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Robert Frost  'Mountain Interval'  중에서...

_M#]

Posted by GIN :
친구의 입이 마르는 칭찬에
동생이 좋아하는 작가인 신카이 마코토라는 감독의 이름이 더해져...
기대를 안고 아껴서 봤다...
 
친구가 주의해서 보라고 강조했던 손목시계 시간의 흐름이며 작은 것들을 꽤 유심히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로 그것을 그리 열심히 살피라 했는지...친구의 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혹시 처음에 두 아이가 건널목을 사이에 두던 때로 부터...
마지막 순간까지의 시간을 계산하면 초속 5센티가 되려나??
막연히 상상해보고...혹시 이 추리가 맞으면...
그거 계산해본 녀석은....역시나 성격이 나쁘더라고....한소리 해줘야 겠다 정도만 마음 먹고 있다.
 
동생이 좋아하는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투명한 듯 깨끗한 그림과 섬세한 음악...군더더기없는 단단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몇 달 전에 시큰둥하게 읽었던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겹쳐져서 김이 세버렸다...
따악 그들의 10년 뒤 모습일 4부가 빠진 듯한 느낌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주선과 핸드폰 때문에 2부는 전작 "별의 목소리"에 기대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고... 
 
아무튼 영화의 전체 내용과는 상관없이 한 장면에서 문득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는데...
 
바로 그 장면, 지치고 배고픈 남자 아이가...무어라도 사먹을까 자판기 앞을 서성이다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는 순간
호주머니에 같이 들어있던 편지가 옆으로 빠져 버려서는 순식간에 돌풍에 휩쓸려 날아가버린 장면... 
 
초등학교 1학년 때 쯤이었나???
당시 내게는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던 만원을 손에 쥐고 엄마 심부름을 한 적이있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혹은 그 시절의 할머니들이 그러했듯이...
그 만원짜리 지폐 한장을 모서리를 맞춰 한번 두번 세번 그렇게 꼼꼼히 내 작은 손아귀에 딱 맞게 접어쥐고는
모가 그리 좋았는지 신이 나서 팔을 앞뒤로 흔들어대며 어둑어둑해지는 학교 옆 담장 길을 걸었더랬다...
그 무렵에 학교옆 그 찻길만 그랬었는지...보통 길들이 다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날, 그 길의 차도와 보도 사이에는 하수도가 있고 그 위로 제법 큰 콘크리트 블록들이 성기게 덮혀 있었다.
블록 양끝 가운데가 디귿자 모양으로 파여 있어서...블록들이 마주하면 당시 내 주먹이 들어갈 만큼의 크기는 되는 구멍이 되는...
그런 블록들이 놓인 하수도길이...차도와 보도 사이에 있었다...
당시에 대부분의 도로 정비상태가 엉망이었듯이...
그길의 그 블록들도...제법 모퉁이나 구멍 주위가 많이 깨진 것들도 많고...아래 받침이 헐거운 것들도 많아서...
그 블록들 위를 딛으면...하나하나마다 기우는 느낌이나 딛을 때 나는 소리가 조금씩 달라서
꼭 징검다리 건너듯이...그 블록 하나씩 딛는 것을 재미있어 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르지만... 
아무튼 그날은 살짝 어두워서 였는지 얌전히 그러나 씩씩하게 인도로 걷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어떻게 그 소중한 만원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게 됐는지 모르겠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바로 앞에 딱지처럼 떨어진 만원을 주으려는 순간...
어디 선가 돌풍이 일어서는 돈을 저만큼 멀리 그 블록들 위로 밀어내는 거다.
그리고 쏜살같이 달려가 내가 그 블록 위로 발을 내려 딪는 순간...
다시 바람이 순식간에 돈을 구멍으로 쏘옥 밀어넣는 거다...
빈손으로 집에 가서는 "엄마, 내가 돈을 떨어뜨렸는데... 바람이 불어서 하수구에 빠졌어..." 모 그랬던 거 같다.
이미 해가 기울어 드문드문 가로등이 켜지고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에 눈이 부셔지기 시작한 그길을 엄마와 함께 가서는 돈을 삼킨 그 구멍을...영리하게도 나는 정확히 다시 찾아...
그 앞을 엄마와 나는 잠시 쪼그리고 앉아 궁리를 하기도 했었다...
이미 돈은 제법 흘러간 뒤였겠지만...
지나가던 안경 낀 아저씨가 호기심에 참견을 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지금 딱 내 나이 정도였던 엄마는 결국 무릎을 펴고 일어서면서 한소리 하셨다.
"그러게 돈을 왜 손에 쥐고 다녀. 호주머니에 넣어 다녀야지..."
그 뒤에 반넘게는 그 만한 돈을 내 손에 맡겼던 엄마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숨어있었지만...
 
삼양라면과 안성탕면이 50원 하던 시절이고...
한달에 한번 아빠 월급날 원피스에 양산을 든 그렇게 고와보이는 엄마 치맛자락을 붙들고...
은행이 있던...(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시외버스터미널 옆 동마산 시장을 가서...
500원 짜리 칼국수로 외식을 하던 시절이었으니...
당시 내가 친 사고로 그 달에 우리집이 입었던 경제적 타격은...
아마 내가 지금 50유로를 잃어버리는 일 정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으리라고만 짐작한다. 
 
결국 그 이후로 나는 돈은 꼭 호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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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는 말 어쩐 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하고 그녀는 어른스러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응" 하고 시마모토는 말했다.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과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야. 이미 옛날로는 돌아갈 수 없잖아. 그건 그렇게 생각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많은 일들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아. 양동이 속에서 시멘트가 굳어지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어져. 결국 네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미 너라고 하는 시멘트는 단단하게 굳고만 셈이니까, 지금의 너 이외의 너란 없단 얘기지?"
"아마 그런 걸꺼야" 하고 나는 불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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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오빠를 죽이고 말거야.´하고 피비가 말했다.
그러나 나는 듣고 있지 않았다.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미치광이 같은 것을.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줄까?´하고 내가 입을 열었다.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줘? 만일 내게 그 지랄같은 선택권이 있다면 말야.´
´뭔데? 욕 좀 하지 말고 말해봐.´
´너 그 노래 알고 있지? (호밀밭을  걸어오는 사람을 붙잡는다면) 하는 노래 말이야. 바로 내가 되고싶은 것은.....´
´그건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이라는 노래야.´ 하고 피비가 말했다. ´그건 시야. 로버트 번스가 쓴.´
´알고 있어. 로버트 번스의 시라는 것은.´
피비의 말이 옳았다.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이라고 해야 옳았다. 사실 그때는 그 시를 잘 몰랐다.
´만나면을 붙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어.´하고 말했다.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피비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또 ´아빠는 오빠를 죽이고 말거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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