 게다...

이 곳에서 가끔...사람들의 그런 마음의 여유에 놀라기도 하고...그래서 반성하기도 하고...배우기도 한다.

 

+5.  3막에도 이 작은 Cabin이 계속 등장하긴 하지만...유일하게 무대 전체가 다 드러났다...

처음에 좁은 무대를 그렇게 못마땅해했던 내가...

3막 처음에는 오히려 계속 무대를 작게 보여주지 않는 것에 내심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작은 무대를 이용해 무대 통째로 두 주인공의 사랑을 그린 2막은 독보적이고 매력적이었지만 3막의 무대 디자인도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고향에서 병상에서 이졸데를 애타게 기다리는 트리스탄의 방 주위는 들판...어둠속에서 수도사의 분위기를 풍기는 양치기들이 (플라스틱) 양을 치고 있다.

기다림에 타들어가는 마음에... 트리스탄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이졸데를 기다리며 피를 토할 듯...광기에 휩싸여 노래부르는 트리스탄의 뒤로 소리없이 하마터면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양치기들은 양을 한마리씩 몰아 나가며 꺼져가는 트리스탄의 생명을 암시한다...

마침내 방밖으로 뛰쳐나와 쓰러지던 트리스탄 앞에 이졸데가 도착하고 둘은 재회하지만...

트리스탄은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뱉지 못하고... 거꾸러지고...

넋이 나간 이졸데 뒤로 조용히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트리스탄의 방이었던 무대도 퇴장하고...

그 넓고 깊은 그리고 어두운 무대에 오로지 죽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만 남아...

한줄기의 빛 아래에서 이졸데가 마지막 사랑과 죽음의 노래 "Liebestod"를 부르고 서서히 트리스탄 위로 쓰러지고 빛마저 사라진다. 


Posted by GIN :

Joseph Haydn. Sonate c-moll Hob. XVI:20 'Auenburgger'

- moderat,  andante con moto,  finale. allegro


Ludwig van Beethven. Sonate Nr. 31 As-Dur op.110

- moderato cantabile molto espressivo,  allegro molto,  adagio ma non troppo,  fuga. allegro ma non troppo


Franz Schubert

- impromptus Nr.1 f-moll d935,  impromptus Nr.3 b-dur d935


Wolfgang Amadeus Mozart. Sonate Nr.14 c-moll kv 457

- allegro,  adagio, molto allegro



+0.  스트레스도 많고 망설임도 많았던 하루였다. 아니 한주 였다고 해야 맞겠다.


주말에 열심히 돌아다닌 끝에, 월요일 10시를 넘긴 퇴근길에 이미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잊게 한 저녁이었다.


+1.  사실 오늘 스트레스의 가장 큰 요인은 사무실 일 때문이 아니라 콘서트 티켓 확보가 불투명한 것이었다.

낮에 에센 필하모니 홈페이지에서 남은 티켓을 검색을 하는데...

제일 비싼 75 유로 좌석 외에는 매진, 그나마도 10분 뒤에 다시 들어갔더니 것도 클릭이 안되는 게다.


완전히 실망한 상태에서 혹시나 지난번 베를린 필하모니 때처럼의 행운이 따르지 않을까 기대하며 길을 나서는데...

두번째 장애물... 에센까지 가는 티켓이 예상보다 훨씬 비싼게다. 8유로 70 센트...

기차표 자판기 앞에서 5분은 망설였을 게다.

그까지 가서도 콘서트장에 들어가지 못할지도 모르는데...이 길을 나서야 하나...

좋아하는 공연을 보고자 캐나다로 미국으로 한국서 날아가는 사람도 있다는데...

고작 8유로 70센트...40분 거리에...이 무슨 말도 안되는 고민이냐... 스스로 돈앞에 한없이 움츠러드는 자신을 한번 야단치고는 길을 나섰다.

우유부단한 나...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에 앉아 몰려오는 한주간의 피로를 느끼며...

역시 괜히 나섰나 하는 후회를  40분 동안 3~4번은 했던 것 같다.

(남자의 마음이 갈대와 같다고 친구를 놀려댈 일 만은 아니다...정말 :-)


+2.  에센 필하모니에 도착했더니...기쁜 소식...표가 있단다...

홈페이지에 오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최고석과 그 아래좌석 55유로 짜리는 물론...10유로 짜리 티켓도 남아있는 게다.

좋아라고 표를 끊어 받아들고 보니 3층 발코니 오른쪽 끝의 스탠딩석이다.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놓칠 뻔 했던 공연을 볼 수 있게된 안도와 기쁨이 큰 게 아니라

슈트트가르트였으면 10유로 내고 100 유로짜리 티켓 받아봤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일단은 더 크게 밀려 온다.

오늘따라 날씨는 또 왜이리 서글픈지...

후회까지는 아니었지만...실망은 꽤 컸다...


+3.  그러나 76세의 거장은 그 모든 것들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건물이 별로인 데 비해 음향은 괜찮았고, 홀의 가쪽 제일 싼 스탠딩 석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위치는 나쁘지 않아서...아니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아서...

공연 내내 할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몰입된 노인의 주름진 얼굴의 그 작은 떨림들이란...

mp3를 통해 들어본 할아버지의 연주와 인터넷으로 봐온 할아버지의 얼굴은 물론 처음 들어본 할아버지의 목소리까지...

그 모든 게 나의 기대 그대로였다...거의 꿈이 실현된 듯한 기분에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4.  평소에 베토벤과 모짜르트곡을 더 좋아했었는데... 

오늘 공연에서는 오히려 하이든과 슈베르트 곡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하이든은 좀 낯설어서...집에서 공연 전에 곡들을 한번씩 들어볼 때도, 역시나 무의식적으로 하이든 곡을 제일 덜 들었었다...

특히나 느린 2악장은 허술한 내 스피커 성능에 힘입어 더더욱 시큰둥 했었다... 

이날 2악장...차분한 연주 사이로 노인의 낮은 흥얼거림이 세어나오는 거다.

76세 60년 이상을 수백여차례 이미 콘서트를 치뤘을 대가...

그 대가가 오늘까지 한결같이 피아노와 이렇듯 교감하고 대화하는구나...순간 감동이 밀려와서 눈물이 날뻔 했다.


휴식 후 슈베르트의 즉흥곡들...

독일 클래식 잡지에서 작곡가별로 한 두 앨범씩 베스트 피아노 앨범 50개를 선정했는데,

슈베르트 곡으로는 브렌델 할아버지 앨범을 꼽았었다.

할아버지의가 친 슈베르트 곡을 몇 곡 가지고 있어서 몇 번 들어봐서이기도 하겠지만

막연한 이미지만으로도 할아버지와 슈베르트는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역시나였다.

작품명 즉흥곡처럼...

원숙한 대가의 노련하면서도 재치넘치는 그리고 즉흥적인 연주는 정말 너무 좋았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총 4곡 중에서 할아버지는 오늘 총 3곡을 연주하셨다.

프로그램에서 2부 초에 1번과 3번을...

그리고 앵콜곡으로 2번을...


+5.  기립박수 속에 사라지는 할아버지를 뒤로하고 나서는 관중들...

가득채웠던 홀을 떠나는 백발의 빵모자 쓴 할아버지부터, 빨간 구두를 신은 멋쟁이 할머니, 정장을 차려입은 꼬마 신사 숙녀, 청바지 차림의 청년...

많은 사람들이 impromptus 2번 테마를 조용히 흥얼거리면서 콘서트장을 빠져나가는 거다...

할아버지의 연주부터 표정, 나지막한 흥얼거림, 그리고 콘서트장을 그렇듯 유유히 빠져나가던 감동의 물결까지...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날 저녁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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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