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평소처럼 출근시간에 맞춰 자동적으로 눈을 뜨고는 일어나...평소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 호스텔을 얼른 나섰다...
전날 밤 숙소를 찾으며 걸었던 Kiraly ucta를 따라 되돌아 가면...시내다...
Tourist info에 가서 지도를 받고, 환전을 하고... 책과 인포센터에서 소개한 제르보 제과점에 앉아 느긋히 브런치를 즐겼다... 원래 케익이 유명한 집이라, 여행책을 쓴 사람은 이곳에 앉아 케익 한조각을 먹으며 여행 계획을 점검했다는데... 우리는 둘다 아침메뉴를 시켜 일단은 먹는데에 열중을 했고...여유있게 부다페스트의 아침을 맞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희희락락했다... 항상 이렇게 느긋하게 아침을 맞는 여유를 갖고 살 수 있다면...
+1. 우리가 먹은 것은 가장 저렴한 기본 세트 하나와 치즈가 같이 나오는 세트 하나...
각각 내 주먹보다 조금 작은 빵 2조각, 초코 크로와상 하나, 버터와 쨈, 꿀 그리고 3가지 종류의 치즈 몇조각, 호두와 포도 각각 몇알... 작은 오렌지 주스 한병, 커피 한 잔... 맛은 있었지만... 사실 조금 비싼 편이었는데... 환전을 하고 처음 돈을 쓸 때라서...이 때만 해도 환율과 물감에 감이 없었던 덕분에...팁까지 넉넉하게 주는 인심을 썼다... 여행 기간 내내...가장 근사하게 먹은 끼니 중 하나였다...
휴가를 떠난 주에 있을 마감을 준비하느라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던 21일 금요일까지...정신없이 하던 일을 정리하고... 팀 동료에게 메일을 몇개 쓰고...오후 4시 바쁘게 퇴근을 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차려준 저녁을 얼른 먹고...공항으로 향한다... 저녁 7시 50분 비행기...도착 예정시간...9시 15분... 부다페스트 공항은 부다페스트 시내를 지나서 있다... 부다페스트 도착을 알리는 기장의 안내 방송 이후...우리는 하늘에서 부다페스트의 밤을 곧 맞이했다... 다른 유럽 도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난히 환히 불을 밝힌 부다페스트의 밤은 화려하게 불을 켠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킨다...
늦은 밤 배낭을 메고 우루루 버스에 오르며 차표 한장을 달라는 승객들에게 귀찮아 하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팔을 휘이 젓고만 마는 버스 기사 아저씨 덕분에...본의 아니게...지하철 역까지는 무임승차를 했다...
정말이지...요즘 느끼는 체감 시간의 속도는 정말로 빛의 속도이다... 부다페스트행 비행기표를 끊어놓고...가슴 설레하던 게...바로 엊그저께 같은데... 어느새...비행기를 탈 날이 다가오고...그리고 또...눈 깜짝할 사이에...일주일이 지나가 버렸다... 어제는 출근을 하고 하루 종일 바삐 일하면서도...멍하니 들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모든 대리석 덩어리 속에서 신체 각부의 자세와 움직임까지 이미 완벽하게 모양 잡혀 있는 형상을 마치 내 눈앞에 서 있는 것처럼 또렷이 본다. 나는 내 눈이 그것을 보듯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도록 그 아름다운 유령을 가두어놓고 있는 거친 벽을 깍아내기만 하면 된다."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미켈란젤로
말년에 미켈란젤로는 교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기분전환을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무덤을 위해서 새 피에타를 조각했다. 시스티나 예배당에 천장화를 그리면서 나빠진 시력은 끝내 회복되지 않았고 인생의 이 시점에서는 눈이 거의 먼 상태였다. 그는 시각보다 촉각으로 조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굴의 끈기를 가진 그는 죽기 엿새 전까지 새로운 조각기법을 시험할 정도였다. 그가 말년에 조각한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피에타는 지금 피렌체의 두오모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남은 정력을 이 조각의 윗부분에 모두 쏟아 넣었고, 그래서 아랫부분으로 내려왔을 때쯤에는 대리석과 자신의 조각술에서 점점 더 많은 결함을 찾아냈다. 그가 마음속에 그린 것을 손과 눈이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는 데 좌절한 그는 발작적인 분노에 사로잡혀 예수의 다리를 박살내고, 그 박살난 조각을 하인에게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하인이 모든 조각을 주워서 어느 상인에게 팔았고, 상인은 조각품 전체를 다시 하나로 이어 붙였다. 우리는 미켈란젤로가 이 '피에타' 군상의 윗부분에 모든 정력을 쏟아 부은 이유도 알 수 잇다. 뒤에서 예수를 받쳐 들고 잇는 두건 쓴 사람은 니코데모다. 기독교 전승에 따르면, 니코데모는 '살아남아 신을 섬기기 위해 자신의 진정한 신앙을 감추는 것'을 상징한다. 후안 데 발데스는 종교재판소에 붙잡혀 처형당하는 것을 피하면서 가톨릭교회 안으로 침투하여 내부에서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반체제적 계몽주의 신앙을 감추는 것을 '니코데미스모'를 실천하라고 지시했다. 니코데스모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긴 생애 동안 자신의 진정한 믿음을 대부분 감추고 살았던 사람-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마지막 자화상이 보인다.
...벤저민 블레흐, 로이 돌리너 공저 '시스티나 예배당의 비밀' 중에서
유난히 여행기회가 많은 올해 여름...주말에 좀 특별한 여행을 했다... 미켈란젤로에 관한 책 한권을 읽어내리며...가슴은 2002년 봄을 더듬어 어린 시절 풋풋한 발걸음을 따라 피렌체를 다녀왔다... 다빈치 코드를 잊으라는 타임지의 소개문 때문에... 음모론류의 글일까 선입견을 갖고 읽기 시작 했는데... 전체적으로 미켈란젤로의 전기적 성격이 더 짙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대민족에 대해 비우호적인 성향 때문에 책의 주제인 시스티나 예배당의 벽화에 숨겨진 코드에 관한 해설에는 본의아니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읽은 탓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지만...부분적으로 유대교적 해석을 너무 과하게 갖다 붙인 느낌이 들어...살짝 거부감을 갖기도 했다. 그래도 일단은 예수 사후 1000년 하고도 400년이나 더 이후 사람인 다빈치가 그린 그림에 대한 억측을 바탕으로 예수의 가족관계를 상상하던 소설 다빈치 코드나 그 비슷한 부류의 다큐멘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탄탄한 글이다... 번역의 아쉬움이 좀 남기는 하지만... 아무튼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가서... 2002년 봄, 여행 중 가장 사랑했던 도시가 피렌체였다... 시 외곽의 옛날 빌라 건물에 들어있던 유스호스텔도 좋았고... 너무 예쁜 가죽 다이어리를 흥정하고 흥정해서...5유로까지 깎을 수 있었던 가죽시장도 좋았고... 내게 잘못 판....이미 뚜껑을 한번 열어버린 물병을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진열장에 올려놓던 슈퍼마켓 아저씨도 좋았고... 실제로 보고는 실망했던...젠틀레스키의 유디트가 있던 우피치 미술관도 너무 좋았고... 다비드의 모상이 놓인 시청사앞 Piazza도 너무 좋았고... 보석상이 들어있던....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와 보이던 폰테 베키오도 너무 좋았다...
2002년 봄...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내다 본 시청사... 니콘 FM2...ISO400 그렇지만... 그 어느 도시들보다...피렌체 이 도시를 가장 사랑하게 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바로 그, 미켈란젤로... 책을 덮고는...슬금슬금 컴퓨터 곁에 다가가...전원을 키고는 오래전 필름 카메라로 찍었던 그 사진들의 스캔본을 뒤적뒤적 다시 열어본다...
미켈란젤로....미켈란젤로....미켈란젤로....
1월 Baumesse와 유학전 한국서 MBC 건축박람회 외에는 딱히 Messe를 따로 가본 적이 없고... 근 몇년간 LED가 얼마나 대두되었는지 잘 알지 못해서... 섣불리 단언하기는 좀 그렇지만... 벤츠 전시장 설계와 그 쇼 외에 올해의 히트상품을 꼽으라면 주저않고 LED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자동차에 문외한 인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할 테지만...) 당장 벤츠 전시장만해도... 시시각각 빛깔을 바꾸는 벽부터 바닥까지 도배된 최고가의 LED가 쇼 진행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기타 다른 전시장에도... 작게는 차 뒤꽁무니 후미등에 포인트로 혹은 보석처럼 촘촘히 박혀 있거나... 크게는 SAAB관 처럼 거대한 lighting partition 형태로 어디를 가나 둘러보면 빠지지 않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 LED 였다... 아직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는 게 좀 흠이지만... 그래서 지난번 오사카 프로젝트 로비 디자인 제안도 건축주한테 빠꾸 먹었더라고 하지만... 파워풀한 material이 등장하고...알게되는 것은 즐겁다...
특히나 후미등 같은 경우에는 낯설어서인지... 아직은 LED가 잘못 들어가서 너무 튀거나 촌스러운 느낌을 주는 전시장도 많았는데... 벤츠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전시관 SAAB...건물을 통째로 쓰는 다른 독일 회사 전시장들을 비교하면 전시장이 크지 않았지만... LED 커튼으로...크지 않은 공간을 분할했는데, 동시에 사이사이로 다른 조명과 화면이 비쳐서...시각은 열려 공간을 전체적으로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무엇보다도...LED의 보석같은 느낌을 잘 살려서 전반적으로 전시장과 차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담아낸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하긴 LED 커튼이면 돈이 얼만데...) 자칫 차가워보이기 쉬울 푸른 빛 아래에...공간이 신기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지더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따뜻함이 스웨덴 디자인의 특징이라더니...그래서 그런가... 영화 속처럼 북유럽...겨울 눈 내린 숲...한켠에 드문드문 세워진 고급차들 사이로 산책하는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베이징 올림픽 개막식때 아예 LED는 경기장 바닥을 덮고 물결을 이루었고.. 나도 졸업 전시를 위해 모델 아래에 LED 등을 밖아 넣었다... 그리고 AAA 건전지 하나로 1주일을 넘게 버티는 놀라운 절전성을 보고서 또 다시 감동해 버렸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모터쇼가 있었다. 자동차 광인 친구 덕분에...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기계라고는 관심이 없던 내가... 강력한 반복학습(친구의 기억력 덕에)과 주입식 교육의 힘으로...작게나마 자동차라는 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러한 성장에 기름을 한번 더 끼얹어보고자... 그리고...두번째 사실은 이게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독일 Messe 건축의 보고를 한번 제대로 돌아보고자... 2주간의 워크샵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주말...모터쇼 마지막날 바로 전날... 새벽같이 또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달렸더랬다... 두번 다시 그렇게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지역 순환선을 타고서... 그래도 이날은 시간을 잘 맞추어... Koblenz에서 갈아타 라인강을 따라 내려가는 기차편을 이용한 덕분에 긴 시간 눈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다... 11시 무렵부터 오후 6시까지 한나절을 넘게... 친구의 설명을 들어가며...인파를 헤쳐가며 꿋꿋이 잘 구경하긴 했었는데... 역시나 나는 기계친화적 인간이 될 수 없었던지... 다녀와서 사진을 정리하며 보니... 순수히 자동차만을 객체로 잡고 찍은 사진이라고는 요 딱 페라리 사진들이 전부다... 도로 위 차가 막히는 것은 양반이다 싶을 정도로... 훈기와 암내가 진동하는... 앞 사람의 땀베인 눅눅한 등 밖에 보이지 않는 인파 속 정체는 끔찍했는데... 그 정체가 가장 심했던 구간이 바로 이 페라리 전시장이었다... 설문 조사에서 독일 사람들이 로또에 당첨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페라리를 한대 뽑는 게 1위로 뽑혔다더니... 페라리의 인기를 제대로 실감했다... 그렇게 건져온 이 사진들... 수많은 차들 사이에서 눈이 무감각해졌던 그 날에도 사진을 찍으며 이미 이 녀석 참...빛이 나는 놈 일세...했지만... 사진으로 다시보니... 무대와 조명의 효과인지...눈이 다시 길거리 차들만 보며 정상으로 돌아와서인지... 사진 속 이 녀석 그날 전시장에서보다 더 근사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봐온 익숙함에서 나온 선호일 지도 모르지만... 페라리보다는 포르쉐를 더 좋아하는데... 전시가 산만해서... 이날 정작 포르쉐 사진은 한장도 안찍었다... 광고나 전시와 같은 감각은 확실히 이탈리아가 앞서나보다.
2002 년 봄 여행 중 독일 첫 도시였던 베를린... Smart를 처음 보고 감동해서 셔터를 눌러대던 시절도 있었다. 거의 'Oh, my God'을 연속해 외치듯... 이렇게 작고 앙증맞은...장난감같아 보이는 차가 길에 굴러다니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거 다 필요없어...Smart 면 돼... 나중에 내 첫차는 Smart로 하겠노라고 마음 먹기도 했었다. 간사하고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 여행 중의 그 감동의 물결은 독일 생활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썰물같이 쑤욱 빠져나가 사라져 버렸다. 독일 생활 반년도 되기 전에...스마트는 앙증맞고 신선하기 그지없던 스와치에서 디자인 했다던 미니카의 모습대신에... 피자 배달 차량으로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10월 중순에 잠시 이사 차 슈트트가르트를 다녀오면서... 주연언니 내외 덕에... 이 차를 처음으로 한번 타볼 기회가 있었다... 느낌만으로도 벌써 내구성은 티코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것 같긴 했지만... (하지만 전문가의 말을 빌자면...경사지를 오르는데 치명적으로 문제가 많은 차란다...) 앞으로 차를 안사면 안샀지...스마트를 살일은 없을 것 같다... 가벼움이 컨셉임을 이해하지만... 작은 기계음부터 하나하나 거슬리는 그 경박함...이란...음.... 어이없던 렌트 횡재 행진에... 눈만 끝없이 높아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