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어제는 심하게 덥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심하게 춥다고 생각했다...
갑자기..앗...이것이 말로만 듣던 '갱년기 증상???' 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메일 한통이 날아왔다...
'사무실 난방 고장났대...빨리 고쳐보도록 노력해보겠대...건물주 백'
아...다행이다...
+1. 저녁 5시 48분...예정 퇴근 시간 12분 전...
팀장 하군이 폭발했다...
오늘 건축주 내부 임원단 회의가 있었는데...
고위간부께서... 갑자기 100m 길이의 캐노피를 달아달래...
시에 건축허가를 받은지가 언제고...
철근콘크리트 공사 발주 나간게 언젠데...
궁시렁 궁시렁...
그러다가 하군이 그래도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먹이사슬 단계에서 말이야...가장 아래에 있어서 가장 힘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젝트 매니저(건축주와 우리 사이에 끼인...건축주가 고용한 제3의 회사)보다는 나은 것 같아...
우리는 프로젝트 매니저한테 개기기라도 하지...
프로젝트 매니저는 우리한테는 우리한테대로 싫은 소리 듣고...
건축주 앞에서는 또 건축주 앞이라고 아무말도 못하고...
+2. 저녁 5시 58분...예정 퇴근 시간 2분전...
하군이 전했다...
슈핑어씨가 약속했던 데이터 보냈어...확인해봐...
+3. 몇주째...계속 설비쪽 도면의 실수를 잡아내고 있는 중인데...
너무 많이 잡아내서...
(사실 그들의 잘못이고, 결국은 바로 잡아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지적질 하기가 좀 미안해져...
조심조심 지적 메일을 쓰고 있던 나...
서둘러 쓰던 메일을 마무리하고는 그들이 보낸 도면을 얼른 또 다시 확인했다...
+4. 6시 20분...예정 퇴근 시간 20분 초과...
아...울컥...
설비측의 만행을 조용조용 이르려고만 했는데...이야기를 꺼내다가 내가 폭발했다...
퇴근하려던 하군...이제 막 전원이 컴퓨터에 전원을 다시 켜고...
조용히 메일을 또 메일을 쓴다...
나 : 궁시렁 궁시렁...
하군: (나름 달래느라) 궁시렁 궁시렁...
+5. 6시 50분...예정 퇴근 시간 50분 초과...
하군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퇴근을 했다...
6시 55분...예정 퇴근 시간 55분 초과...퇴근...
6시 57분...퇴근 2분 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크리스마스 전에 콘서트를 보러 가기로 약속을 하고...
조금 전까지 화를 내던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팀장한테 화를 낼 일은 아닌데...설비쪽 땜에 푸념을 늘어놓다가...폭발해버렸어요..."
이야기를 하다가 2분 사이로 해맑은 나 자신을 발견한다...
+6. 아...
파리하게 웃던 얼굴이 떠올라...하군한테 좀 미안해졌다...
먹이사슬의 최종이라...나는 욱하면 팀장한테 개기기라도 하지...
나는 나대로 달래고, 설비쪽은 설비쪽대로 달래고, 소장도 얼러야 하는...
하군도 좀 안됐구나...
내일 출근하면 좀 잘해줘야지...
-0. 화닥화닥...
그나마 하군이 같이 화닥화닥 스타일이라 좀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