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집요한 설득끝에...티스토리 블로그 주소를 챙겨만 두었었다...

불면에 시달리던 어느밤...옮겨볼까...고민을 해보기도 했는데...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 가운데 고른 스킨은 마음에 들지않고...
손을 대어 보자니...웹체계에 대한 이해는 턱없이 부족하고...
결국 슬며시 페이지를 닫고 말았던 것 같다...

그 후로 1년 하고도 두어달 남짓이 흘렀다...

그 사이 두어번 문뜩 기억이 나서 페이지를 열어보고...
스킨을 바꿔보려고 밍기적대보기도 했지만...결국 별 미련없이 접었더랬는데...

디플롬을 하면서 거의 한학기 가까이 방치해 뒀었던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시작해보려던 날...
갑자기 이사의 동기가 생겨 버렸다...

지난 한주간 지독히도 흐린 하늘에...연 사흘은 진눈깨비가 계속 흩날렸다...
지루한 날씨와 나름 이유있는 공허함을 가로질러...
갑자기 어디선가 던져진 것처럼...Jeff Buckley의 이곡이 다가왔다...

내 눈에는 너무나도 인간적으로만 비춰지는 성경 속 신의 모습때문에...
나름 고집스러울만큼 하나님이라는 존재 혹은 개념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이래서 믿는 걸까?? 하는 순간이 있다...

로만틱 가도를 처음 달렸던 그날이 그랬고...

이 곡을 들은 그 순간이 그랬다...
처음 듣는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죽음의 내음과 처연함 그리고 담담함... 
가수가 사고로 요절했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았을 정도로... 
이 곡에는 죽음이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

그 전율을 담아두려고...블로깅을 하려니...
네이버는 저작권 문제로...이제 곡을 웹상에서 구매해야지만 한단다...
블로그 상의 음악들에 대한 저작권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일단 제쳐두고...
그 전후 상황의 전개에 대한 충분한 안내없이 어느날 음악 업로드를 원천적 봉쇄해버리는 시스템 자체에...맘이 상해버렸다...
다수의 클래식 앨범을 비롯해서...이미 저작권이 지난 곡들도 있는데 말이다...
편리 때문에 써오면서도...항상 내가 블로그에 써올리는 내 글의 저작권 문제에 항상 내심 찜찜히 느끼던 구석이 이번에 제대로 터진 셈이다...

덕분에 거의 한나절을 남짓 티스토리 체계를 나름 공부하고 이해하며...HTML소스를  얻어보려고 돌아다니며...보내고는..

첫번째 포스팅을 한다...문제의 그 곡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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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봄 독일을 나올때 80kg 의 짐, 장정 하나를 끌고 나왔다... 질질질
2007년 10월의 마지막날... 이민 가방을 늘일 수 있는데 까지 최대한 키높이까지 늘여...2개면...
하나가 A3 프린터라 조금 가볍다 쳐도...기록을 갱신한 듯 하다...
 
나도 좀 우아하게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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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방의 등 처럼..모든 것이 provisorisch 하기만 한 4개월 간의 삶...
지나고 보면 제일 아름답게 기억될 시절이고...
아직 길지 않은 내 삶에... 잠시 모든 것을 접고 마음껏 누려본 한 때임이 분명하지만...
이제는 슬슬 지친다...객지에서의 이 불안정한 삶이...
 
9월... 꼬박 2주간을 베를린과 포츠담 매일 근 3시간 씩 왕복하면서 여행 자체에 살짝 질린 것도 한 이유고...
(정말 베를린 역에서는 정말 뒤셀도르프가 아니라 슈트트가르트로 너무너무 가고 싶었더랬다...거의 눈물이 날만큼...)
눅눅하게 추워지는 날씨에 북향인데다 난방도 없어서 온기없이 눅눅한 뒤셀도르프의 방이 지겨운 것도 한 이유지만...
툭툭 먼지를 털듯...그렇게 털고 움직일 수 없는...
예정된 이사가 지겨운 것이 가장 큰 이유...
 
그래도 10월 31일 슈트트가르트 내려가는 표를 끊어놓고...는... 
신이 났댄다...
갑자기 김혜림의 옛노래가 생각이 나서...
꿈속에서까지 이어 양을 세다 말고 나섰던 어제 아침 출근 길...
이미 지각도 하고 버스도 놓친 나는 S-Bahn 역부터 사무실까지 기나긴 구간을 열심히 노래의...
가사 생각나는 부분만을 구간무한반복해 부르며 혼자 열심히 걸었더랬다...
 
이젠 돌아가 볼까 ~~~
아무도 없는 내 텅빈 방 어쩌구...
툭툭먼지를 털듯...
어느 새 길어진 머리 부드럽게 어루만질래...
(역시나 시간이 지나도 유행가 가사는 꼬옥 내 이야기 같은 것이다...)
 
이젠 돌아가 볼까~~~
 
그래도 간사한 나, 슈트트가르트에서는 어느새 이곳에서 매일을 여행처럼 보냈던 그 다섯달을 곧 그리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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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으면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얇은 귀를 가진 나는 친구의 한마디에 어려운 결심을 굳혔다... 

새로운 시작 하나...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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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30_이사

2005. 8. 31. 06:20 from was ich (le)se(h)
당신의 뇌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아마 이렇게 생겼을 거야.
그녀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을 가닥가닥 풀어내면서 말을 이었다.
가끔 그런 생각 안들어? 그 사람 집이 그 사람 머릿속이야.
진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잘 분류돼 있지 않은 책더미들, 다시는 들춰보지 않을 사진더미들, 컴퓨터와 프린터, 온갖 잡동사니들이 자리다툼을 벌이는 서랍들...
한 구석엔 그의 초라한 예술적 취향을 보여주는 복제화가 붙어 있었다.
그의 두뇌속에서 퇴화되어가는 기능들은 집에서도 어김없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디선가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가 건드리면 먼지가 되어 내려앉을 것 같은 모양으로 튀어나왔고 작동법이 기억나지 않는 낡은 수동카메라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하 "이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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