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4_WHIPLASH

2015. 3. 15. 06:49 from was ich (le)se(h)


+0. 이동진씨가 크게 호평한 데다가, 음악영화라는데에 갑자기 구미가 확 땡겨서...

요건 극장에서 꼭 봐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상영관을 검색했더니...

한국은 이제야 개봉인데... 독일은 벌써 개봉한 지 한달즈음 지나 끝물이다...


시설이 노후해 꺼리던 시내의 작은 단관 극장에서만, 겨우 토요일 낮 한번, 일요일 낮 한번...이렇게 상영을 한다...

그녀를 꼬셔서 토요일 약속을 잡고...그렇게 연이어 이주째 주말 나들이를 했다...


+1. 시내 한가운대 모퉁이 건물의 꼭대기에 위치한 극장...

티켓 창구 대신 팝콘 코너만 있다...


나   : 아...티켓은 1층에서 끊어야 되는 거에요?

점원 : 원래는 그래야 하지만, 잔여석이 많은 경우에는 이곳에서도 판매하기도 해요...

무슨 영화 보러 왔어요???

나   : (아...단관 극장인 줄 알고 왔는데...갑자기 영화제목이 기억이 안남...) 아...엠...

점원: 위플래쉬???

나   : 아...네...

점원: 어느 좌석에 앉고 싶어요?

우리: 음...

점원: 아...뭐...그냥 앉고 싶은데 아무데나 앉아요... 


그렇게 우리 두사람 포함, 총 네명이 영화를 봤다...

갑자기...전용관 기분이...

게다가 이 영화관은 광고도 5분 밖에 안한다...(독일 극장은 광고 시간이 보통 25-30분이다...)

이 극장...호감도 갑자기 급상승 했다...


+2. 영화의 주 도구였던, 음악, 그리고 예술가들의 열정 혹은 광기를 통해 분출되는 에너지, 그 집중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버무려낸 연출...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영화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객이 마치 영화속 인물들 중 한 명이라도 된 것처럼 한껏 몰입하도록 하는 솜씨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인 듯하다...

그런 의미로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시계바늘이 정확히 9시로 움직이는 동시에 문이 탕하고...열리는 순간이었는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든 것이 예견되던 상황에서 그 순간...제대로 움찔해서는 앉은 채로 헛발질을 했다...


+3. 아주 오래간만에 개봉영화를 한국의 동생보다 먼저 보고 자랑을 했더니...

마침 보고 싶어하던 동생도...그 이튿날 당장 보고와서 후기감상을 나눴다...


동생은 내용 자체는 그냥 그랬는데, 연주와 긴장감에 감동을 했단다...


나   : 왜...내용도 훌륭했지...

동생: 와...저렇게까지 해야되나 하는 거부감이 들어서...


보통의 예술을 다루는 영화들이, 주인공의 뼈를 깎는 노력과 열정의 숭고함, 그에 따른 아름다운 결실을 감동과 엮어 다루는데 비해...

그 이면에 숨겨져있던 뒤틀림들...예술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던 아집, 욕망, 오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내용이 훌륭했고...

또 니가 그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으니...감독의 의도도 성공한 것 같다고 했다...



+4. '치열함'을 이러엏게 한발자욱 떨어져서 보며... 그 사이...내 마음이 나이를 먹었구나 돌아보게 된다...


여자친구(?)를 앞에 앉혀 놓고...주인공이 늘어놓는 거창할 미래를 듣고 있자니...

'에고...' 싶어...비슬비슬 웃음이 나고...

주인공이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 그 순간에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음부터 나는 스스로에 흠칫 놀랐다...


'그래.. 그런 일들이...하늘이 두 쪽이라도 나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는데...'


영화가 뒤틀린 열정의 아이러니를 제시했던 것과는 별개로...

치열한 영화를 보고나니...

어디 새삼 불쏘시개를 꽂아줄 자리도 찾기 힘들만큼...옅어진 나의 열정을 뒤져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마만큼의 열정이어야 하는가...' 채찍질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    또 ...한동안 재즈를 즐겨들을 것 같다...



Posted by GIN :