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1_오피스

2015. 8. 22. 07:30 from was ich (le)se(h)


-2. 2주전...사무실 부엌에 굴러다니는 판타지 영화제 카탈로그를 뒤적이다가... 한글을 발견했다...'오피스'

정말 독일어 빼곡한 카탈로그에 폰트 10 혹은 9로 작게 씌여진 그 세글자가...순간 폰트 40크기로 눈에 들어왔다...

역시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거다... 다시 생각한다...


반가워서 얼른 그녀에게 알리고...2주 뒤 금요일 밤을 기다렸다...


-1. 그리고 영화 상영...그 주...점심시간...

상영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카탈로그에 스케쥴표를 보다가...

원어 상영에 영어자막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극장에 앉은 사람들 중에 제일 잘 이해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겠구나!!!'


전에 '박쥐'를 독일어로 보면서, 받았던 충격과 아쉬움이 컸던 기억에...

한국어 상영...이 하나만으로 또 한번 설레었다...


+0. 영화제 홍보가 덜 되었던지...

예상외로 한국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고...

예상대로 우리가 제일 잘 이해하기도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우리만 제대로 이해하며 보는 듯 해서 좀 아쉬웠다...


첫째로 슬쩍슬쩍 보기는 했지만...전반적으로 영어자막이 두리뭉실한 느낌이었고...

둘째로 번역을 한들, "조상 밥그릇 챙기기 전에, 니 밥그릇부터 챙기라"는 표현 등과 같이...

문화적으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해하는데 한계가 명확한 부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 속 오피스의 모습이 거의 현실 속 직장 모습 그대로라는 것을...

그들은 꿈에도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속 상황들을 그들은 극도로 과장된 판타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1. 독일 땅에서, 대형 스크린에 한국말로 한국 영화를 본다는 흥분이 더해진 덕분에...

우리는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사실 영화자체로는 흠이 많은 영화였다...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호러로 시작해서 스릴러로 손을 봤다'고 언급했는데...

결과적으로 영화가 호러, 스릴러 어느쪽에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느낌이다...

예를 들면 영화 초반의 죽음과 후반의 죽음들은 아예 다른 장르로 그려지고,

그와 함께 죽음들 사이의 개연성도 상당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맞닿아있는 영화 직장의 모습이 주는 생생한 공포와...

배성우와 고아성 두 배우의 연기로 팽팽히 끌어올려진 공포가 영화의 재미에 큰 몫을 했다...

그냥 낯이 익은 정도였던 두 배우를 처음으로 제대로 보게 되었다...  


+2. 영화 초반 고아성의 출근길만 보고서도...

헉해서... 한국에 못들어가겠구나 싶었다...


영화 속 회의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으이그...


영화를 다 보고나니...


+3. 영화를 보는 내내...

'여고괴담' 세대 였던 우리가...나이를 먹고 '회사괴담'의 세대가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마음이 서걱거렸다...


+4. 페퍼민트 뉴스를 읽다가 맘에 와닿는 문구를 발견했다...


제가 구호 단체에서 일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불평등한 상황이 개인을 무의식적으로 타락시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불평등이 인종과 연관되어 있을 때 타락의 종류는 더 나쁜 것이 됩니다. 

개인이 자기 주변의 권력 관계에서 영향을 받지 않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인도주의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반드시 마음에 새기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출처: http://newspeppermint.com/2015/08/24/racism-humanitarian-work/


영화속 죽음을 맞은 그들은...불평등한 상황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 타락이 그렇게 가혹한 죽음을 맞을만큼 엄청난 것인가...

응징의 대상이 석연치 않음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Posted by 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